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농사짓는 사야

사야는 또 헤맨다

史野 2014. 2. 23. 01:50

낼 모레가 오십인데 이제야 절절한 인생을 배우고 앉아있으니 미치고 팔짝 뛰겠다.

아니 이제라도 배우니 고마와해야하는 건가.

 

딴에는 나름 그동안의 노하우로 새로운 인생에 도전해본다고 하는 데 결과는 늘 참패다.

그래 자아비판이다.

 

인생에 별로 바라는 게 없어서 의연하고 쿨할 줄 알았는 데 상황이 바뀌고 환경이 다르니 그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오개월 가까이 날이면 날마다 멀리서라도 보던 개한마리가 있었는데 그걸 주인이 팔아버리겠단다.

너무 놀래서 대충 살 곳을 마련했더니 개값을 내놓으란다.

새끼때부터 이년을 키웠다던데, 개장수에게 파는 사람도 개를 먹는 사람도 미워하진 않는다만 어쩔 수 없이 팔 순 있어도 최소한 그 개를 키워주겠단 사람에게 개값을 내놓으라고 하면 안되는 거 아닌가.

데려올려고 마음먹으며 개값을 생각 안했던 것도 아니고 칠만원이면 예상보다 괜찮은 가격이었다만 그래도 사야는 그걸 돈받고 넘겨준 그 견주의 그 인정이 가슴아프다 못해 쓰리다.

 

인간이 다 다르다는 건 인정하지만 사야는 최소한 그 측은지심은 있을진데 , 어쩔 수 없어 팔 수 있다는 것까진 인정하겠다만 그 불쌍한 놈을 키워주겠다는 데도 그리 냉정할 수 있는 인간을 사야는 이젠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게 인생을 살면 살 수록 이해하는 게 많아 질 줄 알았는 데 사야는 이해하는 폭이 자꾸 적어지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대부분의 일이 이해하진 못해도 용서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어서 분노하지 않고 넘어가지긴 한다만 그렇다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사야가 여기와서 새삼스럽긴해도 절절히 느끼는 일은 사야가 여태 하고싶은 일만 하고 살았다는거다

사야가 주장하고 싶은 건 그래도 여태 나름 잘 살았다는 건데

남친은 얼마전 '당신은 왜 모두가 당신을 어려워하게 만드냐' 고 물으면 승질을 내더라.

 

사야는 승질이 드럽긴해도 하늘을 우러러 단 한 점의 부끄러움없이 쓸데없이 화를 내진 않는다

그게 여태 해외를 떠돌며 사야가 지켜온 나름 삶의 자부심이기도 하고 지금은 또 스스로에게 묻는 화두이기도 하다.

그러게 사야는 이렇게 승질도 드럽고 맘대로 살면서 어찌 그 험난한 삶을 이어오면서 여태 부지하고 살았을까나

 

모든 게 너무 험난하기도 하거니와 사야에게 너무나 적나라한 정면 승부를 해대고 있다

사야도 곧 오십이니 이 살아온 인생을 전면 부정할 수는 없다. 그냥 너무 다르니까.

그래서 또 그 다른 인생을 무시할 수도 없다.

 

냉해인지 뭔지

딸기에 또 위기가 왔다

나흘동안 기어다니며 그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있다만 사야는 지쳤다

정말 나름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근데 실패라니까.

도저히 상품가치가 없는 곰보딸기들을 수천개를 따며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사야는 근사하고 싶었다. 아니 지금도 근사하고 싶다.

돈이 없어도 고생을 해도 인생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고 싶었다

그냥 뭐 지금도 그렇다는 이야기다

너무 힘든데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데 사야는 그냥 사야가 스스로 믿는 그대로 근사할란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 사회에건 그 사회에건 사야가 놓쳤던 그 곳에 사야는 갈 수가 없다

 

 

2014. 02.22. 담양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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