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다시피 사야가 얼결에 농사에 참여하게 된거고 딸기야 사야에게나 누구에게나 워낙 친숙한 과일이니 이리 예민하고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인 줄을 몰랐다는 것을 빼고는 주저함이 없었다.
지난 번에 썼듯이 막상 딸기가 열리기 시작하니 복잡한 과정을 또 겪게되는 걸 알게되긴 했지만 이리 황당하고(?) 미스테리까지한 과정이 숨겨져 있는 줄은 몰랐다.
박스가 아직 안나와서 여기저기서 빌리다보니 저리 라벨도 다른 딸기.
저기 네개중세 개가 아닌 다른 마크하나가 남친이 속한 작목반이란다..ㅎㅎ
여기서 나가는 최소단위인 이킬로박스인데 외상이라고는 하지만 딸기박스값만도 백만원이 넘어가는데 정말 딸기팔아 저 박스값까지 떼고 작목반 가입비 수십만원에 과연 남는 돈이 있을 지 미스테리한 것이기도 하다.
여기선 농사짓는 사람이 아니라 농사짓는 사람들에게 물품을 파는 사람들이 돈을 번다는 말을 자조적으로 하곤 하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ㅜ.ㅜ
우짜든둥 저 딸기가' 설향'이라고 우리나라 자체개발이라 일본에 로열티를 안줘도된다는 품종이고 저리 표면상 열두개가 들어가는 게 '특'
열다섯개가 들어가면 상, 스무개가 들어가면 보통이라고 한단다.
특인지 아닌 지를 감정하는 사람이 판단하는 게 아니라 저리 갯수로 정해진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된 재밌는 사실.
작년 비교 조기출하물량이 많아 엄청 가격이 떨어졌다고 다들 근심중이긴 하다만 이 경매가가 사야를 놀래키고 있다
초반에 저 박스당 최고 사만원가까이하던 경매가가 벌써 만원이나 떨어졌는데 놀라운 건 이 곳 경매가가 같은 딸기인데도 또 다른 곳 비교 만원 가까이 높다는 거다.
다른 곳 딸기를 확인해보지 못해 뭐가 다른 지는 모르겠고 소비자입장에서야 그 딸기가 그 딸기이겠다만 생산자입장에서는 당근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여기서 딸기가 안나간 날의 최고가가 여기서 나간 날의 최저가에도 못 미친다는 건 신기하기도 하고 미스테리하기도 하고 그렇다
사야가 택배를 안하기로 한 이유이기도 한데 사야도 납득안되는 걸 어찌 남을 납득시키겠냐.
물론 농산물이야 공산품과 달리 균일가가 적용되는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리 큰 차이가 난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
이유도 모르면서 뿌듯한거야 뿌듯한 거고 요즘 사야는 경매가 일이천원에도 희비가 엇갈리고 택배비 천오륙백원 차이에도 발끈하고 있다.
좋게말하면 노동의 댓가랄까, 천원의 소중함을 알게된 건데 그런 자신을 바라보는 게 조금 서글프다면 이것도 오버일까.
어쨌든 농사를 짓고 그 생산물을 출하하기시작하면서 사야는 돈버는 것에대한 고단함을 나이 오십이 다 된 이제야 절절히 느끼고 있다.
'땅을 파봐라 십원이 나오나' 하던 어른들의 그 말씀을 말이다.
더 엄밀히는 왜 예전 농사짓던 부모님들이 그 고생을 해서 자식들을 대학보내며 저 놈들은 나처럼 살지 말기를 바랬는 지도 알겠다니까..^^;;
사야네 딸기멘토, 어제 같이 밥을 먹으며 경매이야기랑 이런 저런 이야길 하다가 도대체 언제쯤 손익분기점에 들어가냐 물었더니 겨우 한동 그것도 소형을 하면서 뭘 그런 걸 묻느냐는 식으로 답하던데 무슨 취미생활이나 자원봉사도 아닌데 농사야 인건비는 포기해야한다더라도 최소이익은 남아야하는 거 아니냐구..ㅜㅜ
그 최소이익에 도움이 될까해서 초반물량으로 지인들에게 직거래를 시도해보다 또 인생을 배웠다
경매가나 택비비 그 일이천원에 희비가 엇갈렸던 사야는 역시나 그 돈에 희비가 엇갈리더라.
단돈 만원에 그 마음이 느껴져 울컥하기도 하고 또 그 돈에 섭섭해서 울컥하기도 하고...
결론은 버킹검이라고 이런 일련의 일들로 사야가 좀 단단해 졌으면 좋겠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만 사야는 여전히 '의미' ' 무의미'와 싸움중이다.
딸기를 받았던 사야의 엄마가 그것도 네 팩이 아닌 겨우본인은 한 팩을 받았다던데 격려금조인 지 오늘 십만원을 보냈더라.
농사는 짓는 입장에서 우스운 말이다만 인생은 결코 콩심은 데 콩나고 팥심은 데 팥이나진 않는 다는 것
다는 아니겠지만 대충 알기는 알겠는 데 그걸 인정하는 게 힘들어 삶이 더 고달픈 건 지는 모르겠다
아이러니하게도 사야는 농사는 처음 짓는 데 농사를 지으며 사야가 놓쳤던, 혹은 무시하며 그냥 지나가고 싶었던 문제들에 대해 이제서야 대면하는 중이다.
그것도 제대로도 아닌 끝도없는 스스로에 대한 변명을 싣고 말이다..
너무 힘들어, 어쩌다 인생이 이리 후져졌을까 스스로 묻게된 순간이 있었다.
근데 그 답을 찾으려 생각해보니 사야인생은 후졌다고 표현하기엔 잘 모르겠다만 늘 남에게 보이는 게 달랐을 뿐이지 그 비슷한 모양이었더라구
지금이나 그 때나 삶의 문제로 큰 차이는 없는 데 돈이라는 문제랑 연관되다보니 자신은 없다만 이제서야 다른 각도로 삶을 보게 된 것 같기도하다.
계속 노력한다면 딸기하우스에서는 그게 몇 만원이건 꾸준히 현금이 나올텐데 과연 사야는 그 걸로 인해 인생을 또 다르게 보는 계기가 될까..
2013.12.11. 담양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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