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기분 엿같다

史野 2016. 5. 14. 20:35

지인이 만나는 의사가 있는 데 너무 유명하신 분이라 한번 예약이 어긋나면 두세달을 기다려야한단다.

그 약은 받아야하고 예약된 날에 갑자기 해외출장이 잡히는 바람에 그 어머님이 대신 다녀왔단다.


문제는 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 당신의 출입국관리기록을 보면 그 날 한국에 없었는 데 어찌 병원을 다녀갔을 수가 있냐며 전화를 했더란다.

아 이건 어떻게 이해해야하니?


건강보험관리공단인 지에서 출입국관리기록을 갖고있다?

테러방지법이 통과된 게 얼마 되지도 않은 데 벌써 개개인의 모든 기록의 시스템화가 구축되어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다는 의미일까

정말 듣는 데 소름이 돋았다

한사람 한사람 출입국일자까지 비교해가며 그걸 찾아냈을 건 아니었을 거잖아


만약 어느 날 누군가가 전화해서 ' 어 당신 그때 한국에 없었는 데 어찌 그날 병원에 갔어요?' 라고 묻는다면 기분이 어떨까

어 세시간전에는 서울에서 신용카드를 썼는 데 어찌 또 부산에서 신용카드를 썼나요? 혹시 과속하신 건가요?, 라고 묻는다면?


어차피 신용카드를 쓴다는 건 제대로 족적을 남긴다는 거고 기분이야 별로 좋지는 않지만 범죄자가 아닌이상 설마 관리대상일까, 싶어 별다른 생각은 없었는 데 해외에 있던 당신이 왜 병원진료를 받았냐는 전화가 왔다는 이야길 들으니 소름이 끼친다

아 사야는 정말 몰라서 그러는 데 어디까지 그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걸까


국가의 통제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고 싶어 가끔 물이 안나오기도 하는 생활을 감내하는 사야로선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앞으론 신용카드뿐 아니라 포인트카드등도 다 포기하고 뭔가 기록에 남을만한 흔적은 전혀 안남기고 사는 게 나은 선택은 아닐까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물론 사야가 사는 삶은 아니다만 하루에 수십번이나 CCTV에 찍히고 어디가서 뭘 먹고 언제 이동을 했는 지가 적나라하게 데이타로 드러나는 삶,

이게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인 거지?


아 정말 간절히 자유로와지고 싶다만 언제 인터넷에 접속했는 지 무슨 기사를 읽었는 지 아님 어떤 음악을 들었는 지도 다 알 수 있는 세상에서 현금만 쓰고 포인트카드같은 걸 안 쓴다고 해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 지는 미지수다


그래도 싫어 너무 싫어.

통제당하는 이 기분 정말 엿같다


사야는 과연 이리 엿같다면서 이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인터넷말고도 티비시청까지도  다 흔적이 남을텐데 그게 과연 가능하겠냐고


아 어쩌다 이렇게 된거니

죽었다 깨어나도 최소한 사야는 당하면 당했지 남을 해칠 인간은 못될 것 같은 데 그걸 증명해줄 알리바이같은 게 필요한 것도 아니고

이 촌구석에서 나름 자유롭게 산다고 믿었었는 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록되는 이 모든 행적들

진짜 기분 엿같다니까...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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