사야의 이슬람과의 첫 접촉은 한남동에 있는 이슬람사원
어린 마음에 그 건물이 얼마나 신비로왔는지 모른다
아라비안나이트 같은 이야기 속의 요술램프처럼 닿을 수 없는 미지의 세계
개인적으로는 유럽에 살 때 만났던 모슬림 지인들과 살던 동네에 많아 자주 가던 터키가게들
그 신비롭기만 그래서 호기심이 더 많았던 그 세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된 건 탈레반의 불상파괴사건
그때 뉴스로 그 장면을 보며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뉴스로도 자살테러 911 테러 등 좋은 소식을 들은 건 없는 거 같다
이 책을 구입했던 건 그 맘때 쯤이다
아무래도 책 한 권 정도는 읽어야 할 것 같아 산 건데 무슨 이유였는 지 그냥 놔두기만 했다가 근 이십 년 만에야 읽었다
사실 요즘 코란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답답해하다가 이 책이 생각났다
이 책은 무하마드 칸수 간첩사건으로 유명한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소 소장의 책이다
오래전이라 기억은 잘 안 나는데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라는 저자의 책을 누군가의 추천으로 읽은 적이 있다
만주국 용정출신인 저자는 중동문제 전문가다
이 책은 월간 신동아에 연재했던 이슬람문명의 산책이란 13개의 글을 모은 책이란다
잡지에 실린 글답게 쉽고 간결하게 이슬람의 기원 교조 무하마드 코란과 이슬람 세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일 놀라웠던 건 신이 한 방울의 정액으로 인간을 창조했다는 부분
너무 인간적이어서 호감이 갔달까
같은 신을 믿는 기독교와 이슬람의 가장 큰 차이는 예수가 신인 것과 달리 무하마드는 인간 그저 신의 계시자에 불과하다는 것
아담 노아 아브라함 모세 예수 무하마드 그 여섯 예언자 중의 하나 그러나 마지막.
한 손에는 코란 다른 한 손에는 검이라는 이슬람을 대표하는 듯한 말도 저자는 코란이 아닌 토마스 아퀴나스가 한 말이라고 하는데 신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따로 세금체계를 언급해 놓은 걸 보면 종교는 강요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코란의 말도 있고 오해가 맞는 거 같다
위대한 세기라는 터키 드라마에서도 왕의 총애를 받기 위해 자발적으로 개종하려는 장면이 나온다
이슬람은 순종한다는 뜻이고 무슬림은 복종자라는 뜻이라는 데서 이슬람을 간단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코란과 무하마드의 언행을 적은 하디스라는 책으로 모슬림들의 모든 생활규범들까지 규정하고 그걸 천사백 년을 행하고 있다니 신기한 걸 너머 경이롭기까지 하다
물론 그 사이 수많은 학자들에 의해 연구되고 해석되어 여러 파들도 생겨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코란과 하디스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
이란으로 대표되는 시아파도 책에서는 합의를 원칙으로 하는 수니파와 달리 이맘이라는 예배인도자에게 절대적 권위를 부여하는 차이라고 한다
코란은 읽는다는 뜻이라는데 그래서인가 시가 굉장히 중요한 문학장르란다
서구문화와 페르시아 문화등을 받아들여 번역하고 독자적인 문화를 발전시키는 과정도 흥미롭다
이슬람사회는 현대 비이슬람권에서 보기에 이해하기 쉽지 않은 종교법이 다스라는 정교일치의 사회라는 것
저자는 이슬람이 관용과 평화의 종교라는 걸 누누이 강조하는데 이론적으로는 동의한다
사실 어느 종교는 안 그렇겠냐 그걸 독점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인간들이 문제겠지
다른 종교와 또 다른 점은 인간은 선하게 태어나고 현세를 충분히 즐겨야 한다는 것과 회개하고 믿기만 하면 구원받는 기독교와 달리 구체적인 행위들을 통해 신의 보상이 주어진다는 것
한국과 이슬람이 마지막장이었는데 신라와의 교류 그리고 색목인이라는 무슬림들이 고려와 조선초까지 한국역사 무대에 등장한다는 것도 흥미롭다
50여 개국이 넘는 나라에 13억 이상이라는 모슬림들
미국 유럽으로 대표되는 기독교권과 대립이 아닌 서로 장점을 봐주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
어차피 다 신의 장난이지만 솔직히 본처의 후손보다야 하녀의 자식이라고 쫓겨난 후손들이 더 억울하지 않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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