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농사짓는 사야

다시 꿈꾸는 사야

史野 2014. 3. 18. 22:11

글쎄 꿈꾼다는 말이 맞는 지는 모르겠다만 그냥 뭐 듣기 좋으니 그렇게 쓰자.

사야가 일단은 변해가고 있으니말이다.

 

어쨌든 오랫만에 여주집에 왔고 이렇게 자판을 두드릴 수 있으니 좋다.

 

 

 

곰보딸기때문에 딸기수확을 포기한 이주 넘는 시간동안 틈틈히 사야는 저리 상자를 접었다. 사실 상자는 어차피 쌓아둘 공간도없고 엄밀히는 저 상자속에 들어가는 간지를 접었다는 말이 더 맞겠다.

아무리해도 일의 끝이 보이지 않는 딸기와 달리 간지는 미친듯 접으면 끝은 보이니 일의 보람도 느껴지더라.

 

 

 

드디어 나무를 심었다

 

 

 

그리고 그 땅에 남친이 혼자 쟁기질을 했다.

사고도 있었고 결론적으론 훨씬 더 많은 돈이 들어갔다만 나름은 비용을 아껴보겠다고 저 트랙터를 농업기술센타에서 빌려다 그 추운 날씨에 고생한 남친이 눈물겹다.

 

 

 

그리곤 또 골을 낸다고 저리 또 고생

 

 

 

미니포크레인까지 빌려다 삼단계로 작업을 하고는

 

 

 

3월 8일 드디어 나무를 심었다.

저게 과연 사야의 희망의 땅이 될 지는 아직 모르겠다만 우여곡절끝에 심어놓고 나니 기분은 참 좋다.

 

 

 

거기다 남친은 저리 동네누님에게 마지막(?) 관문으로 경운기까지 배워 심은 나무에 물도 주고

우리가 함께 한 세월도 만만치는 않는 데 저 남자에게도 저런 모습이 있었나 놀라울만큼 남친 역시 매일매일을 나름은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오랫만에 등장한 사야네 딸기.

열심히 따버렸어도 여전히 못생기게 익어간 딸기들도 많다.

(이 사진은 이주반을 못 따다가 겨우 다섯상자 내고는 또 나흘만에 수확한 딸기다.)

 

상기했듯이 저 딸기는 아니었지만 정말 출하를 못하다 이주 넘게 만에 다섯박스라도 내는 게 감동스러웠는 데

여기 예전에도 등장했던 늘 나타나 부정적인 말만 한다는 그 이상한 인간이 세상에나 사야의 그 감동스런 딸기를 보고 또 헛말을 해대더라는 거다.

직거래가 아니고 어차피 경매사를 거쳐 적당한 가격이 매겨질거라는 알지만 그래도 생산자 입장에서 누가 내 딸기를 먹게될까 안그래도 담으면서 속상했는데 그리 약을 올리다니.

결론은 못생긴 사야네 딸기가 그 남자네 딸기보다 오백원이 더 나왔다는 사실!!!

정말 사야가 오백원때문에 이리 유쾌하고 통쾌할 지 몰랐다니까.

거기다 저 사진의 딸기는 그 남자보다 천원이나 더 받았다..ㅎㅎ

 

중요한 건 사야가 왜 곰보딸기가 생기는 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사실은 왜 그 남자의 딸기보다 사야네 딸기가 천원이나 더 받는 지 이해 못한다는 거다.(위에 썼듯이 경매가는 오백원도 무지 중요하다)

 

물론 이 곳의 누군가는 꼭 담는 게 관건이 아니라 딸기의 맛 경도 다 어우러진 거라는 데 갓 농사지은 사야네 딸기가 그 정도의 포스는 아닌 것 같고 사야에겐 풀고싶은 미스테리다.

 

꼭 그래서는 아니고 아니 그래서가 맞을 지도 모르겠다

사야는 뭔가 늘 이해하고 싶다. 통장에 돈이 마구 찍혀서가 아니라 반대로 안 찍혀서 스스로 뭘 모르고 뭘 아는 지를 도저히 가늠할 수가 없어서 다음에도 딸기농사를 해봐야겠다.

 

 

사야도 곧 오십이고 땅주인들이 칠십대중반인 관계로 그들을 노인이라고 부르고 싶진 않다만 노인이 된 그들이 자꾸 땅을 빌려주고 싶어한다.

팔백평 지세가 팔십만원

사야입장에서야 당근 빌려서 뭐라도 심고 싶었는 데 다들 말리신다.

뭘 심어서 지세를 팔십만원을 줄 수 있냐는 거다. 월세도 아니고 연세인데 많이 놀랬다.

 

어쨌든 사야는 그 끔찍한(?) 딸기농사를 다시 해 볼 생각이다.

사야가 고민하니 또 누군가는 딸기대학에 이 년 다니라는 데 딸기대학을 이년 다니면 앞으로 십년은 지어야할 것 같아 그건 또 자신없다.

 

 

 

우짜든둥

사야는 지금 여주다

그리고 심은 지 오년 만에 아니 장성에서 연양리 집에 갔다 여기 왔다 수난을 당하기도 했다만 사야가 심었던 산수유나무에서 처음 꽃이 피었다

마당있는 집에 사는 사람에겐 이 맘때 봄이 왔다고 저리 꽃을 피우는 게 얼마나 감동적인 지 알거다.

그래 사야가 꿈꾸던, 이른 봄이 되면 저리 산천이 아닌 내 마당에 봄을 알리는 산수유가 피고 꽃을 좋아하는 주인장은 가을이 될 때까지 끊임없이 또 이런 저런 꽃을 가꿔내고..

 

 

 

그래 사야는 그리 간절히 원했던 그 꿈의 집에 와 이리 다시 불을 피우고 있다.

몇 달만에 왔고 또 몇 시간 후면 내려갈 거지만 사야에게 이 집은, 냉정하게 말하자면 사야에게 사치일 수 있는 이 집은

어쩌면 사야가 지키고 싶은 사야다운 분위기, 이 삶에서의 마지막 허영인지도 모르겠다.

 

사야는 올 가을에 다시 딸기농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는 데 그냥 다시 한번 해보고 싶다.

우습게도 남친과 사야는 재결합한 것도 아닌데 일단은 서로의 필요에의해 나무며 딸기며 협심해서 애쓰고 있다.

어찌보면 제 삼의 인간관계랄까

그 것도 아님 애때문도 아닌 개때문에 함께 미래를 도모하는 최초의(?) 커플이랄까.

사야는 그제 개들에게 무작정 화를 냈고 폭력도 행사했다.

그 폭력이 아플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들에게 상처를 주기엔 충분했고 화를 내놓고는 어찌나 미안한지 다시 절절히 사람의 엄마가 아닌 걸 감사했다.

 

나이 오십이 다 되어가면서도 성숙하지 못한 한 인간이  있다.

그래도 꿈은 꾼다

살아야하니까

그래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지금보다는 조금은 더 나은 모습일 줄 알았다

 

그래 또 술을 마셨고

오랫만에 여주다...

 

 

 

2014.03.18. 여주에서..사야

 

 

 

 

 

 

'6. 농사짓는 사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년 전 오늘  (0) 2015.06.24
미칠 것 같은 날들  (0) 2014.04.20
왜소해진 사야  (0) 2014.02.25
사야는 또 헤맨다  (0) 2014.02.23
사야의 기쁜 날..^^  (0) 2014.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