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늑한 모래실

아 정말 어렵다, 이 삶이.

史野 2013. 5. 6. 23:54

오늘은 이래저래 너무 정신없었던 날이라 편안하게 포도주나 마시며 즐길려고 했는데 또 그게 안된다...ㅜㅜ

정신없었던 일과를 마치고 여유 좀 부릴렸더니 남친이 전화해서는 남친어머님이 입원을 하셨단다.

연세도 있으신데 입원하실 수도 있고 헤어진 남친어머님까지 뭐 그리 신경쓰냐고 할 수도 있겠다만 사야가 가진 성격적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실질적인 문제.

 

남친이 병원에 가 있으면 울 새깽이들을 책임져야하는 건 당연히 사야몫이다.

잠시 들어와서 밥도 주고 다 했다더라만 그래도 오늘 새깽이들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견주없이 밤을 보낸다니 사야 맘이 편할리가 없다.

그래서 사얀 또 이 음주 포스팅을 한다.

 

아 정말 차가 있거나 가까우면 튀어가기라도 할텐데

전화를 받은 게 아홉시가 넘었고 어차피 포도주도 이미 마시기 시작했으니 차가 있었더라도 불가능한 일이긴 했다만 개를 키우고 나서부터 단 한번도 개들만 둔 적이 없는 관계로 걱정되고 속상하고 미치겠다.

 

감기몸살이시다가 고열로 입원하신거라던 데 남친은 내일 쯤 전주로 옮겨갈 수도 있으니 짐싸 대기하라네.

워낙 강단이 있으시고 요즘 사야좋아하는 말로 멘탈갑인 분이신데 입원하실 정도라면 보통 면역력이 약해지신 건 아닌가보다.

사야를 힘들게 하신 분이기도 하지만 당신은 그래도 나름 사야에게 잘하셨고 그게 당신은 최선을 다하신거다.

쉽게 말해 최선을 다했다고 늘 우기며 징징대는 울 엄마랑은 차원이 달랐단 이야기.

물론 핏줄인 엄마에게 받은 상처나 기대하는 게 다른 관계로 비교한다는 게 우습긴 하다만 그래도 남친어머님은 사야에게 사야가 단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진심은 보이셨다.

그러고보니 울 시어머니보다 더 진실하셨네.

사야에겐 절절한 그 시어머니도 당신자식들과 사야를 똑같이 사랑한다고 눈시울을 붉히셔서 사야를 열받게 했는데 말이다.

 

 

사야에게 오늘은 참 바랍직한 날이었다.

일찍 일어났고 요즘 하고있는 공부와 집청소 마당정리까지 벅차지만 나름 잘 조절해 사실 뿌듯한 날이기도 했다.

공부하는 걸 어찌 정리해 올려야 고민하기도 했고

한시간넘게 잡초를 뽑으며 너무 암담해 욕나올 뻔 하기도 했지만 여섯시부터 시작했는데도 땀이 나올정도로 집중했던 시간이기도 했다.

머리깨다가 잡초를 뽑으니 허리는 무지 아팠다만 또 나름 복잡했던 머리가 정화되는 느낌이었달까.

 

쨌든 신기한 것

 이것보다 훨 넓은 마당을 소유했던 시어머니가 호미들고 마당에서 잡초를 뽑는 일을 단 한번 도 본 적이 없는데 사얀 왜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 걸까 독일어에도 잡초라는 말은 있는데 말이다.

너무 힘들어 허려를 펴고 바라보니 한 네 시간은 더 뽑아야할 것 같은 잡초들을 보다 든 생각이다.  

 

사야가 시작했다는 공부

늘 언어배우는 게 절실해서 대충만 하고 미뤄뒀었던 거기에 이리 장기적 관점으로 시작했다는데 무지 감사하고 재밌기도 하다만 이것도 사실 힘이 든다.

사얀 결코 무식한 인간은 아니다만, 아니 아깐 잠시 전남편이 이야기했던 ' 이런 걸 모르다니 교육의 부재다' 란 말도 절절히 떠오르더라만

어떤 책을 읽을 때 그 책이 씌여진 사회적 상황을 이해해야하는 데 사야로선 그게 아직 역부족이다. 그 뿐 아니라 이 땅에서 일어난 상황이 다른 나라랑 어떤 지 비교까지 해야하니 동해도 겁나는데 태평양에 내던져진 기분.

 

그지같은 한국교육덕분에 한자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세대이긴하다만

그래도 또 중국어 독해를 백점 맞았던 전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어 책 하나 읽는데도 단어 이해수준이 미천하다 못해 자기비하를 할 지경이다. 어원을 모르는 것은 용서(?)하더라도 문맥이해도 모른다면 그게 말이 되냐고?

 

결굴 졸업하진 못했다만 사야가 독일에서 서양미술사를 전공할 때 졸업할 수 있는 필 수 자격증중에 라틴어시험이 있었다.

그것도 크고 작은 거 두 개로 구분되었는데 큰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지

사야야 독일어로 수업듣기도 힘들고 바쁘기도 했고 중간에 아일랜드로 떠나느라 라틴어시험은 생각도 못해봤다만 지금도 그건 너무 아쉽다

어차피 어원이나 이해력 문제인데

같은 의미로 왜 한국은 석사나 박사를 딸 때 독일처럼 한문검증이 없는 건지 궁금할 지경.

한자를 모르고 동아시아를 이해 못하는 거처럼 라틴어를 모르고 서양을 이해할 수는 없다

 

그래 또 술이 만땅 취해 개인적인 이야길 쓰다 또 삼천포로 흘렀다만

오늘 사야가 검색을 해보니 이 여주는 원래 이렇다네 

사야가 칠개월 가까이 난로를 핀다고 한 적이 있는데 오늘 기상청 자료를 찾아보니 원래 여긴 시월 중순부터 사월초까지 서리가 내린다네

그러니 사야가 올해만이 아니라 전에도 여긴 칠개월가까이 난로를 핀다는 게 경험실증적 뭐 이런거다.

믈론 또 그래도 올해처럼 춥지는 않았다.

 

떠들 생각이 없던 밤이었는데 그래 또 떠든다만

일제강점기를 그 시대에 맞게 우린 조명할 수 있는가. 아니 역사가가 아니라 '나'가 한번은 더 생각해 볼 수는 없는가

우리가 생각하는 편견이나 선입견이나 이런 것에서 과연 우린  자유로와 질 수는 없는 걸까.

뭐 그런 생각을 하는 머리가 어질어질 하는 밤이다.

 

요즘처럼 세상이 급변하는 시대에 사야같은 사람이 균형있는 가치관을 갖는다는 건 정말 어렵다.

시대를 맞추는 것도 어렵지만 그 시대를 이해하는 건 더 어렵다. 아니 거꾸로인가

대단한 나인 아니다만 참 서러운 나이다

뭣도 모르면서 나이는 들었고 여전히 헤맨다

 

그래 남친어머님이 아프시단 소식에 이리 또 구구절절 떠들게 되었다만

오늘처럼 게으르고 세상을 놓은 사야가, 경험적으로 이런 삶을 살아도 나쁘진 않겠다, 라고 만 시점에서

삶은 또 사야에게 다른 요구를 한다지.

전화를 한다는 남친은 여전히 조용하고 사얀 여기 자판을 두드리며 삶을 생각한다.

 

결론은 버킹검이라고

하루종일 열심히 일하고 나름은 대견했었다니까

근데 남친 어머님이 아프다고 하시는데..

사야에겐 또 엄청난 삶의 변수다...

 

 

 

 

 

2013.05.06. 여주에서...사야

 

 

대충 수정은 했다만 오타는 사야가 술취해서가 아니라 자판이 안 먹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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