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우연하게 예전 몇 글을 읽게되었다.
사야가 도쿄 마지막 시절 '내 인생의 고비'란 제목으로 올렸던 글...
뼈아픈 후회
황지우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나에게 왔던 모든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바람에 의해 이동하는 사막이 있고 ;
뿌리 드러내고 쓰러져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 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리는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그 고열(高熱)의
에고가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거 ;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도덕적 경쟁심에서
내가 자청(自請)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나를 위한 나의 희생, 나의 자기 부정 ;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알을 넣어 주는 바람뿐
.....................
지인의 사이트에 갔다가 이 시를 만났다. 유명한 시인가본데 나는 처음 읽어본다.
모든 내용이 내 마음은 아니지만 구구절절히 다가오는 구절이 많은 시
양해를 얻고 얻어왔다.
사십평생을 단 한 번도 평범하겐 살아보지 못한 여자
그 여자가 좀 평범하게 살아보고 싶다니까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인간들이
죽어도 나는 그렇게는 행복해질 수 없는 인간이라네..
그래 젠장
나도 나를 안다고 무난한 인간 아닌걸..
그래도 좀 말해주지
너도 무난하게 살 수 있는 인간이라고 말이야
나도 지쳤거든
이제 제발 그만 애쓰고 그만 노력하며 살고 싶어..
2007.07.06. Tokyo에서...사야
그래 위에 있듯이 세계를 한바퀴도는 여행한걸 빼면 사야가 한국으로 나오기로 결심한 대충 한 삼주전 쯤 쓴 글이다
아니 글의 뉘앙스로는 고민만 하고 아직 결심을 하진 못했을 때인 것 같다.
지쳤다는 저 말이, 그만 애쓰고 그만 노력하고 살고 싶다는 저 말이 왜그렇게 가슴에 박히던 지
저 글을 쓴 지 정확히 오년하고도 팔개월이 지났는 데 사얀 여전히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
다른 글을 읽었을 때는 일관성있다고 혼자 좋아했는 데 저 글을 읽고 있다보니 그 일관성(?)에 신물이 난다
도대체 저리 힘겨운 인생을 사야는 무엇때문에 이리 부여잡고 있는 걸까
왜 날이면 날마다 피터져가며 이 인생을 견뎌내는 걸까
그 오년 팔개월동안 과연 정말 사야는 사야가 간절히 원하던 인생을 조금은 더 이해하게 된 걸까
더 많이 괴로와했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건 아닐까
사야는 왜 굳이 그렇게 힘들게 한국에 돌아왔을까
이젠 저 시가 아니라 사야가 직접 쓴 저 글이 더 구구절절히 마음에 와닿는다
안다 사야가 왜 한국에 돌아왔는 지, 누구보다 절절히 안다
그렇게 간절히 원해서 돌아왔으면, 그렇게 주변 맘아프게 하고 왔으면
조금만 더 잘 살아 줄 수 없겠니?
마흔다섯하고도 몇 개월을 살았으면 그리고 그렇게 고민하고 살았으면
이젠 좀 쿨한 척이라도 하고 살 수는 없겠니?
남들도 다 아픈 가슴 삭히며 그 상처부여잡고 살고 있는데
너도 좀 어찌 안되겠니
그리고 제발 그 놈의 노력같은 건 안하고 그냥 삶을 좀 놓아버리면 안되겠니
멋진 인간 뭐 그런 것 좀 포기해버리면 안되겠니
사실 넌 이리 술마시다 죽어도 억울할 것도 없는 인간이잖아
제발 내려놓아라
이 젠장할 삶에의 집착
그리고 제발 버려라 네가 지금보다 더 나은 인간이 되리란 그 희망도
넌 지금도 참 괜찮은 인간이고 강인한 인간이라니까
아 또 젠장
오늘 술 좀 받겠다
도대체 뭘해야 사얀 이 지루하고 힘겹고 고통스러운 이 자신과의 싸움에서 자유로와 질 수 있니
아니 뭘 더 어떻게해야 이 모든 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거니
정말 간절히 자유로와지고 싶다
이런 순간 저런 글을 읽는 다는 건 정말, 아주 많이 아프다...
2013.03.06. 여주에서...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