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언제는 안 괴로왔냐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현충일에 담양에 갔다가 꼬박 일주일을 채우고 어제야 왔다.
하긴 글을 올렸다 내리는 바람에 읽으신 분들도 있을테니 뭐 아실테지만 말이다..^^;;
내려간 다음날부터 남친이 오일간 꼬박 외출을 하는 덕에 남의 집에서 내 집인양 새깽이들과 뒹굴거리며 쉬다왔다.
여주에선 무기력증으로 삼사일치 설겆이를 쌓아놓기도 하고 겨우 잡풀이나 뽑고 티비만 내리보곤했는 데 남의 집에 가서는 욕실도 박박 닦고 냉장고도 청소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러다 돌아왔더니 이번엔 이상하게도 그 곳과 이곳은 별세계같은 느낌이다.
꼭 예전에 한국을 다녀오고 난 그 비슷한 느낌이랄까.
아니 환경만 그렇지 아니구나
그땐 돌아가면 가족이었던 남편이 있었구나.
그런데 이젠 그 곳이 사야가 이세상에서 힘들면 유일하게 가서 쉴 수 있는 곳이구나.
엄마품도 아니고 헤어진 남친과 내 새깽이들이 살고 있는 그 곳이..
도저히 함께 살 수가 없어서 헤어진 남친집이, 유일하게 가서 쉴 수 있는 곳이라니 사야인생이 슬프다.
문만열면 동네사람들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거실바닥에서 거기다 차만 지나가면 온 집이 흔들리는 그 곳에서 여섯 밤을 지내놓고도
그 열악한 환경에서 삼시세끼를 해먹으면서도 이 집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았던 그 마음이 아프다.
오장육부가 끊기는 것같이 울면서도 남편에게 헤어지자고 할 수 밖에 없었던 사야인생도 가엾고
거의 쫓겨났으면서도 가고 싶지 않으면 그냥 있으라고 늘 사야에게 미안해하며 왕복 일곱시간거리를 데리러 오고 데려다주는 남친도 가엾다.
우린 도저히 같이 살 수가 없는 데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구???
한두해 사는 인생도 아니고 인간사야 어차피 들여다보면 괴롭고 힘든 건 뭐 종이한장 차이일 수 있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다만
그리고 덤으로 사는 인생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자고 마음다잡는 것도 하루이틀이 아니다만
그래도 매 순간순간이 최선이어야하는 이 인생이 사야는 정말 엿같다.
아무리 강철인간도 평생을 전력질주를 하며 살 수는 없는 거니까.
그런데말이다.
그래도 나가서 마당에 물을 주고 미친듯이 잡초를 뽑고 설사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사다리까지 가져다놓고 오디를 따고 혹 지고난 장미가 다시 필까 전지까지하는,
삶이란 아니 살아있다는 건 참 지랄맞게도 너무나 현실적이다.
아니 사야가 가진 삶에의 집착이 더 지랄맞은 건가..
너무나 어지럽다.
2013. 06. 13. 여주에서...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