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농사짓는 사야

돈의 의미 혹은 노동의 의미

史野 2013. 12. 16. 22:02

제목이 거창하다만 썼듯이 농사를 짓다보니 돈에 대해 생각이 많아진다.

오십이 다되도록 지손으로 돈벌어 먹고 산 일이 거의 없던 인간이 농사를 그것도 그 힘들다는 딸기농사를 짓고 있으니 왜 안그렇겠냐.

살아가는 데는 돈이 필요하고 그 돈을 벌기 위해서 노동은 필수일 수 있겠다만 사야가 볼 때 농사는 너무 비인간적이다.

 

사실 인간이면 다 인간이지 급이 어디있냐

인간은 쉬고 싶고 맛있는 것 먹고 싶고 좋은 옷 입고 싶고 편안하고 행복하고 싶어하는 게 본성인데 이 농사는 그 어느 것하나 충족을 못 시키는 것 같다.

휴일도 없도 눈뜨면 나가 일해야하고 날씨에 애면글면. 여유가 있어 취미로 농사를 짓는 게 아닌 이상은 노예가 따로없다.

얼마전 어느 분께서 딸기는 그래도 손해는 안본다시던데 아니 그럼 이 개고생을 하고는 손해까지 감수해야한단 말인가?

엄밀히 사야는 곁다리 농사꾼이기도 하고 올 딸기 수익으로 생활을 할 건 아니기때문에 그나마 낫다만 만약 이 딸기농사만으로 먹고 살아야한다면 당연히 동수도 늘려야하고 지금보다 배는 더 일해야할텐데 그럼 그냥 안 살고 싶어질것 같다..ㅜㅜ

 

역시 이야기했듯이 자식이 있어서 이 생에선 이 한몸 부서져라 일해도 내 자식만 잘되면 된다, 뭐 그런 생각이라면 모르겠다만 솔직히 그런 모습도 왜 이땅의 부모들은 그리 처절해야만 하는 지 안타깝다 못해 서글프기까지 하다.

이 힘든 딸기를 투잡까지 하면서 하시는 분도 있는 데 그 분의 목표는 자식들에게 아파트를 하나씩 장만해주는 거란다. 본인이 아파트를 장만하기까지 너무 힘들었는데 그 아파트가 있이 출발했다면 삶이 훨씬 편했을 것 같아서란다.

아비의 진한 정이 느껴져 찡하긴 했다만 그래서 과연 그 자녀들은 더 행복한 삶을 살게될까?

왜 우리는 부모나 자식으로서가 아닌' 나'로서의 삶을 포기해야하는 걸까.

 

물론 여기도 억대매출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는 데 그러면 뭐하냐구 역시나 반복해서 허리가 부러져라 일만 하시는 걸.

역시 억대매출을 목표로 대출까지 받아 시설확충하고 오년계획을 잡고 딸기를 시작한 젊은 사람이 하나 있는 데 돈을 벌건 못 벌건 과연 오년 후 털고 나갈 수 있을 지 사야가 보기엔 미지수다. 아니 돈이 잘 벌릴 수록 더 털지 못하는 거 아닐까?

 

돈이 있어도 쓸 시간이 없고 또 해본적이 없어서 자신에겐 쓸 줄도 모르고 물론 이건 건방지게도 조금은 과하게(?) 누리고 살았던 사야의 눈에 비친 모습일 지는 모르겠지만 이 곳에 내려오니 안그래도 생각많은 사야가 삶이 뭔지 더 생각해보게되고 허무하기도 하고 그렇다.

딸기가 아무리 비싸도 딸기지 금덩이냐구?  딸기농사가 힘든 건 누구보다 사야가 인정한다만 정말 딸기하나에 난리들인 건 이해를 못하겠다.

 

사야도 농사를 짓고나서부터는 사회나 정치문제에 거의 관심이없다. 아니 그럴 여력이 없다. 거기다 몸이 힘이드니 식사도 건강을 생각하기는 커녕 사먹거나 대충 때우게된다.

맑은 공기속에서 육체노동을 하니 더 건강해지는 게 아니라 운동할때 쓰는 근육이랑 일할 때 쓰는 근육은 또 달라서 체형은 변해가기 시작하고 적절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니 피로는 누적되어만 간다.

 

결론은? 농사가 사야랑 안맞는다는 거지 뭐..ㅎㅎ 특히 딸기처럼 끊임없이 열리는 작물은 사야랑 궁합이 안맞는 것 같다.

계획중인 아로니아는 한번에 수확한다니 그나마 마음에 드는 면이다..^^;;

어쨌든 딸기매출이 드디어(!) 백만원이 넘었다. 지금으로서야 언제 천만원이 넘어가나 아득하다만 그래도 그게 어디냐..ㅎㅎ

남친은 딸기를 판 돈으로 아로니아 나무를 살 계획인데 지금으로서야 그 돈이 나와주기만을 바랄뿐..^^

 

요즘 사야는 경락가(경매낙찰가) 천원 이천원에 하늘을 날기도 한다. 특히 동네분들 도움없이 전적으로 사야가 내기 시작한 이후로 평균가보다 이삼천원이 높고 최고가보단 이삼천원 낮은 상태. 오늘은 딱 천원 낮더라지.

남친이랑 동시에 딸기를 시작해놓고는 올때마다 사야를 기죽이고 가는 황당한 분이 계신데 사야힘으로 처음 냈다는 그 날, 그 분네 보다 딱 천원이 높아서 기분이 엄청 더 좋았다는 유치함을 자랑하기도 한다..^^;;

구박도 구박이지만 약값을 사야네보다 세네 배는 더 쓰는 그 분보다 가격을 더 받았으니 어찌 기분이 안 좋을 수가 있겠냐..ㅎㅎ

농담이 아니라 사야네는 영양제보단 딸기를 무차별 학대(?)하는 방법으로 키우고 있는 데 지인왈 농부가 게을러서 지들이 살려고 알아서 잘 자라주고 있달 정도니 고마울 따름이긴 하다.

 

농사에는 거름이 많은 것도 적은 것도 다 문제고 적당해야 한다던데 인생도 그렇듯이 그 적당함을 맞추는 건 참 어렵다.

돈도 노동도 그 적당함을 찾는 건 더 어려운 문제인 가 보다.

이 동네에서야 흔한 손이다만 사야보다 겨우 네 살이 많은 한 여인네의 손을 보고 울컥했다. 재산이야 사야보다 훨씬 많은 것 같은데 그 손은 오늘도 쉼없이 움직이더라.

 

사야가 직접 몸담고 있는 지라 말하기도 조심스럽고 농삿꾼들을 비하하고 싶은 의도는 또 아니다만 겪어보니 그렇다는거다

상기했듯이 사야가 꼭 닐리리야 인생을 살아서만은 아니고 사야가 답답해하는 건 각자가 느끼는 삶의 여유랄까 아님 가치관이랄까 뭐 그런 면일 수도 있겠다

우짜든둥 사야는 일이 힘든 것을 너머 가끔씩 주변 이야길 듣다보면 숨이 턱하고 막힌다

그리고 다시 묻게된다. 인간에게도 과연 급(?)은 있는 걸까.

개 네마리를 자식처럼 키우는 입장에서 할 말은 아니겠다만 인간의 생이 동물보다는 달라야하는 거 아닐까.

젠장할 사야는 딸기농사 하나도 무난하게 짓지 못하고 또 이렇게 길을 잃는다.

 

 

 

 

 

 

 

 

 

 

 

2013. 12.16. 담양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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