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농사짓는 사야

남친의 새로운 시도

史野 2013. 9. 10. 17:21

지난 수요일 담양에 내려왔다.

친구놈이 포도주배달온 김에 그 차를 타고 강남 센트럴시티까지 와보니 정읍행은 심야버스하나 남았길래 8시 사십분 전주행 버스에 탑승. 놀라왔던 건 전주행 버스는 십분에 한번씩 있더라. 세시간 가까이나 걸리던데 그 정도로 왕복인구가 많나.

 

한동안은 남친이 데리러 와주고 데려다주고 해서 잊고 있었는데 정말 여주에서 이 곳까지의 교통편은 너무나 불편하다.

중간에 우여곡절이 있긴했지만 집떠난 지 여덟시간만에 도착. 승용차로는 세시간 반 거리인데 정말 무슨 수를 쓰던 해야지..ㅜㅜ

 

 

 

사실 내려올 생각이 없었는데 서둘러 오게 된 이유는 저 것. 남친이 드디어 비닐하우스를 임대했다.

아직 농사지을 종목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찬찬히 준비할 생각이었는데 어찌 저렴한 가격에 나와있는 비닐하우스가 있다길래 시도를 해보는 게 가만히 있는 것보단 나은 것 같아 임대하게 된거다.

싼게 비지떡이라고 비닐하우스도 작고 시설도 형편없어 보수비용도 들겠다만 그래도 기회이기도 하겠더라구.

시험삼아 한동만 빌려볼 생각도 했는데 한동만 빌리기도 어려운데다 가격이 싸서 세 동을 함께 임대.

 

 

 

크기는 작지만 길이는 다른 하우스랑 비슷해서 백미터정도 된다더라.

 

 

 

짜잔! 지난 금요일 우선 한동에 이리 딸기모종을 심었다. 한줄에 천개씩 총 육천개란다.

사실 한동을 하면 수익내기가 힘들다는데 경험도 없고 일손도 부족하니 한동이라도 해보는 게 낫겠다란 생각.

 

남친이랑 사야가 심은 건 아니고 전문인력단이 하신거다.

사야가 서둘러 내려온 이유는 아침 일찍 나가는 남친대신 울 새깽이들을 보살피는 게 주 목적.

 

그제 재미삼아(?) 대형으로 다섯동이나 한다는 이웃의 모종캐는 일을 세시간넘게 도와줬는데 진짜 농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라. 사야가 마당에서 잡초뽑고 꽃가꾸고 하는 일이랑은 차원이 다르더라는 것.

 

어쨌든 지금 저리 모종을 심어서 내년 사오월정도까진 수확을 하고 그 다음엔 저 자리에 다시 멜론을 심는단다.

남친은 다음 달 말에 나머지 두 동엔 감자를 심고 감자를 수확하는 이삼월부터 그 쪽엔 일찌감치 멜론으로 갈아탄다나.

 

아무리 시험삼아 한다고 해도 아예 수익을 안남길 수는 없는 일이니 어찌 인건비는 건져야 할텐데..

딸기는 워낙 손이 많이 가는 농사라 한동이라도 절대 혼자서는 못한다고 겨울엔 사야도 내 내려와 있어야할거라고 주변에서 겁주더라만.

 

 

 

이번에 만든 것은 아니다만 사야가 하는 일은 새깽이들 챙기는 거 외에도 이렇게 남친 식사를 챙겨주는 일. 초밥을 만들어본 건 십년도 훨 넘는 일인데 실력은(?) 어디 안갔더라..ㅎㅎ  

그제 사야도 그 잠시 일하고 왔다고 아무것도 하기 싫던데 그리 하루종일 일하고 와서 울 새깽이들 밥까지 주고나면 정작 본인을 위해선 뭘 차려먹기는 쉽지 않겠단 생각.

 

 

 

울 새깽이들이야 당근 사야가 내려왔으니 이리 껌딱지처럼 잘 때도, 지금처럼 자판을 두드릴 때도 옆에서 저리고들 있다.

 

비닐하우스를 얻은 곳이 지금 이 곳이랑 13킬로정도 떨어져있는데다 첩첩산중이라 지난 겨울 그랬던 것처럼 눈이 많이 오면 렉카차도 불러야하는 곳이다.

겨울에 왔다갔다하는 것도 힘들겠지만 딸기를 따기 시작하면 비닐하우스에서 자야할 정도로 바빠진다니 저 놈들도 걱정.

하우스근처로 이사를 가야하는 게 맞는데  네 놈이 워낙 짖어대는 관계로 마을안으로 이사갈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다.

 

어제도 비슷한 시기에 귀농하셔서 얼마전 빈집으로 이사하신 분의 소개로 집 하나를 봤는데 집은 그 분 집보다도 낫던데 도저히 남친이 새깽이들과 살 집은 아니더라는거다.

사실 사야도 특이해서 그 외딴 곳에 집을 구했던 게 아니라 울 새깽이들과 최소한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곳에 구했던 거다.

그리고 집안으로 들여놓는 것도 울 새깽이들이 너무 이뻐서가아닌 남들에게 갈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이유고 말이다. 

 

얼결에 맡게된 저 생명체들이 때론 무진장 벅차다만 당근 사야도 남친도 저 놈들을 포기할 수는 없다.

사야는 심지어 남친입에 들어가는 것보다 저 놈들 입에 뭔가 들어갈 때 더 행복하다니까..^^

가끔은 사야인생이 저당잡히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만 그때로 돌아가도 절대 바리를 개장수에게 넘기진 않았을 거구 이미 품고왔던 아끼나 씽씽이도 포기하진 않았을테니 이것도 팔자고 운명이다..ㅎㅎ 

 

사실 모든 게 돈만 많으면 뭔 걱정이겠냐만 없는 돈으로 남들에게도 피해를 덜 주고 조금 더 행복하기는 참 쉽지 않은 것 같다.

어쨌든 남친은 농지원부라는 것도 받았고 명실공히 농부의 길로 들어섰다. 거기서 사야의 역할이 어찌될 지는 사야도 아직은 모르겠다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울 새깽이들이 있는한 전혀 무관하진 않을 것이다.

 

빠른 시일내에 집문제가 해결되어 새깽이들도 편하게 지내고 남친도 일하기 쉬운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이러니하게도 남친 집문제가 해결된다는 건 사야에게 좋은 일은 아니다.

여기야 워낙 구석이라 아무도 나타나지않아 사야가 그나마 편히 지낼 수 있다만 그 쪽으로 이사가게되면 남친어머님이 자주 나타나실 확율 백프로. 거기다 지금보다 여주에서 더 멀어지기에 왔다갔다도 힘들어질테니 뭔 놈의 인생이 이리 복잡하냐..하하

 

사야가 지금 안고있는 심각한 문제도 있고 여주집 일만으로도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인데 에헤라디야~~

이러니 저러니해도 뭔가 새로운 일이 있다는 건 좋은 거고 무한긍정 사야는 역시나 다 잘 될거라 믿어 보련다

우짜든둥 딸기농사를 짓게될 지는 모르겠어도 딸기를 팔러다닐 가능성은 많다..ㅎㅎㅎ 

 

 

 

 

2013. 09. 10. 담양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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