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 놈의 인생에 이리 터널은 많은 지 사야는 다시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중이다만
그 터널이 끝나진 않았어도 사야를 배시시 웃게하는 사건이 생겨 여기 기록해 놔야겠다.
오늘 뜻밖의 생일선물이 도착했다.
사야의 생일이 6월 19일이니 두 달도 넘게 걸려 화성에서 온 선물..ㅎㅎ
물론 눈치빠른 사야는 택배가 도착하겠단 메시지를 받았을 때부터 누가 보냈는 지는 감잡았지만 막상 받고 보니 더 좋더라.
딱 봐도 본인이 생각하기에 사야에게 도움이 될 것같은 책 한권과 사야가 좋아할 것 같은 책 한권, 그리고 거기 딸린 생일축하(?) 메시지까지..
더 좋았던 건..
보시다시피 사야가 좋아할 것 같은 저 책 한권은 사야가 이미 이년 전에 읽은거다.
예전에도 쓴 적이 있는 데 사야는 같은 책 선물을 여러 번 받았다.
기껏 한국에서 힘들게 싸들고 왔는 데 다시 국제소포로 같은 책을 받는 일도 생기고, 이미 아일랜드에서 사 읽은 소설을 독일친구가 독일어번역본을 들고 나타나기도 하고, 이삼십킬로를 비행기에 싣고 가야하는 관계로 몇 시간을 심사숙고해서 골라왔더니 같은 책이 시어머니나 시누이의 크리스마스선물에도 들어있던 등등 그 아름다운 기억들.
책을 사준 놈이야 쿨하게 , 그럴 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며 다시 사준다지만, 사야에겐 오늘이 또 특별한 날이다.
어차피 선물이란 게 상대를 생각하며 심사숙고해 고르는 건데 그 많고 많은 책들중에 이리 여러 번 겹친다는 건 그들이 정말 사야의 취향을 고려했다는 의미로 들려 사야는 아주 행복하다.
사막을 건너던 상인들이 그랬을까
끝도없는 목마름과 모래와 싸우면서도 어쩌다 나타나는 이 오아시스같은 기쁨으로 그 긴 여정을 견뎠을까.
사야에게 산다는 건 참 한치앞을 볼 수 없는 지난한 싸움인데 그래도 이렇게 어쩌다 생기는 작은 기쁨으로 삶을 견디는 건 지도 모르겠단 생각.
사야는 어찌보면 참 단순하고 이런 작은 일에도 무진장 행복해하는 사람인데 왜 사야인생은 이리 숨이 막힐 정도로 힘든걸까.
아니 숨통 좀 튀라고 이런 날도 있는 거겠지? ㅎㅎ
스스로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문제들로 많이 지쳐있었는 데 같은 책 두 권을 보니 오늘은 정말 오랫만에 행복하다.
오늘 작은 행복은 또 있다.
차가없는 사야가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만 자주 지나치는 곳에 원두를 파는 커피집이 생겼다.
지난 주 우연히 보게되어 오늘 처음으로 그 집에서 원두를 샀다.
시험삼아 조금만 사며 물었더니 다행히 사야가 즐겨마시는 원두랑 비슷한 맛일 것같다.
하루 한번만 커피를 마시는 사야는 지금 원두향만 맡으며 기다리는 중.
어떤 맛일까 오랫만에 내일아침 마실 커피가 기다려진다.
만약 입에 맞는다면 멀지 않은 곳에서 맛있는 원두를 구입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작지만 고마운 행복...
2013. 08.28. 여주에서...사야
'4. 아늑한 모래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월이 시작되었다. (0) | 2013.09.02 |
---|---|
뜻밖의 손님..^^ (0) | 2013.08.31 |
첫 신호 (0) | 2013.08.20 |
32 주기 (0) | 2013.08.18 |
젊은 손님들 (0) | 2013.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