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과는 이년 넘게 연락을 아예 안 하고 지냈다
일이 좀 있었는데 여기 쓸 수는 없다
지난 생일 이후로 시엄니땜시 맘도 복잡하고 아무래도 바뀐 이메일 주소는 알려놓자 싶어서 고민 끝에 이번 주말에 멜을 하나 보냈다
뭔 일이 생기면 시누이가 연락을 하겠지만 그 남자도 연락을 할 텐데 어쨌든 알려놓는 게 좋겠다 싶었다
관심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 메일 주소 바뀌었음 잘 지내 길 바람, 하고 재수 없게 보냈는데
오늘 아침
여전히 네 생각을 많이 한다 그리고 잘 지내고 있길 간절히 바란다, 고 답이 왔다
근데 그 말이 뭐라고 순간 울컥하며 눈물이 나는 거다
별말 아닌데 헤어진 후에도 그 남자가 늘 메일에 쓰던 말인데 왜 새삼스럽게 눈물이 났을까
이혼한 부부는 어쩌면 밑바닥까지 보고 서로 미워하며 헤어지는 게 최선인지도 모르겠다
그 남자에게 잘 했는데, 헤어질 때도 자긴 너보다 괜찮은 여자를 다시 만날 수는 없을 거란 말도 분명히 들었는데 사야는 왜 그 남자만 생각하면 못한 것 만 미안한 것만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시어머니 말대로 사야가 그 남자를 정말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우짜든둥 92년 2월에 처음 만나서 이혼을 했던 2008년 10월까지의 시간은 남는다
아이도 없이 떠돌며 함께했던 시간의 전우애같은 것도 남는다
무엇보다 그 남자는 지금까지 사야인생에서 만났던 사람 중 가장 완벽한 사람 그리고 사야가 여전히 존경하는 사람
그 남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 알았다 왜 미안한지
이렇게 살면서도 떠나온 걸 후회하지 않는 거
아침부터 계속 맘도 불편하고 왜 울었는 지도 궁금하고 그랬는데 글을 쓰다보니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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