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늑한 모래실

가해자와 피해자

史野 2013. 5. 14. 18:18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하긴 뭐 지금 온 국민을 스트레스받게 하는 어떤 미친놈도 하는 짓거리를 보니 본인은 재수가 없었을 뿐이지 가해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진 않다.

사람이 살면서 억울한 일을 당할 수도 있고 또 분노하고 용서하고 할 수는 있는 일이다만 당사자는 받은 데미지가 너무 커서 망가진 상황인데 가해자는 내가 뭘 잘못했는데? 하는 것만큼 정신을 피폐하게 하는 일이 있을까?

 

아시다시피 사야는 엄마에게 철저하게 이용당한 피해자인데 사야의 엄마는 여전히 사야를 당신의 목숨보다 사랑하고 평생을 그래왔다고 믿고있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아침에 엄마랑 통화를 하고나서 달리기를 하러나갔다가 들고있던 덤벨로 누군가의 머리통을 갈겼거나 내 머리통을 전봇대에 박아버리고 싶었단 요지의 말을 한 적이 있다. 아마 사야인생에서 그렇게 과격했던 건 그때가 처음이었을거다.

 

사야가 이런 인간이 된 건 분노를 표출하지 못하고 자책하고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학대하며 버텨왔기때문이다. 다행히 올해는 엄마랑 거의 연락을 안하고 있기때문에 이나마의 생활이라도 유지하는 거지 이 상황에서 엄마와의 갈등까지 합해지면 더이상 살 의욕이 없어질 것 같다.

 

그런데 또하나의 가해자가 사야에게 자기가 뭘 잘못했냐니 미치고 팔짝 뛰겠다.

남의 개인적인 일인지라 일목요연하게 글을 쓸 수 없었던 관계로 술만 퍼마시다 어제 여기 횡설수설 떠들고는 아무도 상관없으니 미친듯이 통화가 하고 싶어 그 늦은 밤에 여기저기 전화나 돌리다 거의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전화소리에 깨보니 고맙게도 어제 통화가 안되었던 외사랑의 무슨 일있냐,는 안부전화다.

피곤이 덜 풀렸지만 오늘 할 일이 많은 관계로 일어나 확인해보니 짱가놈에게 문자가 와있다.

'내가 네게 무슨 사기를 쳤니? 잘 지내라' 순간 잠이 확 깨며 기분 진짜 드럽더라.

너무 충격적이어서 상가집가는 일도 그리고 그 잠시 만나려던 고기공놈과의 약속도 끝나고 가려던 담양행도 다 보류.

고기공놈 '언니 내 기분이 이런데 언니 기분은 어떻겠냐고, 이게 글로 설명이 될 수 있는 일이냐고 걱정하더만 글로라도 풀지 못하면 사야는 못 견딘다.

 

중간중간 수도없이 실망하고 관계를 정리하긴 했었다만 그래도 내가 이런 인간을 27년이란 세월동안 친구라고 아니 진실성이 있다고 믿었다니 이 멍청함에 다시 머리라도 찧고 싶다.

이십칠년이면 사야에게 어마어마한 시간인데 그 긴 시간을 사랑인 지 집착인 지 병인 지도 모를 남의 감정에 철저히 놀아난 꼴이라니

 

하긴 짱가놈의 그 끈질김을 누가 당하겠냐. 예전에 울 작은언니 니가 별종인거라고 그렇게 쫓아다니면 백이면 백 다 결혼한다던데  결국은 결혼안했으니 자책할 일이 아니라 스스로를 대견해 해야하는 일인 지도 모르겠다.

 

아시다시피 사야는 이십년 전 신랑이랑 결혼을 안했다면 첫사랑놈이랑 했다. 시댁은 물론 남편친구들도 다 아는 사실인데 왜 짱가놈만 자신의 불행한 결혼생활을 사야탓으로 돌리는 걸까. 이십칠년간 한여자만을 사랑한건 본인의 선택이지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그리고 그 대상으로 사야도 충분히 힘들만큼 힘들었는데 자신의 불행을 과장해 왜 타인에게 그 몫을 전가하느냐구?

블로그를 볼 때마다 사야가 남편이나 남친에게 하는 걸 보고 ' 저건 내가 받아야하는 건데' 했다는데 솔직히 제정신인가 싶더라

 

물론 힘든 결혼생활을 하는 그 놈을 보면 안타까왔던 적도 많고 잘되게하려구 조언을 했던 적도 많다.

근데 그건 다 짱가놈이 한 말이 사실이란 전제하에서다.

문제는 짱가놈이 해서는 안될말까지 사야에게 전하며 불행을 과장하는 동안 짱가놈 와이프나 가족이나 친구나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르고 그 가정은 아무문제없는 그냥 평범한 가정이더라는거다.

그동안 뭔가 앞뒤가 안맞는다는 느낌이 많이 들긴 했다만 그 놈이 그렇게 철저하게 와이프를 속이고 있는 줄은 몰랐다.

 

그리고 사야야말로 짱가놈이 이혼하고 사야랑 결혼해주길 바라는 인간이 아닌지라 크게 신경쓰지도 않았어서 더 못느낀 건지도..

물론 사야의 가치관상 저렇게 살거면 헤어지는 게 서로를 위해서나 아이를 위해서도 낫지않을까, 생각한 적도 있다만 이것도 짱가놈말을 다 믿었을 경우에 한에서다. 

얼마전 무소카놈이랑 심도있게 했다는 이야기도 이 이야기였는데 이건 그냥 한 인간과의 문제라기보다 27년이란 세월, 어찌보면 사야가 살아온 삶의 근간을 흔드는 일일 수도 있다.

 

사야의 가족이야기가 아니므로 여기 올릴 수가 없었는데 그리고 지금도 반도 못쓴 관계로 의미전달이 제대로 되는 지도 모르겠다만 여기 짱가놈이 출현한게 한두번도 아니고 이젠 이 지긋지긋한 연을 끊어야할 시점이라고 생각해 이리 자판을 다시 두드린다.

얼마전에도 사야가 남편에게나 남친에게나 아픈손가락이라고, 올렸더니 난데없이 전화해 '난 너에게 아픈손가락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라고 해 사람을 기함시키더니 아직도 본인이 뭘 잘못했는 지 모른다니 정말 분노하다못해 슬프다.

 

지난 번 짱가놈이 왔을 때 어떤 사건으로 알게된 이후 사야는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냈고 또 보내고 있다. 친구놈 표현에 의하면 술만 마시면 묻고 또 묻는단다. 이십칠년이나 알던 놈의 말을 더이상 믿을 수 없는데 아니 그동안 했던 말을 이젠 다 믿을 수 없는데 어찌 안그러겠냐구??

결국 냉정하고 남들에게 전혀 관심없는 무소카놈에게까지 확인사살을 받고보니 더 기운이 빠진다.

 

짱가놈말이 다 거짓이었다는 게 아니다. 그리고 집착이던 병이던 사야를 좋아하는 맘에 진정성이 없다는 것도 아니다.

단지 가슴에 묻어뒀어야할 것들을 여기저기 사야를 따라다니며 너무 많이 타인앞에서 쏟아내었고 답답한 삶의 탈출구로 그 감정을 너무 이용했다.  

 

마지막 부탁이다

널 오해한다고 또 변명할 생각말고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네 삶에, 네 자신에게 솔직하고 진실해지길 바란다.

거짓으로 살기엔 이 삶이 너무 짧고 또 너무 처절하다.

이십칠년의 너의 그 지고지순한 사랑은 그만 가슴에 묻어라.

그리고 네가 정말 날 사랑했다면 그만 내 삶에서 나가줘라

블로그도 제발 들어오지마

이 곳은 내가 스스로를 치료하는 곳이라 너때문에 폐쇄할 수는 없다.

내 삶에서 너를 빼낼 수는 없으나 이 모든 걸 용해시키려면 너무 많이 힘이 들것 같다.

너를 미워하지 않아. 아니 어느 의미에선 사랑한다.

일이 이렇게 되어버리긴 했지만 우리가 함께 웃고 떠들었던 시간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누구보다 네가 진정한 행복을 찾길 바란다.

나와함께여만 행복할 거라는 그 집착만 버리면 넌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야.

사년있다 또 나타나서 난 여전히 널 사랑한다, 뭐 이런 말말고

너때문에 내가족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는 말이 듣고 싶구나

사년후면 우리도 오십이다. 불혹도 넘어 지천명이야

이십칠년간 우린 진심을 나누지 못했는 데 어디까지 그 진심이 닿을 진 모르겠다만

이제 그만하자.

 

 

 

2013. 05. 14. 여주에서...사야

 

도대체 진실의 반도 이야기할 수 없으면서 어떤 식으로 글을 써야 이 모든 상황이 정리될 수 있는 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만 그리고 맨정신으로 쓰려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이야기가 안풀려 결국은 또 술을 마셨다만

사야는 이렇게라도 안하면 정말 죽는다

아니 죽고싶을만큼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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