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농사지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농부의 마음 타령이다..ㅎㅎ
정말 처음엔 몰랐는데 이 놈의 딸기가 어찌나 예민한 지 보통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왜 남친의 지인이 형님은 딸기하지 마시라고 했는 지 알것 같다.
너나 귀농하고 나는 다시 귀촌하겠다고 선언한 지 하루만에 다시 딸기하우스에서 일하고 있는 사야..^^;;
여주에 가봐야하는 데 매일 할 일은 어찌나 많은 지 걱정이 되어 발걸음이 안 떨어진다.
처음 해보는 농사니 초기엔 어찌하든 수익을 내야한다며 애면글면 했는데 이젠 무엇보다 아프지말고 생생하게 잘 커줬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크다.
미나리병인 지 뭔지에 걸렸다는 모종들을 뽑아내다보니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 지 동물뿐 아니라 식물을 키우는 것도 어차피 생명과의 교감은 마찬가지인가보다.
드디어 새끼손톱보다 작다만 딸기가 열리기 시작하니 신기하기 그지없다.
물론 저게 우리가 아는 딸기크기만큼 커지고 빨개지려면 한달도 넘게 기다려야한다지만 말이다.
사야에겐 저 것도 벅차다만 남들처럼 대규모로 하는 게 아니다보니 아무래도 하나하나 정성은 남들보다 더 들이게 된다. 보시다시피 꽃들도 꽤 많이 피었고 잎에 윤기가 흐른다고 칭찬도 받았다..^^
우여곡절끝에 이리 마늘도 심었고
감자 심기도 끝냈다. 마늘이랑 감자야 딸기만큼 손이가는 농사는 아니라지만 초반에는 엄청 힘이 드는 작업들이라 사야가 혼자 딸기하우스에서 도를(?) 닦는 동안 남친은 지인들의 힘을 빌려 이런 저런 작업들을 하는 중이다.
사야보다 신경써야할 것도 많고 하루종일 나가있는 남친은 임파선도 붓고 힘들어서 난리가 아니다. 이해못하는 건 아니다만 우왕좌왕에 어찌나 입에 욕을 달고 사는 지 딸기농사짓는 것보다 남친을 쳐다보는 게 더 힘들다니까..ㅜㅜ
미친X 널뛰는 듯한 첫번째 하우스. 어차피 다 뜯어내긴 할거다만 동네사람들마저 귀신나올 것 같다고 난리다..ㅎㅎ
이건 딸기하우스. 비닐을 갈지 않아서 구멍난 곳마다 사야가 일일히 저리 투명비닐테이프를 붙이고 다닌 흥부하우스가 따로없다.
제대로 딸기농사를 짓는 분들은 다들 우리가 저런 곳에서 농사를 지어 더 힘든 거라고 내년엔 대형하우스로 옮기라는 데 아시다시피 사야는 좀 특이한 성격이어서 그런 지 삐거번쩍한 다른 하우스보다 저 흥부하우스가 더 정겹다..^^;;
거기다 가장 중요한 사실
저런 하우스가 아니고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거였다면 애초에 시작할 엄두도 못냈을 거라는 거다.
사람을 써도 밥을 사야하고 아는 분들이 와서 도와주셔도 밥을 사야하고, 일 끝나고 밥사먹는 것도 요즘은 일과중 하나.
그제는 살 것도 있고 해서 읍내까지 나가 저녁식사를 하다가 일행중 한분이 노래방을 가자시는 바람에 장화신고 노래방까지 진출했다.
지난 번에도 썼지만 저 왼쪽에 계시는 분은 어찌나 살뜰이 남친을 챙기시는 지 거기다 사야대신 남친을 열심히 구박해주시는 관계로 그나마 사야가 여기서 버티고 있다.
아마 저 분이 안 계셨다면 사야는 딸기고 뭐고 진작에 여주갔다..ㅎㅎ
고기공놈부부 왔을 때도 그렇고 저 날도 느꼈다만 남친은 정말 음악에 대해 아는 것도 많고 흥도 있고 부잣집 도련님으로 살았다면 본인이나 남들이나 행복하게 했겠구나 싶더라.
하긴 그러니 우리가 놀고 먹으며 삼년 반을 살았던 거니 뭐 새삼스러울 것도 없구나..^^;;
물론 다음주 초엔 무슨 일이 있어도 여주에 간다. 집을 비운 지 거의 한 달. 사야도 장작이며 월동준비도 해야하고 좀 쉬기도 해야하니까.
저 분은 어차피 겨우내 여기서 일해야하는데 뭐하러 그러냐며 잠시 일박이일 다녀오라는 데 모르시는 말씀..^^;;
일도 힘들지만 가장 힘든 건 이야기했듯이 남친이고 또 이 집이다. 잠자리도 불편한데다 일하고 돌아오면 좀 편히 쉴 공간이 있어야하는 데 이 집은 그게 전혀 안된다.
물론 잠자리가 더 불편한 건 이 놈들 때문이기도 하다만 아시다시피 이 놈들은 또 사야가 여기서 날이면 날마다 삭신이 쑤셔도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되는 존재들이니까.
한 달 미친듯이 일해보니 만약 여주집옆에 딸기하우스가 있다면 정말 해볼만 할 것 같다. 지금처럼 일을 대여섯시간 몰아하는 게 아니라 오전 오후에 두 세시간 이런 식으로 나눠할 수 있고 또 돌아오면 편히 쉴 수도 있고 말이다.
자세가 불편하고 힘이 들긴 하지만 딸기농사자체는 꽃을 키우는 것처럼 의외로 재밌다. 물론 아직 가장 힘들다는 수확까지 안해봐서 미리 할 말은 아니다만 상기한 조건이라면 내년엔 대형으로 두 동(이게 나름 수익을 낼 수 있는 마지노선같은 거란다)정도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어떤 일이건 그리고 그게 얼마건 사야도 돈을 벌 수는 있다는 걸 알게된 건 참 고무적인 일이다.
자식을 교육시키거나 시집장가보낼 일도 없고 체면유지비같은 것도 필요없는 사야로선 남들처럼 크게 욕심낼 일도 없고 (농사를 지으면서도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에 의외로 또 놀랬다) 스스로를 책임질 수는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이랄까.
이왕 발을 들였으니 최소한 이번 딸기농사는 잘 마무리 지어야하는 데 딸기는 한번 열리면 사오개월은 붙어있어야한다니 고민이다.
그럼 이 겨울부터 내년 봄까지 내 여기 붙어있어야한다는 이야긴데 주거요건이 무척이나 중요한 사야로선 그 오랜 시간을 여기서 버틸 자신은 없다.
혹시나 궁금해하실 분들 있을까봐 덧붙이자면 잠을 못자는 것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피곤에 쩔어 맥주 몇 잔으로 잠들어 보려는 노력도 매번 실패로 돌아갔다..^^;;
우짜든둥
내려와서 딸기농사뿐 아니라 밥까지 챙겨준다는 말에 남친어머님은 고맙게도 사야의 존재를 모른척 해주시는 중이고
무엇보다 사야가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는 울 새깽이들이 사야를 매일 봐서 행복해하고
인생을 '현재' 그러니까 영어로 '선물'로만 살 수 있다면 사야의 그 '현재'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
2013. 10. 26. 담양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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