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가 문제이긴해도 사야가 농사를 짓는 건 엄연한 사실이므로 '농사짓는 사야'라는 카테고리하나 만들어야겠다..ㅎㅎ
딸기만 심은 게 아니라 감자도 심고 마늘도 심었다. 이름하여 복합영농..하하하
이쁜 딸기가 주렁주렁 달리는 것도 물론 이쁘다만 요즘 딸기보다 사야를 설레게 하는 게 따로있으니..
바로 이 감자싹들이다..^^
딸기는 너무 손이 많이간다고 해서 시험삼아 한동만 심고 하우스상태가 그나마 나은 이 곳엔 감자를, 보수가 불가능한 곳엔 아예 비닐을 뜯어버리고 마늘을 심었다.
마늘이야 구멍뽕뽕난 비닐에 심었으니 신경쓸 일이 없는데 이 감자는 그렇지가 않다.
딸기도 모종을 심어놓고 왠만큼 키운다음에 비닐을 씌우는데 이 감자는 거꾸로 저 비닐속에서 싹을 찾아야한다.
그동안은 싹도 안나오고 딸기키우느라 정신이 없어서 감자밭은 신경도 못 썼는데 감자싹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하니 싹을 찾아 비닐을 찢어주는 작업도 보통 일이 아니다.
보시다시피 비닐안으로 습기가 가득해서 일일히 저 비닐을 쳐가면서 찾아야하는데 사야가 일을 하는 시간인 낮에는 요즘같은 추위에도 해만나면 하우스안은 사십도가까이 되는 관계로 저 네 둔덕을 돌려면 허리아픈 건 둘째치고 땀이 비오듯이 쏟아져 눈이 따가울 정도다.
앞으로야 엄청 올라오겠지만 아직까지는 가장 많이 찾은 날이 오십개고 주로 이삼십개 수준인데 싹하나를 발견할 때마다 무슨 보물찾기한 심정으로 그리 뿌듯할 수가 없다..ㅎㅎ
감자야 땅속으로 열리니 딸기처럼 새끼손톱보다 작은 놈이 커가는 과정이야 만끽하지 못하겠지만 역시 수천개 넘게 올라올 저 싹들에게 숨을 쉬게해주는 일에 사야는 한동안 행복할 것 같다.
이 동네에 감자를 심는 집은 거의 없고 그마저도 전북에서 감자농사 오래지으신 분이 이 땅은 감자를 심을 땅은 아니시라던데 수확은 에헤라디야~ 우선은 그저 싹들이 저리 나와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기 그지없다.
얼마전부터는 이렇게 딸기 이차 꽃대가 올라오고있고 이른 놈들에게선 벌써 꽃이 피기 시작한다. 사야가 첫 꽃을 본 후 삼주정도 후에 딸기가 열렸으니 십이월중순부터는 저 꽃대에서도 딸기가 하나 둘씩 열리기 시작할거다.
저 위로뻗은, 여기선 런너라고 부르는 놈을 떼내느라 죽는 줄 알았는데 저게 뽑아버린 자리에 꽂아놓으면 결국은 또 딸기모종이 되니 초보인 사야로선 이 것도 신기하고 저 것도 신기하고 그렇다..^^
지금은 못쓰는 초를 녹이고 다시 초를 만들어가는 작업을 하며 난방을 하고 있지만 겨우내 딸기를 지키는 것도 관건이고 그냥 또 집에 오니 이래저래 맘이 복잡했었는데 어제 혼자 살면서도 딸기를 세박스나 사갔던 친구놈이 여기저기 배달했는데 다들 맛있다고 한다니 기분이 좀 낫다.
정말 남친이 쪼그리고 앉아 초를 녹이고 있는 걸 보면 짠한 걸 너머 눈물겹다..^^;;
내년 아로니아 심을 땅의 성분분석을 의뢰했었는데 오늘 그 결과가 나왔단다. 논하고 밭이었는데 거름기가 전혀없다니 지금부터 또 토양작업에 들어가야할 것 같다.
요즘은 농사도 과학이라 농업기술센터에 성분분석을 의뢰하고 그 작물에 맞는 비료를 쓰는 그런 방향이다.
각설하고 남친에게 이야기하는데 사야는 아마 로또 일등에 당첨되면 딸기농사를 또 지을 생각이다.
하나가 죽어도 별 걱정없이 이 것도 시도해보고 저 것도 시도해보고 딸기를 아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있다니까.
그래 아마 이 것도 사야에게 첫 정인지도 모르겠다.
사지도 않는 로또가 당첨되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이 이 허리 부러지는 딸기 키우는 일이라니..ㅎㅎ
2013.12.04.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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