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묻은 신발

무작정 걷는 사야

史野 2012. 6. 7. 10:06

화요일엔 월요일에 못간 승가사를 가기로 결정.

인터넷으로 접근방법(?)을 찾아보니 쉽지가 않더라.

그래서 다시 정릉천을 걸어가 끝나는 지점에서 택시를 타기로 결정.

 

 

전 날 걸을 때는 못봤는데 벌써 접시꽃도 이렇게 피었더라. 여주집은 이제 겨우 싹나온다고 좋아하고 있는데 원추리도 그렇고 접시꽃도 그렇고 서울이 확실히 도시열기가 대단한가보다.

 

 

 

그냥 구기터널 앞에서 내려달라는데도 택시 기사분이 최대한 갈 수 있는 곳까지 데려다 주셨는데 안그랬으면 큰일날뻔. 저런 길을 한 사십분 더 올라가야하더라지.

 

오후시간이라 벌써 하산하는 등산객들이 간혹 있긴했어도 새소리 들으며 혼자 저런 길을 올라가는 기분은 정말 좋더라.

 

 

 

틈틈히 저렇게 바위산을 쳐다볼 수도 있고 아 좋다하며 오르다보니 어찌나 힘들던 지 수종사 올라가는 길이나 별반 다를게 없다지. 어느 보살님이 한분 내려오시길래 절까지 얼마나 남았냐니까 조금만 더 가면 된다시더니 이십분은 더 올라갔다..ㅎㅎ

 

 

그렇게 극적으로(?) 도착한 승가사. 도쿄살때 '조용헌의 사찰기행'이란 책을 읽었는데 거기 승가사가 등장한다. 그때야 일본사니 당연히 가 볼 생각은 못해보고 있다가 이번에 갑자기 승가사가 생각났다.

8세기에 창건된 오래된 절인데다 승가대사가 중국사람이라던가 서역사람이라던가. 어쨌든 중국에서 활동했던 그 승가대사를 모시는 절이라 이름이 승가사란다.

책에서 읽었던 재밌는 건 이 절이 비구니스님들이 계시는 절인데 이유인즉, 앞에 보이는 산봉우리 모양이 여체를 닮아서 비구스님들은 못 버텨내기 때문이라나? ^^;;

 

어쨌든 등산객이 많은 관계로 주의사항이 많이 적혀있었는게 그 중 하나가 사진촬영을 금해달라는 거였다. 관광을 목적으로 간 것도 아니고 그래서 저 문을 빼고는 사진을 한 장도 찍지 않았다.(검색해보면 여기저기 사진들은 무지많다..^^;;)

워낙 높은 곳에 있어서 저기서도 한참을 올라가야하고 대웅전에서 마애여래석불까지는 또 108계단을 올라가야하는 험악한(?) 절이긴해도  참 좋더라.

우선 대웅전에서 절을 하고( 앞으로 절에가면 108배를 하려고 백팔단주를 들고다니건만 하도 걷다보니 108배는 엄두를 못내겠다) 바로 뒷쪽에 있는 동굴속 승가대사석불에도 절하고 그 동굴안에 있는 약수터에서 물도 한잔 마셨더니 괜히 경건해지는 기분.

고소공포증도 있는데다 내려올 일이 엄두가 안나 마애여래석불에는 아래서 고개만 함 숙이고 말았다.

 

 

 

사진을 잘 못 찍어 경사가 느껴지지 않는다만 어쨌든 저 절도 자주 다니긴 쉽지 않겠단 생각. (아 사야는 지금 자주 다닐 절을 찾아다니는 중이기도 하다)

 

 

 

승가사올라가는 길에도 집들이 많던데 저 산왼쪽에 보이는 것들도 다 집들이다. 저런 산꼭대기까지 터를 닦고 집들을 짓고 싶었을까, 사야는 괜히 씁쓸한 기분이더라.

 

승가사도 좋았지만 승가사에서 만난 글귀.

 

삶의 문제

 

내 삶에 어떤 문제가 생겨났다면

그것은 내가 삶에서 배워야할 어떤 것이 생겨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금 이 순간 내게 일어나는 일이야말로

내가 지금 체험하고 깨달아야 할 바로 그것입니다

좋든 나쁘든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나를 배움으로 이끌기 위한 목적으로 나타납니다

배움과 경험을 회피할때 삶은 둔화되지만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배울때 삶은 성장합니다

 

법상/군종법사

 

요즘 연타를 맞는 사야에게 너무나 필요한 말인데 글귀도 인연이라더니 때마침 저 곳에서 저런 글을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쭈그리고 앉아 적는데 마침 목탁소리도 나고 감사한 마음.

 

저 글귀를 계속 생각하며 하산해서는 불광역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미리 알두었던 집근처오는 버스에 몸을 실었더니 그때부터는 얼마나 피곤하던 지 눈이 저절로 감기더라지. 친구전화에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보니 집근처를 뱅그리도는 버스더라. 그나마도 어디 저 구석에 나를 내려놓고(?) 가는 노선이었다. 이것 저것 구경하며 걸어오는데 글귀만큼 반갑게 눈에 띄던 수산집.

우럭회하나 떠달래서 절대 피곤해서가 아니라 회가 상하면 안되니까..ㅎㅎ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

맛있는 거 먹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어디있는가 혼자 회 한접시 다 비우고 포도주 한 병 비우고 기절하듯 쓰러졌지만 그래도 두루두루 행복했던 하루.

 

 

2012. 06. 05 북한산 승가사를 다녀와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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