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늑한 모래실

혼자 산다는 것 3

史野 2013. 5. 8. 14:43

 

 

세상에 단 하루만에 겨울이 여름으로 바뀌어 버렸다. 물론 자연에 사는 사야야 풍경으로 충분히 봄을 만끽했다만 햇살아래 나가 책을 읽으며 뒹굴 수 없었던게 너무 아쉽다.

벌써 너무 더워서 도저히 밖에 나가있을 수가 없을 정도다. 어젠 5시경 그늘에서 일하는데도 땀이 나더라니까.

 

 

 

파카조끼를 입고 지내다 어젠 드디어 저리 반바지를 입었다. 그리고 보시다시피 사야가 살이 많이 빠졌다. 다신 못 입을 줄 알았던 바지들이 맞기 시작한다.

문제는 요즘은 운동도 전혀 안하고 걷기도 안하고 심지어 꼬박 세끼를 챙겨먹는데도 가끔은 살이 빠진다는거다. 혹 중병에라도 걸렸나싶어 밤 11시에도 만두국같은 걸 해먹는데 그 다음날은 체중이 늘어 그나마 다행.

나참 살이 빠져 고민하는 나이가 된 건가 싶어 조금은 씁쓸하기도 하더만.

어쨌든 이젠 남자앞에서 발가벗고 돌아다녀도 안 창피하고..^^;; 근육운동만 조금 더 하면 6년 전 못했던 누드사진에 도전해도 될 것 같다..하하하

아 그렇다고 사야가 진짜 날씬해졌다는 건 아니다. 체지방율이 무소카놈의 표현에 의하면 사람이라고 부를 수 없는 수준이란다..ㅎㅎ

 

 

 

요즘 사야를 행복하게 하는 자몽이다. 자몽 조달해주던 놈이랑 끝났으니 이리 박스로 주문해 먹는다. 그마저도 사야는 회원가입이 안되어 있어 남친이 대신 주문해준다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우선 자몽쥬스를 한 잔 만들어 마신후에야 커피를 마신다. 술담배나 커피처럼 중독수준이라 딱 하루아침 안 마셨는데도 찌뿌둥하더라니까. 

정말 저 자몽의 독특한 맛은 어떤 과일로도 대체가 안된다. 하나를 짜면 딱 한잔이 나오는데 비타민C도 하루권장량보다 많이 들었다니 과일을 잘 안먹는 사야에겐 다행한 일이다.

 

 

 

그리고 다시 토마토를 먹기 시작했다. 결혼생활내내 일년삼백육십오일 냉장고에서 떨어져본 적이 없던 사야음식의 주 재료였는데 너무 오래 잊고 살았다. 김치볶음밥을 만들려다가 토마토를 넣었더니 갑자기 리조또가 되버리더라만..ㅎㅎ

 

 

 

오늘아침 처음 만들어본 쭈꾸미 연포탕. 늘 세발낙지를 주문해 냉동해놓고 쓰는데 작년엔 혼자 끓여먹게될까 싶어 주문을 안했더니 후회막심.

지난 번에 샀던 쭈꾸미로 끓였는데 맛차이를 못 느낄만큼 맛있다. 자꾸 의식적으로라도 잘 챙겨먹으려고 무진장 애쓰고 있는 중이다.

역시 문제는 저런 탕은 가능한데 찌개를 일인분 끓이는 건 너무 어렵다. 같은 거 두끼먹는 걸 싫어하는 사야로선 조금 곤혹스러운 일.

 

 

 

춥기도 하고 마당일도 벅차 미뤄두고 있던 집청소를 조금씩하고 있다. 거의 쓰레기통수준이었던 지라 보통힘이 드는 게 아니다. 지난 번 책장정리할 때도 그랬지만 티비뒷쪽 엉킨 전선들에 앉은 먼지를 보니 어찌 이러고 살았나 기가막혀 말이 안나오는 수준.

하도 묵은 때들이라 사야가 원하는 모양새가 나오려면 매일 조금씩해도 한달은 잡아야할 것 같다.

잡초뽑는 일이야 원래도 사야혼자 했었지만 남친이 만약 청소만이라도 잘했다면 우린 덜 싸웠을까. 지금도 담양에 가면 느끼는 거지만 남친은 정말 청소를 너무나 열심히한다. 그런데 부엌이며 화장실이며 집은 왜그렇게 벌써 더러운 건지 미스테리다..ㅎㅎ

 

 

 

그제밤부터 친구놈이 연락이 안된다. 과부사정 홀아비가 안다고 지난 번 사야실종되었을 때 왜그렇게 친구놈이 걱정을 했었는 지 이제야 알겠다.  

매일은 아니어도 그래도 나름 자주 연락하던 놈이 연락이 안되니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더라니까. 혼자산다는 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렇게 타인에게 걱정을 끼치는 일이구나,를 절감하고 있다. 남친이랑 고기공놈까지 노심초사하고 있는 중.

어젠 그래도 책을 읽었는데 오늘까지 연락이 안되니 책도 안 읽히고 이리 자판이나 두드리고 있는 중이다.

 

 

새끼들이 없으니 사다심은 꽃들이 저리 무사히 만개를 해서 아주 예쁘다.

 

 

 

사람마음이 간사한게 남친어머님이 장기입원하실 경우 새깽이들을 데려와야하는데 갑자기 저 꽃들 어쩌지 싶더라니까..^^;;

 

 

 

고맙게도 이런 황당한 날씨속에서도 오디가 꽤 많이 달렸다. 우리 새들이 다 먹어버리기 전에 잘 지켜야지..ㅎㅎ

 

 

 

 

사야가 좋아라하는 괭이밥이 드디어 피기시작했다. 아 저 데크도 칠해야하는데..ㅜㅜ

 

 

 

퍼지라는 잔디는 안퍼지고 저리 마당에도 잔뜩이다. 꽃이 만발하면 어떤 모습일 지 기대된다.

 

날씨가 더워지니 사야의 동그란집이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집안에선 반바지도 못입고 양말을 신고있어야한다만 그래도 벌써 시원하다는 느낌이 난다. 사야야 원래 더운 걸 잘 견디는 편이기도 하다만 한여름에 에어컨없이 살 수있다는 건 분명 복이다.

일교차가 이십도가까이 나다보니 한겨울에도 안하던 기침을 하게된다. 남친어머님도 그래서 아프셨나보다. 다행히 열이잡혀 오늘 퇴원을 하신다네.

 

친구놈에게 아무일이 없기를, 그냥 휴대폰을 잃어버린 거길 간절히 바란다.

이번일을 계기로 진짜 심각성을 느꼈다. 무슨 비상연락망같은 거라도 만들어야겠다. 그때 친구놈이 찍었다던 호러무비, 쓰러지고 몇 일만에 발견 뭐 그런 일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들더라니까.

 

 

 

어제부터 난로를 피지 않는다. 반년이 넘게 사야를 위로하던 불빛이었는데 이젠 정말 여름의 시작인건가..

 

 

 

 

 

 

2013.05.08.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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