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어떤 하루

史野 2015. 9. 29. 23:52

 

 

 

 

 

 

 

 

 

눈을 떠보니 파트너께서 옆베개를 베고 계신다

가끔 사야 베개를 같이 배길래 혹시나하고 놓아둔 건데..

개놈의 시키 품으로 파고드는 일도 없고 지 잘 때는 만지기만해도 으르렁대고 같이 덮는 이불인데도 당기면 승질내고 ㅎㅎ

그래도 이쁜 시키 아니 보고만 있어도 안쓰럽고 가여운 시키

 

가을햇살에 이불이며 깔개며 탈탈 털어 널어놓고는 또 오랫만에 마당에 누워 뒹굴뒹굴

전에 읽던 책을 꺼내들었는 데 번역의 문제인가 문장들이 머리속에 안들어와 개고생

안 읽히면 던져버리면 그만인데 사야는 가끔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를 낭비한다

 

스마트폰은 정말 좋다

예전 같으면 책읽다가도 벌떡 일어나야했을텐 데 누워서 왠만한 건 검색가능

 

어젠 또 오랫만에 너무나 아파서 침대를 부둥켜안은 채 불특정 다수인 신께 간절히 빌었다

인간은 참 단순하다

아니 사야는 참 단순하다.

아프지않은 오늘은 세상을 다 가진 것 같고 그 누구라도 용서해줄 수 있을 것 같으니..ㅎㅎ

 

바닥에 누워보는 세상은 정말 서서나 앉아서 보는 세상과는 많이 다르다

몇걸음만 걸어도 댓자로 누워 하늘을 보고 아니 하늘만보고 잠자리의 날개짓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는 건 참 멋진 일이다

아니 아무 고통없이 그 순간엔 어떤 고민도 없이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는 자체도 참 고마운 일이다

 

이유는 모르겠고 사야네 집에 밖으로 돌아다니는 사진 두 장 중 하나다

1993년 8월이니 22년 전 사진이네

오늘에서야 부엌문에 달린 흑판에 걸었다

한국나이로 사야는 스물일곱 두 분은 예순 셋 그리고 다섯

 

너무 오래전 사진이어서일까 특별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아니 사야는 지난 달 더 오래된 독사진을 그 흑판에 걸었으므로 시간의 문제는 아니겠다

아마도 사야가 기억하는 아니 기억하고 싶은 시부모님은 저리 젊은 모습이 아니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데 또 많은 것을 생각해야만 하는 날들이다

딱 하루만 생각하고 감사하며 사는 삶도 이만하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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