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늑한 모래실

오월의 첫 날

史野 2013. 5. 1. 21:19

 

 

오랫만에 일찍 일어났더니 아침햇살이 참 좋다.

 

 

 

작년보다 더 풍성하게 꽃을 보여주는 금낭화. 비단주머니를 닮아 붙은 이름이라는 데 어쩜 저리 예쁘게 생겼는 지.. 사다나른 꽃만보다가 저리 겨울을 이겨내고 나와 꽃을 피우는 걸 보니 기분이 참 좋다.

물론 마당의 꽃들이 저리 멀쩡한 걸 보고 있으면 울 새깽이들 생각에 낯설고 쓸쓸해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가지치기를 심하게 해서인가 그리 많이 달리진 않았지만 골담초도 꽃이 피기 시작한다. 아직 따먹어보진 않았지만 좀 더 피면 비빔밥에 넣어봐야지.

 

 

 

지천에 흔한 꽃이지만 그래도 사야가 좋아라하는 애기똥풀도 피기시작한다. 사다심거나 씨뿌리는 데도 한계가 있는 사야에겐 무척이나 고마운 존재들이다.

 

 

 

봉우리로 사 빨간장미가 둘인 줄 알았는데 막상 피고보니 저리 오묘한 색의 장미다.

 

 

 

자세히 보면 이렇다. 예기치 못한 일이라 로또라도 맞은 기분.

 

 

 

너무 작아 찍기도 힘들었다만 광대나물도 수줍게 꽃잎을 내놓고 있다. 무리지어 피면 이쁜데 아직은 추운가보다. 작년엔 가물어서인 지 못봤는데 올해는 싹이 꽤많이 올라왔더라.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이 도다리쑥국. 처음 먹어보는데 진짜 맛있다. 도쿄시절 이런 음식이 있다는 걸 알게되어 한국가면 한번 먹어보고 싶었는데 얼마만에 소원성취를 한 건지. 물론 또 이런 음식을 먹을 땐 누군가 함께라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지.

봄에만 먹는 음식이라는데 자꾸 생각날 것 같다. 냉동으로 만들어도 이 맛이 날까 궁금하다.

쑥을 별로 안좋아해서 지천에 널린 쑥을 잡초로 생각하고 사는데 아무래도 한바탕 수확을 해야할 듯 싶다. 다른 흰살생선에 응용해보면 괜찮겠다.

연포탕도 옥돔국도 다 감동이었는데 세상은 넓고 맛있는 음식은 정말 많다..ㅎㅎ

 

 

 

이 건 어제 찬란한 햇살이 들어와 장미가 빛으로 변신한 순간.

 

오늘은 점심때부터 또 스산한 날씨가 계속되어 일찍부터 난로를 피우고 류현진 야구경기를 봤다. 사실 류현진이란 이름만 들었지 한번도 투구하는 걸 본 적이 없는데 진짜 잘 던지더라. 상대투수를 열받게 하며 안타까지 칠때는 탄성이 절로 나더라지..^^

 

요즘은 해가나는 날이 많지 않아서인 지 특히 더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어젠 음주포스팅을 하느라 사진도 못 올리고 또 쓰지 못했는데 추위를 더 느끼는 것도 혼자살기 때문이더라. 친구놈 온 날은 확실히 덜 춥더라니까. 하긴 이건 심리적 문제라기보단 실제로 사람하나가 더 있으면 당연히 더 따뜻하다. 그러니 사람 둘에 개 네마리가 살던 집에 혼자있으니 당근 더 춥지..ㅎㅎ 

 

그래 결국 오월이 왔는데도 난로를 핀다. 친구놈이 안잘리는 것 세 개만 빼놓고는 다 뽀개놓고 간데다 사야도 부지런히 잔가지를 주워 나무가 부족한 일은 안생기겠다만 오월에도 덜덜 떨다 대낮부터 난로를 피우는 건 좀 서글프다.

 

 

 

어쨌든 저 직박구리 놈들 쌀에서 냄새가 나는 것도 아닐텐데 새로 놓아주는 곳은 귀신같이 찾는다. (아 유리 닦아야겠구나..ㅜㅜ)

겨우내 먹이를 먹어서인 가 요즘은 눈에 띌 정도로 마당 체류시간이 길어졌다. 물론 조금만 기척을 내도 놀라 날아가는데 새들과 친해지는 날도 올까.

 

한심한 일이 생겼다.

얼마전에 알게된 사실인데 새 도로주소명이 이웃집과 다 같은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더라는 것..

군청에 이의신청을 해서 새로운 주소를 부여받긴 했는데 오늘이 법적으로 적용이 된다는 날인데도 오후까지 없는 주소로 나오네.

아무리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한다고 해도 어찌 번지수 확인도 안하고 입구가 하나로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주소를 부여하는 지 한심할 지경. 거기다 여긴 주소판도 없어 이사오신 분들은 여주는 그런게 없나보다 했다더라...ㅎㅎ

 

덕분에 좋은 일도 있었다. 도로명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풍수지리상 마을 형세가 편안하게 생겼다고 붙여진 이름이라네.

그래 이 편안한 곳에서 사야도 조금씩 조금씩 시간은 걸리더라도 보통사람이 되어가면 좋겠다

 

 

 

 

 

 

2013.05.01. 여주에서...사야

'4. 아늑한 모래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 정말 어렵다, 이 삶이.  (0) 2013.05.06
감정소비가 많은 날들  (0) 2013.05.03
혼자 산다는 것 2  (0) 2013.04.30
추위에 지친 사야  (0) 2013.04.26
봄비 내리는 날.  (0) 2013.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