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꿈꾼다는 말이 맞는 지는 모르겠다만 그냥 뭐 듣기 좋으니 그렇게 쓰자.
사야가 일단은 변해가고 있으니말이다.
어쨌든 오랫만에 여주집에 왔고 이렇게 자판을 두드릴 수 있으니 좋다.
곰보딸기때문에 딸기수확을 포기한 이주 넘는 시간동안 틈틈히 사야는 저리 상자를 접었다. 사실 상자는 어차피 쌓아둘 공간도없고 엄밀히는 저 상자속에 들어가는 간지를 접었다는 말이 더 맞겠다.
아무리해도 일의 끝이 보이지 않는 딸기와 달리 간지는 미친듯 접으면 끝은 보이니 일의 보람도 느껴지더라.
드디어 나무를 심었다
그리고 그 땅에 남친이 혼자 쟁기질을 했다.
사고도 있었고 결론적으론 훨씬 더 많은 돈이 들어갔다만 나름은 비용을 아껴보겠다고 저 트랙터를 농업기술센타에서 빌려다 그 추운 날씨에 고생한 남친이 눈물겹다.
그리곤 또 골을 낸다고 저리 또 고생
미니포크레인까지 빌려다 삼단계로 작업을 하고는
3월 8일 드디어 나무를 심었다.
저게 과연 사야의 희망의 땅이 될 지는 아직 모르겠다만 우여곡절끝에 심어놓고 나니 기분은 참 좋다.
거기다 남친은 저리 동네누님에게 마지막(?) 관문으로 경운기까지 배워 심은 나무에 물도 주고
우리가 함께 한 세월도 만만치는 않는 데 저 남자에게도 저런 모습이 있었나 놀라울만큼 남친 역시 매일매일을 나름은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오랫만에 등장한 사야네 딸기.
열심히 따버렸어도 여전히 못생기게 익어간 딸기들도 많다.
(이 사진은 이주반을 못 따다가 겨우 다섯상자 내고는 또 나흘만에 수확한 딸기다.)
상기했듯이 저 딸기는 아니었지만 정말 출하를 못하다 이주 넘게 만에 다섯박스라도 내는 게 감동스러웠는 데
여기 예전에도 등장했던 늘 나타나 부정적인 말만 한다는 그 이상한 인간이 세상에나 사야의 그 감동스런 딸기를 보고 또 헛말을 해대더라는 거다.
직거래가 아니고 어차피 경매사를 거쳐 적당한 가격이 매겨질거라는 알지만 그래도 생산자 입장에서 누가 내 딸기를 먹게될까 안그래도 담으면서 속상했는데 그리 약을 올리다니.
결론은 못생긴 사야네 딸기가 그 남자네 딸기보다 오백원이 더 나왔다는 사실!!!
정말 사야가 오백원때문에 이리 유쾌하고 통쾌할 지 몰랐다니까.
거기다 저 사진의 딸기는 그 남자보다 천원이나 더 받았다..ㅎㅎ
중요한 건 사야가 왜 곰보딸기가 생기는 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사실은 왜 그 남자의 딸기보다 사야네 딸기가 천원이나 더 받는 지 이해 못한다는 거다.(위에 썼듯이 경매가는 오백원도 무지 중요하다)
물론 이 곳의 누군가는 꼭 담는 게 관건이 아니라 딸기의 맛 경도 다 어우러진 거라는 데 갓 농사지은 사야네 딸기가 그 정도의 포스는 아닌 것 같고 사야에겐 풀고싶은 미스테리다.
꼭 그래서는 아니고 아니 그래서가 맞을 지도 모르겠다
사야는 뭔가 늘 이해하고 싶다. 통장에 돈이 마구 찍혀서가 아니라 반대로 안 찍혀서 스스로 뭘 모르고 뭘 아는 지를 도저히 가늠할 수가 없어서 다음에도 딸기농사를 해봐야겠다.
사야도 곧 오십이고 땅주인들이 칠십대중반인 관계로 그들을 노인이라고 부르고 싶진 않다만 노인이 된 그들이 자꾸 땅을 빌려주고 싶어한다.
팔백평 지세가 팔십만원
사야입장에서야 당근 빌려서 뭐라도 심고 싶었는 데 다들 말리신다.
뭘 심어서 지세를 팔십만원을 줄 수 있냐는 거다. 월세도 아니고 연세인데 많이 놀랬다.
어쨌든 사야는 그 끔찍한(?) 딸기농사를 다시 해 볼 생각이다.
사야가 고민하니 또 누군가는 딸기대학에 이 년 다니라는 데 딸기대학을 이년 다니면 앞으로 십년은 지어야할 것 같아 그건 또 자신없다.
우짜든둥
사야는 지금 여주다
그리고 심은 지 오년 만에 아니 장성에서 연양리 집에 갔다 여기 왔다 수난을 당하기도 했다만 사야가 심었던 산수유나무에서 처음 꽃이 피었다
마당있는 집에 사는 사람에겐 이 맘때 봄이 왔다고 저리 꽃을 피우는 게 얼마나 감동적인 지 알거다.
그래 사야가 꿈꾸던, 이른 봄이 되면 저리 산천이 아닌 내 마당에 봄을 알리는 산수유가 피고 꽃을 좋아하는 주인장은 가을이 될 때까지 끊임없이 또 이런 저런 꽃을 가꿔내고..
그래 사야는 그리 간절히 원했던 그 꿈의 집에 와 이리 다시 불을 피우고 있다.
몇 달만에 왔고 또 몇 시간 후면 내려갈 거지만 사야에게 이 집은, 냉정하게 말하자면 사야에게 사치일 수 있는 이 집은
어쩌면 사야가 지키고 싶은 사야다운 분위기, 이 삶에서의 마지막 허영인지도 모르겠다.
사야는 올 가을에 다시 딸기농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는 데 그냥 다시 한번 해보고 싶다.
우습게도 남친과 사야는 재결합한 것도 아닌데 일단은 서로의 필요에의해 나무며 딸기며 협심해서 애쓰고 있다.
어찌보면 제 삼의 인간관계랄까
그 것도 아님 애때문도 아닌 개때문에 함께 미래를 도모하는 최초의(?) 커플이랄까.
사야는 그제 개들에게 무작정 화를 냈고 폭력도 행사했다.
그 폭력이 아플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들에게 상처를 주기엔 충분했고 화를 내놓고는 어찌나 미안한지 다시 절절히 사람의 엄마가 아닌 걸 감사했다.
나이 오십이 다 되어가면서도 성숙하지 못한 한 인간이 있다.
그래도 꿈은 꾼다
살아야하니까
그래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지금보다는 조금은 더 나은 모습일 줄 알았다
그래 또 술을 마셨고
오랫만에 여주다...
2014.03.18.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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