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대견하게도 살아진다..ㅎㅎ
여전히 출구는 보이지않고 날이면 날마다 이게 마지노선이다. 더이상은 못 버티겠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하루가 살아지고 또 다른 하루가 살아진다.
결국은 내일만 걱정하지 않는다면 그 하루하루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될 수 있는 건 지도.
그래 어쩌면 당장 새 카메라나 노트북이 없으면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여전히 버텨내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일 수도 있겠다.
비오는 밖을 내다보는데 저 마당가득한 괭이밥이 저 잔디색감과 어우러져 너무나 예쁜거다. 보통 괭이밥은 오후늦게나 비가오는 날에는 꽃잎을 오무리는 데 마침 저 때 빗줄기는 잦아지고 구름사이로 불투명햇살이라도 비쳤던 건 지 신기하게도 꽃들이 열려있더라지.
오늘도 사야는 머리깨지는 일을 가지고 나름 고군분투(?)하고 있던 중이었는 데 갑자기 온 몸의 세포가 살랑거리는 듯한 셀레임과 함께 이 아름다운 모습에 탄성이 나오더라.
몇 일 전 이웃집분들은 꽃모종 얻으려고 잠시 오셨다 놀래시며 저걸 왜 안뽑고 놔두냐시던 데 저 아름다운 것들을 왜 뽑냐 울 새깽이들이 떠나 생긴 슬픈 선물이긴 하다만 오늘 비까지 오니 노란꽃 하나하나가 그러니까 수만은 함성이 희망을 노래하는 듯 하더라.
그러니 갑자기 메밀국수 장국을 만들어볼 까하는 생각도 하고 냉면육수 만드는 법을 검색해보는 일도 생기고 뭔가 맛있는 여름 먹거리들을 만들고 싶어졌다.
물론 음식이 보약이고 맛있게 먹는 게 삶의 활력소라고 생각하는 사야가 오늘만 그랬겠냐
사진찍을 의욕을 내지 못했다 뿐이지 성게알도 주문해 미역국도 끓여먹고 멍게로 비빔밥도 만들어 먹었다.
우체국쇼핑에선 수박 한개도 배달되길래 수박도 시키고 새로 물김치도 담갔다. 뭘 담그건 만들건 꼭 버리게 되어있는 데 사야가 유일하게 안버리고 다 먹는 게 있다면 물김치.
있는 재료로 대충 만들었는 데 이번에도 너무 맛있다. 문제라면 여름이 온 걸 까먹고 익힌다고 놔뒀다가 벌써 익어버렸다는 슬픈 사연이..ㅎㅎ
지난 번 샀다는 굴비로 간장조림도 만들었다. 관리를 잘 못해 버리기 일초직전인 상태였는데 의외의 성공이었다.
돌게장 시켜먹고 남은 것과 몇 다른 양념 첨가해 만들었는 데 그리 짜지도 않은 게 무지 맛있다.
엄마랑 가까이 산다면 좀 가져다주면 좋을텐데 그냥 냉동시켜버렸다.
(그래 사야는 요즘 엄마 그러니까 사야의 그 엄마 밥걱정을 한다만 이건 나중에 술취하면 다시 이야기하자)
이건 사야가 이년 전에 만들어놓았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칡잎꿀절임(?)을 뜨거운 물 부어 우린거다. 날씨도 그렇고 뭔가 따뜻한 차를 마시려다 처음 우려보니 뜨거운 차로 먹는 것보단 저리 우려 차게 먹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저리 부었는 데 결국은 반 정도 그냥 마셨다만..^^
저걸 보면서도 느낀건 데 사야는 뭔가를 만드는 과정을 좋아하는 것 같다. 아니 좋아한다기보다 시골에 살고 부터는 왠지 먹을거면 뭔가를 만들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걸 수도 있겠다.
저거야 꿀이라 괜찮았지만 만들어놓고 먹지도 않고 버린 것 말려만 놓고 먹지도 않은 묵나물등 지난 번 그 고생을 해 만든 뽀리뱅이김치도 결국은 삼분의 일만 먹고 버렸고 우렁된장도 버렸다.
아 정말 딱 만들어 나눠주기 좋아하는 맏며느리 스타일인 데 아쉽다.
아니 사야는 맏며느리 출신이구나. 거기다 사얀 손이 큰 편은 아니니 한국형 맏며느리는 아니다.
거기다 워낙 본인이 입이 짧으니 많이 하지도 않을 뿐더러 누구에게 뭘 줘도 쨈한통 수준이긴 하다만..ㅎㅎ
(정말 충격적이게도 한국에서 뭔가를 얻으면 그게 사야가 담궈 반은 버리는 딱 그 통이더라.도대체 얼마를 만들면 남에게도 그 정도를 줄 수 있는 건 지...^^;;)
그래도 이왕 한국에 돌아온 거 그게 쨈통 수준이건 종지 수준이건 아님 그냥 편안하게 건너와 한끼 먹고 가는 수준이 건 그리 살면 좋을텐데 사야에겐 그게 안되네.
오늘은 역시나 또 꼭(!) 서울에 갔어야하는 날인 데 실패했다.
서울에 가야하니 삼일 간 안 한 샤워를 하고, 일주일 간 안 한 설겆이를 하고 어쩌고 하다보니 또 떠나야할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근데 드라마를 틀어놓고 스스로를 한심해하다가 든 생각. 아니 저 풀밭을 보다 든 생각일거다.
그래 여러 정황상 한심한 건 맞다만 좀 한심하면 안되나, 하는 그런 생각말이다.
사야가 여기서 이리 혼자 잘 버텨내고 있는 데 좀 한심하면 어떠냐
집이 엉망이면 어떻고 설겆이가 쌓여있으면 어떻고 잡초가 우거지면 뭐 어떤데
넌 너와의 싸움에서 나름 잘 버티며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는 과정을 겪고 있는 거잖니.
너야말로 너를 용서하고 너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잘보여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는 그 모태 컴플렉스에서 벗어나야하지 않겠니
뭐 이런 관대함이 마구 생기더라는 거다.
제발 그만 노력하고 그만 애쓰고 살자는 생각. 아니 충분히 애쓰고 살았으니 이젠 스스로를 위로하라는 생각
첫 여름비가 내리는 날, 사야는 또 한 뼘 성장했다
삶의 경험상 어떤 느낌이 당장 자신을 변화시키진 않는다만 씨가 뿌려지면 또 어떤 방식으로든 자라더라.
그래 오늘은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고 닥달하지 않은 날.
하루에 열두 번도 마음이 바뀌는 데 또 언제 왕우을모드로 돌아가 본인을 괴롭히고 인생을 한탄할 지는 모르겠다만
그래도 오늘은 왠지 터널의 끝이 보이는 것 같은 그런 날.
여전히 비는 내리고 개구리들은 미친듯이 울어댄다.
2013.05.27.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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