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놈을 보냈다
육개월밖에 안된 놈이었는데 사야품에 온 지 겨우 열흘만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그 열흘중에도 삼사일은 얼마나 힘들어했는 지 병원에 데리고가고 저리 수액을 맞히고 황태끓여멕이고 토하면 또 멕이느라 애간장이 녹았다
그 짧은 시간이었는데도 견주라고 아프면서도 차만타면 품으로 파고들고 마지막날은 내내 주변을 서성이다 네 놈이나되는 철통같은 방어를 뚫고 사야옆에 몸을 뉘였더랬다
그게 그저 신기하고 대견하고 그랬는데
다음날 사야가 일어났을 땐 이미 눈을 감은 후..
묻으러 가는 길 그 굳어버린 몸을 속절없이 쓰다듬고 또 쓰다듬고..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도 그랬었다
그땐 집에서 장례를 치렀었는데 병풍뒤에 들어가 나무토막같던 아빠다리를 만지고 또 만졌더랬다
중간에 시아버님이 돌아가시긴 했지만 더이상 숨쉬지않는 생명체를 그렇게 땅에 묻어보긴 그때 이 후 처음
아빠도 그랬다만 단 하루전까지 따뜻한 체온으로 사야에게 몸을 부비던 존재의 변형을 경험하는 건 그게 짧은 인연이었더라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여기 자세한 걸 올리진 않았지만 그래서 그 즈음 여주에 왔던이유다
사야가 지금 나름 버틸 수 있는 것도 울 새끼들은 실종이기때문이다
실종엔 이러니 저러니해도 희망이 남는다
뭐 매일이 크게 다를 바는 없지만 그리고 물론 오늘 같은 날은 더 많이 눈물짓긴해도 말이다
저 놈을 묻던 그 날은 비가 내렸고
오늘 사야는 그 놈을 기억해주고싶다
그래 이것도 어쩌면 전생의 인연같은 건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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