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늑한 모래실

사야의 푸르른 정원

史野 2013. 5. 22. 22:38

 

 

듬성듬성한 잔디가 불만이었는 데 작년 사진을 보니 아니더라. 이 푸르름이 대단한거더라구.

저기 오른쪽이야 잔디가 아니라 거의 괭이밥이다만 그래도 이 푸르름이 참 좋다.

 

 

 

요즘 사야의 정원은 이런 꼴이다..ㅎㅎ 잔디가 퍼지고 있기도 하다만 사야가 좋아라하는 괭이밥이 저리 존재감을 과시하며 난리도 아니란 이야기다.

푸르름과 함께 저리 잘잘한 꽃이 핀 풍경을 사야가 좋아라하는 데 이게 사야의 마당에 펼쳐졌다니 믿을 수가 없는 정도.

새끼손톱만도 못한 크기의 저 꽃이 이 좁은 마당에 한 만개가 피었을라나...^^

 

 

 

여기도 저기도 괭이밥 저 작은 꽃들이 만개하니 이 마당이 큰 들판같은 기분이다. 윗쪽의 노란꽃들은 역시나 야생에서 자라는 애기똥풀들. 찔레에 치여 햇볕을 받고자 일미터 이상 자란 것들도 있더라.

 

 

 

지난 번 꽃을 사며 구입한 넝쿨장미 중 하나다. 분홍장미를 별로 안 좋아해서 망설이다 구입했는 데 저리 예쁜 색감이라니.

 

 

 

역시 함께 구입한 넝쿨장미. 위의 장미나 이거나 만개하면 주먹보다 커서 놀랬다.

어쨌든 이 놈은 노란장미라고 써있어서 나름 필 꽃들 상상해 심은 건데 이리 빨간 장미가 피어 대략 난감..ㅎㅎ

 

 

 

찔레꽃도 피기 시작했다. 아 저 빨간 장미가 이 찔레꽃이랑 애기똥풀과 어우러져 피라는 나름 고민했던 거구만!

 

 

 

이건 찔레와 장미를 섞어 개량했다는 것. 잎은 찔레고 꽃도 거의 찔레모양인데 색만 붉다.

 

 

 

저녁무렵경 그 수많은 괭이밥들이 지고나면 이런 표정. 저기서 약간 밝은 색을 띄는 것들이 다 괭이밥이다.

일부러 심은 것도 아닌 데 저 왕성한 생명력이 지금의 사야에겐 너무 고맙다.

 

아직 완벽한 모습은 아니다만 사야가 떠돌며 늘 꿈꾸웠던 정원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게 울 새깽이들이 없어서 생긴 호사라는 게 슬플 뿐이다만.

아 정말 칸나며 글라디올라스나 백합이며 갖다 심은 게 얼만데..ㅎㅎ

 

 

 

얄밉게도 꽃을 아직은 안 보여주는 으아리도 저리 풍성해졌다.

저기보이는 것도 대부분 잡초다만 그래도 저기에 투자한 시간이 대충 가늠해 봐도 삼백시간 이상은 되지 않을까.

 

 

 

대문쪽에서 본 모습. 수곽옆의 접시꽃도 저리 풍성한 모습은 처음이고 옆이나 앞의 괭이밥도 참 예쁘다.

사진으로 담아낼 수는 없었다만 이 곳에서 바라보는 마당도 꽃이 여기저기 피는 게 참 뿌듯한 광경이다.

장미 찔레꽃 접시꽃 으아리 원추리 참나리 쑥부쟁이 등등 말고도 저 안엔 봉숭아 백일홍 메리골드 분꽃 해바라기 코스모스가 잡초를 뽑는 사야의 거친 손길을 피해 또 자라고 있는 중이다. 

 

사야가 정말 좋아라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노동의 댓가가 들어간 저 마당과 울 새깽이들을 바꿀 수 있냐 묻는다면 당근 바꾼다만.

새깽이들이 없어서 누리는 이 호사를 나름은 만끽하고 있다.

 

 

 

사피니아도 저리 왕성하지만 저 앞의 코스모스들 그리고 뒤의 쑥갓들이 감당이 안될 정도로 올라오네.

무슨 일분인생같은 느낌이다. 자고 나면 싹들은 그냥 지 혼자 쑥 올라와 있더라니까..

사야도 나름 한국 돌아와 전원에는 이미 육년 차인데 하도 옮겨다녀서인 지 아님 멍청해서인 지 아직도 감을 잘 못 잡겠다..ㅎㅎ

 

차가 있었더라면 더 과한(?) 노력을 쏟아부었겠지만 지금은 이 선에서 나름은 무진장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부족하긴해도 사야는 올해 사야가 정말 갖고 싶었던 정원을 갖게 될 지도 모르겠다. 아니 지금도 보기좋고 기쁘다만 기대가 많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꾼 꿈은 아니었지만 떠돌던 사야는 늘, 아니 그 삶이 버거울 때마다 언젠가는 이렇게 꽃을 가꾸며 정원에서 책을 읽어야지 했더랬다.

조만간 이 집을 포기해야하는 날이 올 지도 모르겠다만 오늘은 그냥 그런 날이다.

개들이 없어 가능한 일이긴 하다만, 그리고 정말 노력해서 잡히는 모습이긴 하다만..

 

 

 

정확히 어제 또 난로를 피웠다.

꼭 추워서는 아니었지만 기온차가 이십도 가까이 나기 때문이다.

황토주택 특성상 하루종일 이십도 정도를 유지하고 저 불을 피웠다고 온도 변화도 없더라만 그것도나름은 노력이었다

 

 

 

어쨌든 사야는 이 괭이밥이라는 놈들 때문에 또 요즘 삶을 견디고 있다

너무 예쁘고 너무나 설렌다.

 

그 대상이 뭐건 삶을 설레게 한다는 건 기쁜 일이란 생각이고

그리고 사야는..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하루가 주어졌다는 걸 감사할 생각이다만

그게 지속적일 지는 슬프게도 아프게도 미지수다.

 

 

 

 

 

 

2013.05.22.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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