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나이 마흔중반
한국나이로는 마흔일곱이다만 아직은 만으로 다섯인 관계로 그냥 중반으로 하자.
맨날 하는 일이 자신을 마주보기며 뭐 새삼스럽게 마주보기냐만 오늘 안올리면 글올린 지 일주일이 훅 지나가버릴 것같아 팬서비스차원에서 잠시 수다 좀 떨련다.
친구아버님이 돌아가셨다니 내일저녁 거기갔다가 서울간김에 담양에 들렸다 올 생각이다.
서울땅을 밟은 지 삼개월이 가까이 되다보니 삼월부터 버스값이 오른 줄도 몰랐다. 뭐 그럴 수도 있는 일인데 그냥 멍한 느낌.
솔직히 그렇게까지 칩거(?)하고 있었는 줄은 몰랐다.
몇일 전에는 여기서 가장 가까운 상점이 있는 곳까지 걸어가 보았다. 3.3킬로니 사야에겐 껌값인 거리인데 인도도 없는 거리에 덤프트럭이 너무 지나다녀 다시 걸을 길은 아니더라.
그 길을 나선 건 담배때문! 워낙 촌구석이다보니 수면제도 참아보고 커피도 참아보고 포도주도 참아보고 뭐 나름 해봤다만 담배는 안되더라.
딱 하루를 참아본 후에 결국은 사러나가기로 결정.
근데 담배사러나가며 콜택시를 부르는 건 왠지 창피하단 생각이고 전에도 썼듯이 택시를 신앙처럼(?) 생각하는 사야도 콜택시는 너무나 싫다.
어차피 몇 대 안되니 얼굴도 다 아는 사이긴 하다만 나가자마자 또 택시타고 들어오는 것도 웃기잖냐.
그래 조금은 더 익명성(?)을 보장해줄 버스를 열심히 검색해보다가 드디어 이 곳에서도 여주읍까지 나가는 버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건 콜롬부스의 신대륙발견만큼 위대한 일이다..ㅎㅎ
지금 사야가 자판을 두드리는 곳에서 지나가는 버스가 보이는 관계로 시간까지 알아냈다. 이 불친절한 시골은 시간표도 없더라니까. 그래서 사야가 지도검색하고 거리검색하고 대충 통밥으로 지나갈 시간에 맞춰 뚫어져라 창문밖을 쳐다본 결과 앞으론 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전부터 사야는 택시비가 가장 안 아까운 사람이긴하다만 담배사러 왕복 만원을 쓰고 포도주사러 왕복 삼만팔천원을 쓴다는 건 너무 아깝다.
물론 한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걸어갈 환경이면 걷기좋아하는 사야로선 최선이다만 시골길이 더 걷기 힘들다는 반전이 있다지.
이런 글은 우선 버스를 타보고 올려야하는데 내일 타볼 걸 생각하고 가불해서 올린다..ㅎㅎ
황당한 일이 있었다.
그 콘트라베이스한다는 친구
사야의 인간관계 특성상 사야의 인연으로 무소카놈이나 이 친구놈이나 다 각자들도 만나는 뭐 그런 관계다.
그 놈이 아닌 년^^이 오랫만에 전화를 했길래 친구놈 연락안된다는 이야길 하다가 이 왠수가 친구놈에게 사야랑 잘해보라고 했다는거다.
친구놈에게 농담삼아 듣기는 들었는데 막상 직접 구체적으로 들으니 헛웃음이 나오더라.
아니 혼자지내는 사람들이면 그냥 무조건 짝해야하냐?
나참 잘 될거였으면 우리가 함께 잔, 그러니까 같은 공간에서 술마시고 밤을 지새운게 얼만데 진작에 잘 되었지
예전에 썼듯이 사얀 친구놈이 남자인 친구라서 너무 행복한데 이렇게 마구 갖다붙이는 건 정말 황당하다.
애인보다 중요한 게 친구인데 그리고 이 놈은 사야가 아는 다른 놈들과 달리 삼십대중반에 만나 친구가 된건데 이 귀한 인연을 왜 복잡하게 만들지 못해 안달인 지 모르겠다.
사야는 여전히 그런 몰아가기랄까 간섭이랄까 그런게 적응이 잘 안되고 참 속상하다.
요즘 사야를 힘들게하는 건 짱가놈 영향도 있다
짱가놈이 사야에게 무지 큰 실수를 했는데 짱가놈과의 어떤 개인적 문제라기보다 아시다시피 사야랑 짱가놈이 안지 이십칠년이 넘었다는 것.
사야가 산 세월의 반도 넘었는데, 아무리 누군가 작정하고 속이면 속수무책이라고 위로해봐도
그렇게 오래 알았던 놈이 사야에게 사기를 쳤다는 걸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다.
물론 전 남편도 넌 다른 맘을 먹고 접근하는 사람들을 절대 이겨낼 수 없는 인간이라고 수없이 경고했고 고기공놈이나 친구놈은 짱가놈을 대고 직접 경고하기도 했다만 정말 그럴 줄은 몰랐다
그래서 사야가 많이 아프다. 아니 인정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사야는 요즘 너무나 잘 지낸다. 사야의 요즘 삶의 패턴을 보면 잘 지낸다는 말이 무색하고 창피하기도 하다만
그래도 사야같은 인간이 이 곳에서 이리 무사히 지낸다는 건 사야에게 너무나 놀라운 일이다.
살내음이 그리울 때도 많지만 사야는 잠을 깨자마자 새소리가 들린다는 게 너무 좋고, 유감스럽게도 침실에서 창밖이 안보인다는 단점이 있긴해도 일어나 나오면 여기도 저기도 푸르른 나무들이라는 게 너무 좋다.
사정상 요즘은 협주곡이나 교향곡같은 웅장한 스케일의 음악은 못듣고 겨우 단품위주로 듣고 있긴하다만 그래도 음악을 틀고,
집은 쓰레기통일망정 구조나 인테리어는 대충 마음에 들므로, 그러니까 고맙게도 집안밖이 다 마음에 들므로 담배 한대 물고 향좋은 커피잔 들고 나가 마당순례하는 시간은 여전히 사야에게 선물이다.
요즘은 물론 스스로 소화해야할 일이 많은 관계로 심지어 잡초도 안뽑고 하루종일 티비만 바라다보고 있는 시간도 많다만 그 시간도 외롭거나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으니 기적같은 일이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라고 누군가 말했었는데 혼자사느니 차라리 죽겠다, 라고 말한 적은 없어도 그럴 거라 사십오년이 넘는 세월동안 믿어왔던 사야가 일단 지금은 너무나 잘 지내고 있단 이야기다.
이게 나이가 들어가기때문이라면 나이들어간다는 게 참 감사한 상황.
그래서 하루종일 티비를 보고 있어도, 아니 과장해서고 실제 그러진 않는다만 그런 시간마저도 사야에겐 의미있는 시간들이다.
말장난 같지만 아무것도 안하는 게 아무것도 안하는 게 아니더라는거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검증하고 또 검증하고 푸른 나무를 쳐다보고는 있는데 속으론 깊은 바다는 큰 파도가 없는 것처럼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더라는 거다.
그러고도 못한 생각들은 심지어 꿈속에서도 지들끼리 일을 하고 있고, 그런 상황들에 무진장 예민했던 사야는 일단은 잘 버텨내고 있더라는 것.
위에 언급했던 친구도 사야랑 오랫만에 통화하며 한 첫마디가 ' 생각보다 잘 견디네?' 였다지
사야야 이 나이가 되도록 늘 삼일도 못 버틸 인간으로 인식되어 온 지라, 친구가 놀래는 것도 당연하고 사야 스스론 대견하고 뭐 그렇다.
예전 샘이나 지금 샘이나 남편이나 병자가 아니라고 한 말이 아 정말 나를 이렇게까지 이해 못하나' 섭섭했는데 이젠 그 맘이 뭔지 알겠고 사야가 병자가 아닌 것도 이젠 확실히 알겠다 (아 이 말을 사야가 앞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할 일은 없겠다, 뭐 이런 말로 오해하진 말긴 바란다..ㅎㅎ)
사야는 아프고 그 약이 뭔지 확실히 알았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게 갑자기 알게 된 건 당연히 아니고 이런 저런 삶의 과정속에서 움터왔겠지만 이리 혼자 지내며 확신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 난리를 치면서도 사야는 단 한번도 자신을 의심해 본적이 없다. 나는 잘하는 데 세상은 혹은 남들은 왜그럴까, 뭐가 문제일까
뭐 말하자면 남탓이다만 또 그렇게만 살아왔다만 남들의 평가를 벗어나 사야 스스로 못 살지.
놀라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는 이야기다.
고맙게도 아직은 갱년기 증상도 없고 애를 안낳았으므로 팔다리가 쑤실일도 없고, 아니구나 다쳐서 양 팔꿈치가 다 아프구나..ㅎㅎ
우짜든둥 그렇게 술담배하고 정신과약먹고 버티는 인생치고는 고맙게도 아직은 건강하다. 거기에 합해 몇 년동안 딸은 가을볕에 며느리는 봄볕에 내놓는다는 그 볕에서 몇 시간을 일해도 아직은 그런 것 치곤 피부과를 안가지만 피부도 탱탱하다.
물론 여긴 쓰고 싶진 않은 문제로 사야가 무진장 힘들어하긴 한다만 그것도 잠을 못자거나 불안해 미치거나 이럴만큼 사야를 괴롭히는 것도 아니다.
세상에 잠을 못자고 불안해 미치고 이런 일만큼 또 힘들고 괴로운 일은 없으니 말이다.
삶이야 어차피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 남편을 콘서트에서 처음 만났을 때 그 남자랑 결혼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것처럼 그리고 그 남자랑 결혼할 때도 세상을 떠돌며 살 거라곤 상상도 못했던 것 처럼,
그리고 또 그 남자랑 늙어죽고 싶었지만 그걸 스스로도 못 지켰던 것처럼, 다음 달이면 만으로도 마흔 여섯이 되는 여자가 여기 이렇게 있다
남편은 정말 작심하고 떠나왔지만, 남친은 아니다.
서울에 집을 얻고 왔다리 갔다리 하고 결국 남친이 울 새끼들과 담양으로 내려가고 그 모든 맘고생과 미치고 팔짝뛰는 고생을 결국 한 건 사야다만 그리고 여전히 사야를 열받게하는 구석이 많은 남친이다만, 그리고 남친과는 남치과의 문제도 있었지만 스님과의 문제로 더 복잡해졌다나
이 모든 일이 외부적 요인은 아니었으니까
그래 사야는 그렇다
결국 또 글을 쓰다 술이 취해 원하는 이야길 하지 못한다만
그런 멍청한 년이라 이렇게 특이하게 산다만
남편이나 남친이나 죽었다 깨나도 사야가 은혜를 갚을 수 없는 인간들이란 건 인정해야겠다
그 말은 결국 또 그런 거겠지
파트너에게 뭘 은혜를 갚냐고??
사야는 지금 무진장 외롭다. 근데 당신들이 다 싫다..ㅎㅎ
마흔 일곱의 사야는,
지금 그녀에게 주어진 이 삶과 피터져라 투쟁중이다
사야가 혼자라서 외롭고, 외사랑을 해서 외롭고 뭐 그런게 아니라 진정한 삶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중이다
이길 지 질 지는 당근 모르고 왜 싸우느냐고도 묻지 마라
원해서 싸운 게 아니라 주어 졌으니 싸우는 거니까
그리고 누가 이길 지도 궁금해마라. 그건 또 시간이 해결해 줄거니까
마흔 살이 되는 게 참 힘겨웠던 사야가
다음 달에 마흔 여섯이 된다
사야는 과연 나이에 맞게 삶을 이해하고 있는 걸까
도대체 잘 늙어간다는 건 뭘 의미하는 걸까
누군가의 평가가 아니라 스스로 그걸 인정하고 싶은 사야에게
그런 날은 오는 걸까
아니라고 말했지만 사얀 사실
아주 피터지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근데 고맙게도 너무 잘..
2013. 05. 13. 여주에서... 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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