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또 마당에서 미친듯이 일을 하고는 그 노동의 흔적을 태우느라 새벽 네시가 넘어 잠들었다.
아주 깔끔한 마당을 원하는 건 아니지만 오디나무 병든 가지 잘라놓은 거며 방치해놓은 찔레나무 정리한 거며 바싹 마른 게 아니다보니 태우는 데 어찌나 힘이 들고 시간이 걸리던 지.
틈틈히 술도 계속 마신데다 거의 기절하듯 잠들었는데 이상한 꿈을 꾼거다.
어떤 사람들과 만나게 되었는 데 그 중 한 남자랑 필이 통한거다. 꿈속의 그 남자는 분명 어떤 여자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은데 서로 아무말도 없이 차를 타고 사야네 길과 비슷한 길을 지나 어딘가에서 카섹스를 했다.
처음엔 사야가 좋아하지도 않는 가수였는데 꿈이 그렇듯이 중간에는 한번 정도 본 적이 있는 남자였다.
차안이었는데도 격렬한 섹스였는데 문젠 오르가즘을 느끼기 바로 직전에 잠에서 깨었다. 순간 안타깝기도 하고 짜증스럽기도 하고 이게 뭔가 싶었는데 다시 잠이들고 사야는 다시 그 모임장소에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 둘은 다시 돌아와 어떤 목적으로 모인 지 모르는 그 곳에 있었다
거기에서 사야는 난데없이 사야의 그녀에게서 책을 두 권 선물받았는데 신경숙과 남진우가 같은 곳을 여행하고 쓴 다른 시각의 에세이였다.
같은 디자인의 하나는 짙은 연두빛 하나는 연한 보라빛의 책.
그래 두 남녀의 시선을 비교해서 읽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섹스파트너의 아들. 상대는 나이가 좀 있었는데 의외로 아들은 대여섯살?
근데 그 애에게 사야가 중국어로 니 이름이 뭐니? 물었고 그 아이는 사야가 중국어를 한다는 사실에 너무 감격해서 그 어린 놈이 사야를 원래 좋아했다고 워낙 매력적인 여자였는데 중국어까지 하니 너무 좋다고 거기 모인 사람들에게 마구 말을 하는 거다.
차를 타고 어딘 가에 갔었던 걸 빼곤 전체적으로 안정되고 고급진 분위기에서 이 모든 일이 일어났는데 디테일한 건 지금 기억이 나질 않고 결론은 다시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한 안타까움에 잠에서 진짜 깨었다.
사야는 진짜 다양하고 이상한 꿈도 많이 꾸는 데 이 꿈은 요즘 사야가 차에대해 신경써서 차가 등장한 걸 빼곤 너무 생뚱맞다.
얼마전 갑자기 성욕이 없어진 사야를 발견하고 놀랍단 생각을 하긴 했다. 마지막으로 누군가와 잔건 이년은 된 것 같고 그 남자 포함 누구를 생각해봐도 함께 자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없다.
성욕에 인생을 걸만큼 의외로 동물적인 사야에게 참 신기한 일이란 생각이지만 지금은 사야로선 해결불가능한 너무나 엄청난 일이 있는데다 마당의 잡초만큼도 중요한 일이 아니라 하루종일 그 의미를 생각했는데 잘 모르겠다.
거기다 신경숙의 표절사건은 기사를 읽긴 했지만 역시 너무나 절박한 다른 문제들로 아예 관심을 두지도 않았고 남진우가 신경숙의 남편이란 것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사야의 의식속에 있는 일도 아니다.
물론 늘 사야에게 책을 선물하던 그녀의 선물이란 건 현실적이지만 지난 번 보고싶단 글을 올려놓고는 왜 그녀와 사야가 끝날 수 밖에 없었는 지도 머리와 가슴 전부 완벽하게 정리가 되었다.
사야는 이해가 되지 않는 건 피터지게 고민하지만 그게 해결되면 깨끗이 잊는 어찌보면 편리하고 다르게 보면 좀 무서운 성격의 소유자라 그것도 신기.
어쨌든 하루종일 사야가 꿈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건 그 전체적인 분위기였다. 하나도 연관되는 게 없는 데 이상하게 일관된 낯설지 않은 그 분위기.
뭘까
사야는 지금 진퇴양난이기도 하고 이율배반적이기도 한, 가장 강력한 키워드라면 도피성 강한 삶을 살고 있는데 사실 두려움에 대한 도피는 사야의 평생을 아우르는 말이라 그리 특별할 것도 없다.
매일 수도없이 왜 너는 늘 그리 도피만 하냐고 묻는다만 역시나 사야의 결론은 그렇게 태어났다는 것. 그냥 그런 자신과 잘 협상하며 살아야겠다는 것. 어찌보면 참 편한 인생이다..^^;;
사실 사야는 요 며칠 엄청난 경험을 했는데 그게 저 꿈의 내용과는 하등의 상관이 없어서 더 묘한 느낌인가보다.
우짜든둥 누군가 꿈해석을 해주기로 했으니 기대를 걸어볼까나..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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