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농사짓는 사야

풋농부가 된 사야..ㅎㅎ

史野 2013. 10. 13. 23:43

오랫만에 제대로 소식 전한다.

얼결에 사야는 농부가 되어버렸다.

 

오년전인가 장성에 내려올 때부터 마음가짐 같은 건 있었기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만 어쨌든 하루 다섯시간을 허리도 못 펴고 죽어라 일이란 걸 하고 있다.

 

육체노동이 두려운 인간은 아닌지라 이 악물고 한다만 삭신이 쑤시는 건 상상 이상이더라니까..ㅎㅎ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모종도 심고 저리 비닐씌우는 작업도 하고.. 남들은 네 다섯 동도 하는 데 겨우 한동하면서도 벅차다.

남친이 시작한 일이다만 와서 돕겠다고 하라고 부추긴 게 사야..ㅜㅜ 이리 많은 노동력과 집중력이 필요한 일인 지는 몰랐다.

 

 

 

거기다 이 젠장할 놈의 하우스..ㅎㅎ

워낙 후져서 싼값에 빌렸고 시험삼아 해보기엔 적당한 가격이라고 생각했는 데 왠걸, 싼게 비지떡이라고 돈 들어갈 곳 손 갈 곳이 너무 많아 후회하고 있는 중이다.

 

뭐 어쨌든 역시 경험이다.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런 하우스를 빌릴 일은 없을 테니까.

 

 

 

사야가 가는 곳에 꽃이 빠지면 안되지..ㅎㅎ 바쁜 와중이지만 나가서 화분 몇 개 사왔다.

 

 

 

딸기하우스가 위치한 이 곳은 참 아름다운 곳이다. 허리가 너무 아파 일하다 나오면 이리 환상적인 장면이 눈에 들어오는 곳.

썼듯이 남친집부터 하우스까지 13킬로 정도인데 그 길이 너무나 아름다와 일하러 갈 때마다 소풍가는 기분이다

하긴 뭐 '참'으로 자주 김밥같은 걸 싸가긴 한다..ㅎㅎ

 

 

 

 

 

 

 

 

 

 

그 와중에도 사야에게 인생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므로 맛있는 것도 열심히 해먹는다.

물론 일하고 나면 너무 힘들거나 도와주신 분이 있을 때는 사먹고 들어오는 날도 꽤 있지만 말이다.

여긴 접시도 없고 플라스틱그릇에 난리도 아니다. 마트나간김에 중국산이나마 그릇 몇 개 샀더니 사얀 또 영국산 본차이나 도자기를 산 것 만큼 기분이 좋다..^^

 

 

 

사야의 업그레이드된 침대. 남친이 에어매트리스를 사서 저리 만들어줬는 데 울 새깽이들의 테러로 난리가 아니다. 숙면을 못 취하는 이유중 하나가 네 놈이 옆에와서 난리치는 것도 있다는 걸 인정..^^

 

 

 

 

저리 남친옆에 온 몸을 다바쳐, 할 것 같은 호박이도 사야가 방으로 들어가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들어와 사야곁에 누워 남친이 배신감을 느낀다지..ㅎㅎ

우짜든둥 울 새깽이들은 한번 나가면 한달이건 안 나타나던 사야가 매일 나가고 매일 나타나는 이 상황에 무진장 행복해 하고 있는 중이다.

 

 

 

 

사진으론 그 느낌이 제대로 살진 않는다만 초승달과 금성인가 청명하던 그 날,

딸기농사로선 남친의 멘토랄 수도 있는, 고기공놈과 동갑인 애에게 아름답지 않냐고 물었더니 뭐가 아름답냐고 귀신나올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오더라..하하

 

그래 어쨌든 사야는 농사를 짓는다.

얼결이라 이게 장기전이 될 지는 모르겠다만 일단은 일년 가까이는 여기 올인하게 될거다.

위에 썼듯이 오년 전 장성에 내려올 때도 그 비슷한 기분이었는 데 그래 결국 이리 농사를 짓게 된다.

뭐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솔직히 장성을 떠나오지 않고 미리 시작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 플러스 약간의 분노..

그 많은 돈을 쓰고는 결국 또 이 땅으로 돌아왔으니 말이다.

 

뭐 그간 사정이야 어찌되었건 사야는 다시 이 땅에 섰고 그게 일년 기간제라도 농부의 길에 들어섰다니까.

일이 끝나면 매일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다만 삭신이 쑤시던 것도 열흘이 넘으니 사라지고, 어린 시절 느꼈던 그 백미터 달리기의 공포같았던 거리감도 사라지고..

사십도를 왔다갔다하는 비닐하우스에 있다보면 왜 여기 앉아 이 짓을 하고 있는 걸까 안 묻는다면 거짓이다만 취미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고 먹고 살려고 하는 일이다보니 숭고한 마음도 든다니까.

 

아무리 미친듯이 일하고 술을 마실만큼 마셔도 잠을 못자는 날들은 또 계속 된다만 일은 그래도 재밌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이 일을 통해 사야는 수익이라 걸, 결국 돈을 벌어야한다는 거다.

아무도 열받게 하지않고 아니 더 나아가서는 아무도 속이지 않고 본인의 생각과 노동력만으로 먹고 살 수 있다면 참 감사한 일 중 하나겠지?

그래 사야는 그 길을 어쨌든 들어섰다니까..ㅎㅎ

많이도 아니고 딱 그 일한 만큼의 결과를 얻고 싶은 데 그게 가능한 지는 두고 보자.

역시나 초보인 남친은 자꾸 내년에 승부를 보자는 데 사야 생각이야 올해 못 보는 승부를 언제 내년에 보냐고요

사야는 간절히 이번 판에 승부를 보고싶다니까!!

아 정말 얼결이긴하다만 이 놈의 딸기 간절히 잘 키우고 싶다.

 

농사짓는 사야를 응원하러(?) 고기공놈부부가 다녀갔는 데 그 사진이나 사연은 또 사야가 자판 두드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길 때 올리자

역시나 그 놈은 하우스만 보고도 놀래던 데 사야 정말 잘 해낼 수 있을까나.

 

 

뭘 묻나 그대

당근 잘 하겠지

 

 

 

 

 

2013. 10. 13. 담양에서.. 사야.

 

  

 

'6. 농사짓는 사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야의 첫 딸기..^^  (0) 2013.11.10
농부의 마음  (0) 2013.10.26
귀농에서 다시 귀촌으로..ㅎㅎ  (0) 2013.10.19
고기공놈 부부 그리고..  (0) 2013.10.16
남친의 새로운 시도  (0) 2013.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