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추워서 잠에서 깼다.
예민한 사야의 목은 벌써 아파오기 시작하더라.
어제까지 안 덮던 이불을 끌어 덮고 전기장판까지 틀었는데도 천 두겹이 왜그리 종이장처럼 느껴지던 지 인간의 마음은 참 간사하더라.
더워서 나무장판에 아무 것도 안깔고 잠잤었는 데 이리 금새 전기장판으로 사용하게 될 줄이야.
아무리 시골이긴해도 쌀쌀한 것도 아니고 추워서 깨다니 참 중간이 없다란 생각.
밖은 하루종일 햇살이 찬란했는 데 최저기온이 20도 아래로 내려간 걸 보면 확실히 계절은 바뀌고 있다.
그래 생각해보니 앞으로 두 달 뒤면 이 곳은 벌써 난로를 때야한다는 것.
작년처럼 마당쇠 찾아 고생 안하려면 적당한 장작들을 구해야 할텐데 벌써 고민이다.
돈을 준다는 데도 배짱영업이었던데다 주문한 것보다 너무 큰 것들을 보내 그 고생을 한거니 올해는 미리미리 좀 알아봐야겠다.
이 곳에서 장작없는 겨울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아닐까 적응력 끝내주는 사야는 난로없이 겨울을 나놓고는 또 진화했다고 좋아할까..ㅎㅎ
어제부터는 겨우 여덟시가 넘은 시간에도 벌써 밖에 오래 앉아있기가 힘들 정도로 추운데 올 겨울도 작년 겨울처럼 혹독할까.
여주에서 보낸 세 번의 겨울이 이상기온이라는 이름하에 다 너무 추웠다.
사실 없는 사람에게는 겨울보다 여름이 견디기 쉽다.
냉방은 안해도 그만이지만 난방은 안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여름에야 냉방을 해도 바깥이랑 겨우 십도정도 차이겠지만 겨울엔 삼사십도는 기본.
거기다 혼자사는 사람의 경우, 여름엔 36도 넘는 누군가가 옆에 없는 게 다행인 계절이지만 겨울엔 간절히 그리운 난로같은 존재이기도 하고 말이다.
사야야 누구와 한이불 덮고 살아본 경험이 없지만 올 겨울엔 체온을 느끼며 한이불을 덮고사는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다란 생각을 해본다.
이것도 아닐까? 몇 번만 좋지 무진장 불편할까? ㅎㅎ
난데없이 추워서 잠을 설친데다 갑자기 밤엔 담배 한개피도 못 피우고 집으로 들어올만큼의 날씨가 되다보니 아직 더위가 물러간 것도 아니다만 이 겨울을 어찌 대비해야할 지..
더워서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만 두 달 뒤면 다시 난로를 피워야 한다니 정신이 번쩍 들더라니까..
물론 이 겨울은 아무도 추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만큼 뜨거운 정국이 되지 싶다. 추위에 얼어죽기보단 이 나라 상황에 열받아 죽는 게 더 빠르지 싶은 상황이니 말이다. ㅎㅎ (너 웃냐?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만 참 이상한 나라다.
그 엄청난 원자력발전소의 비리가 어마어마하다는 데도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목숨줄인 강이 죽어가고 있다는 데도 그 비리에 연루된 인간들이나 애초부터 예견되었던 사대강같은 끔찍한 일이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문제가 되는 데도 일상은 에헤라디야 흘러가는 나라다.
이집트에서 총맞아 죽는 것보다 원전비리나 사대강의 물문제는 훨씬 더 심각한 데, 그러니까 그건 사야가 여기서 얼어죽느냐 아니냐의 문제만큼 심각한데 왜 이 나라 사람들은 이렇게 태평한 걸까.
민주주의보다 중요한 게 사람의 목숨이란 걸 모르는 걸까? 아님 어찌되든 자기들은 살아있을 테니 별 상관은 없는 걸까?
사야같이 겨울이 두려운 민초에게 박근혜가 하야를 하느냐의 문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아니 그녀가 매일 금으로 도배를 하고 금만 먹고 백만년을 산다고 해도 별 상관이 없다.
패배주의 적인 지, 기회주의 적인 지 모르겠다만 '주어가 없다' 라는 말이 통해 이 오년 넘는 세월이 왔고 동조하던 정권이 계승되기도 했는 데 무슨 새삼스러운 정의?
민초들은 정의같은 건 바라지 않는 다니까. 그냥 길고 가늘게 이 삶을 유지하고 싶으니 방사능 피폭 같은 거도 말고 깨끗한 물이 필요할 뿐이다.
그러니까 제발 사기친 이명박을 잡아넣으라구!!!
미안하게도 우리나라엔 훼손된 민주주의 같은 건 없다. 그저 패거리 문화와 욕망하는 인간들의 눈뜨고 못 볼 정치놀음일 뿐.
그리고 나 그리고 너, 그러니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바로 네가 무지하기 때문이라니까..ㅎㅎ
조선시대나 일제강점기는 차치하고라도 사일구혁명부터 육일공까지 그리 목숨(?)걸고 싸우던 인간들이 대거 포진한 정치계에선 무슨 변화가 있는 데?
아마 사야도 아는 몇 사람 포함 노통을 지지하던 인간들이 알아서 정치에 손떼고 자숙해야 할 거다
아니 최소한 양심이란 게 있으면 죽어야 할려나?
우리가 최소한 가져야 할 그 양심이란 걸 대놓고 자식과 거래을 했을 때 그게 대의가 우선이냐 내 자식이 우선이냐의 문제일 뿐이다.
유감스럽게도 자식보다 대의를 선택하는 인간마저도 대의라기보단 그냥 그 '나' 를 선택하는 거다.
미안하다만 이게 사야가 이해하는 삶의 폭이다.
침묵한 상태로 너무 멀리 왔다. 침묵만 한 게 아니라 너무 많이 모른척 용인하기도 했다. 돌이키기엔 이제 불가능해 보인다.
사야는 다른 건 모르겠다만 머리가 하얘질 정도로 물문제는 공포스럽다.
강이 썩어가면 우리에게 미래란 없다. 이렇게 절박한 문제앞에서 의연한 모습들이 신기하다 못해 무섭다.
아 그러니까 또 젠장 이리 그 문제에 예민한 건 천 년 만년 살 고 싶은 사야만 느끼는 건가 보다..ㅎㅎ
20.13.08.20. 여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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