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늑한 모래실

사야의 아늑한 집

史野 2013. 6. 2. 01:55

 

 

어제 오후 인터넷을 두드리다 의자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왼쪽 창문뿐 아니라 거실 천창에서 쏟아지는 햇볕까지 합세해 만들어 낸 굉장히 자연스런 색감.

사진기가 좋았다면 그 색감이 더 살아났겠다만 사야는 이 색감이 그리고 느낌이 너무나 좋다.

이 집이 네모난 집이 아닌 동그란 집인 것도 참 좋다.

 

 

 

거기다 앉은 자리에서 오른쪽이 윗 모습이라면 왼쪽은 또 이런 풍경이다.

빛 색감 이런 것들에 무진장 민감한 사야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훌륭한 집은 세상에 없다.

요즘처럼 왔다리 갔다리 하는 날씨에도 이 집은 부엌창문을 열어놓건 말건 실내온도는 이십삼도 정도를 유지하는 곤조(!)있는 집이기도 하다.

 

이런 집이 꿈이긴 했다만 혼자살려고 들어온 집이 아니므로 이 집을 팔고 나가야하나 수많은 고민을 했고 그 고민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런데 역시나 그 같은 자리에서 바라다 보이는 이 광경.

사야는 짐이 많아도 너무 많더라는 거다.

한국에 돌아올 땐 겨우 32킬로를 들고 왔고 받은 짐 중에도 가구는 하나도 없었는 데 어쩌다 저리 짐이 불어나 버린 걸까

 

물론 사야에게 저 많은 짐들이나 배치는 많은 의미를 지닌다.

나름 삶을 견뎌내는 노하우랄까.

혼자사는 사람이 이런 저런 곳에 의자같은 걸 배치해 다른 기분을 갖는 건 우울증타파의 기본인 기분전환이나 그 상황에 몰입해 있지 말라는 상황변경에 해당한다.

 

 

 

여태 사야를 버티게 해 준 건 저 난롯불이었다고 생각했는데 난로를 피우지 않은 이삼주정도도 여전히 밤시간은 편안하다.

다른 이야기가 아니고 사야는 날이면 날마다 그러니까 매일매일을 이 집에서 감탄하며 살고 있다

결국 사야인생에서 기적적인 일이 일어나는 요즘 이 집의 영향이 아주 크다는 이야기.

 

가끔은 이 공간이 혼자살기에 딱 좋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시 누군가가 이 공간에 들어온다면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하니 사람마음 참 재밌다.

 

 

 

혼자 이 공간에서 꼬박 칠개월을 버텨내다보니 한국티비를 보고 자주 한국어로 전화를 하는데도 꼭 여전히 외국에 살고 있는 기분이다.

밤마다 돌아올 누군가가 없다는 적지않은 차이가 있긴 하지만 하루종일 혼자인 건 사실 사야에게 너무나 익숙한 삶이니까.

아무리 교통이 불편하다고는 하지만 서울가는 데 비행기를 탈 필요도 없고 가끔씩은 누군가가 나타나고 자주 안부전화도 받는 이 곳의 삶이 어찌보면 덜 외로운 건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아 물론 날이면 날마다 밤이면 밤마다 그게 몇 시건 짜증한 번 없이 전화를 받아주는 전 남친이 있으므로 슬프게도 이게 꼭 맞는 말은 아니다.

 

 

 

이번주엔 착오가 생겨 나흘간이나 커피원두가 없이 살았다. 예전처럼 커피가 떨어졌다고 호들갑을 떨거나 불안하거나 하진 않았다만 사흘 정도 되니 사람이 무기력해진달까. 한번 일어나면 다시 침대에 눕는 일이 없는 사야가 낮잠을 다섯시간이나 자는 일도 있었다.

저 커피가 도착하길 기다리던 닷새 째 커피는 빈속에 마셔야하는 관계로 아침을 두시도 넘어 먹었다.  

 

그러다 생각해보니 사야에게 매일 필요한 기호식품(?) 네 개중 담배를 제외한 자몽 커피 포도주가 다 수입품이더라. 물물교환도 힘들고 시골에서 땅만 파먹고 살긴 참 힘들겠단 생각.

 

 

 

 

괭이밥을 핑계로 잡초를 뽑지않는 사야의 정원은 이제 이렇게 변했다. 처음보는 모습이라 암담하기보단 아직은 행복하다.

아예 안올라오는 꽃씨들도 있긴 하지만 작년에 떨어진 꽃씨며 지난 번에 사다심었던 꽃들이며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마당이다.

꽃씨값까지 포함 올해는 대충 삼십만원의 돈을 들였는데 계산해보니 현재 시점 사야는 매일 대충 사천원의 행복을 만끽하고 있더라

조만간은 매일 삼천원 이천원 천원의 행복, 뭐 이렇게 진행되겠지.

 

우짜든둥 시간이 지날 수록 사야는 이 집을 포기 못할 것 같다.

내놓는다고 이 특이하고 취향 독특하고, 거기다 총 백평밖에 안되는 집에 들어올 사람도 별로 없겠지만 사야야말로 거의 무에서 시작한 이 집을 포기하고 그리고 이 모든 짐들을 포기하고 갈 수 있는 곳이 있는 지도 잘 모르겠다.

 

인간에겐 정말 팔자가 있다는 걸 믿는 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이 집 저 집 옮겨다는 것도 모잘라 결혼하곤 또 이 집 저 집이 아니라 이 나라 저 나라를 옮겨다니고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조차 아직 만 육년도 안되었는 데 네번 째 집이자 생애최초의 자기집인데도 그 집에서 살아야 하나 말아야하나를 또 고민하고 있구나.

 

결론이야 어찌될 지 사야 스스로도 모른다만 무한긍정 사야는 이 집이 정말 좋다.

사람이건 집이건 궁합이란게 정말 있다면 사야랑 이 집은 최상의 궁합이다.

 

이 집을 지키면서 사야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집이란게 안락함 뭐 이런 의미이기도 한데 이 나라 저 나라 떠돌던 나라의 어떤 집마다 안락하게 만들고 실제로 감사하던 사야다만

그래도 소유라는 의미는 다르니까

이 집을 간절히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뭐 그런거겠지

인간은 누구나 편히 쉬고 싶은 공간이 하나는 필요한 뭐 그런 거 말이다.

 

 

 

 

 

 

 

 

2013.06. 01. 여주에서...사야

 

'4. 아늑한 모래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야는 괴롭다.  (0) 2013.06.13
슬픈 유월  (0) 2013.06.04
수다가 필요한 밤  (0) 2013.05.29
그래도 살아진다.  (0) 2013.05.27
자업자득  (0) 2013.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