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농사짓는 사야

갑오년 새해인사..^^

史野 2014. 2. 5. 00:16

인터넷을 볼 여유까지 없지만 스마트폰이 있는 관계로 댓글확인은 하는 편인데 이번엔 그것도 오랫만에 합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기는 하나 아직 답글을 폰으로 달만큼은 아니거든요.

평소라면 사야가 답글부터 달고 글을 올리겠지만 요즘은 그러다보면 또 인사도 못드릴까봐 우선 글쓰기 자판부터 두드립니다.

 

우선 갑오년 그러니까 육십년전에는 살지 않았던 사야에겐 너무나 엄청난 갑오년.

역사속에서만 듣던 그 엄청난 해! 를 맞고보니 괜히 기분이 이상합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지만 올해가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해가 아닌가하는 생각에 복보다는 다들 무사하시길 기원하고요..ㅜㅜ

 

좌중우돌 사야는 나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전혀 새로운 환경은 또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더라구요.

남들이 문제가 아니라 이 환경에서 제 자신이 어떤 면을 못 견뎌하고 어떤 면에서 흥분하는 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어쩌면 그동안 스스로를 이해하는 데 놓쳤을 지도 모를 부분에 천착하며 그 간극에서 뭔가를 찾아내려 노력하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사야는 재수없는 인간이긴해도 납득할만한 이유없인 남들에게 도리를 못 지키는 인간은 아닌지라 사야가 못 버텨낼만큼의 문제들은 없습니다.

외국을 떠돌 때도 그랬고 제가 살았던 환경과 전혀 다른 여기와서도 또 새삼 느끼는 거지만 그거야말로 만고불변의 진리, 잘못한 게 없으면 대충 져주고 들어가는 게 아니라 또박또박 할 말은 하는 게 어디나 통하더라구요.

인간들은 기본적으로 자기 생각보다는 자기 말발이 먹힌다고 생각할 때 남들을 무시한다는 것도 같고요.

결국은 언어의 문제고 사고를 언어로 표출할 수 있는가의 문제일까요.

 

어쨌든 사야는 또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절대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사야는 정말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았다는 그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고 불행을 과장하진 않았지만 그 불행속에서 억눌려 신음하고 살았다기보단 그 불행을 거름삼아 나름은 삶을 잘 버텨내고 있었다는 것도 일정부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 이야긴 제가 고통받은만큼 제 고통에 기여한 사람들도 나름은 고통스러웠다는 걸 인정하는 거겠죠.

 

또 우짜든둥 이 공간이 너무 그리웠는 데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습니다.

왔다리 갔다리 하는 생각들을 순간 느껴지는 것들을 사야는 간절히 여기다 쏟다부을 수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인터넷도 못 키며 자주 했습니다.

 

죽거나 살거나

결국 사는 건 둘 중하나인데 아니 둘이 아니고 결국 하나인데 그 하나를 위해서 견뎌내야할 일들은 억수로 많네요..^^

 

결론은 또 버킹검이라고 쓰고싶었던 간단한 인사는 이리 중언부언이되었고 또 그게 아니면 사야가아니고...ㅎㅎ

살아있습니다.사야!!

여전히 피가 끓고 여전히 흥분하고 여전히 인생을 다 아는 것처럼 잘난척하면서요

 

이번 일월말 기준으로 오백오십만원의 딸기를 팔아서 다음 심을 나무를 위한 땅작업비용으로 삼백구십일만오천원의 비용을 감수했습니다.

그러면서 또 느낀 건, 아 사는 건 결국 숫자와 친해지는 거구나 그래서 초딩때부터 산수는 배워야하는 거구나요..ㅎㅎ

 

네 이렇게 사야는 이천십사년을 맞이했습니다

작년에도 이렇게 딸기농사를 지으며 생난리(?)를 치게 될 줄 몰랐던 것처럼 올해도 엄밀하게는 어디로 튈 지 전혀 모르는 럭비공인생입니다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사야는 또 한뼘 자랐습니다.

 

 

 

 

농사짓는 사람들도 인정하는 힘든 농사가 딸기라는 데 그 딸기농사를 혼자짓다 들어온 아주머니에게 술에취한 남편이 자기를 데리러 오라했답니다.

사실 술취한 남편을 픽업해오는 일이야 뭐 그리 어려운 일이겠습니까만은 그게 차가 아니라 육십년대도 아니고 리어카였답니다.

몇 킬로나 되는 길을 아주머니는 그 피곤한 몸을 이끌고 리어카를 끌고가서 술취한 남편을 싣고 또 그 먼길을 끌고오는 일을 하고 계셨더랍니다.

 

 

 

 

 

2014.02.04. 담양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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