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전날의 산책 후유증(?)이 가시지도 않았건만 또 길을 나섰다. 원래는 승가사를 가볼 생각이었는데 배달시킨 물건이 조금 늦게오는 바람에 그냥 정릉천을 따라 걸어보기로 결정.
정릉천은 저렇게 내부순환도로 밑을 따라 걸어야하는 지라 솔직히 걷고 싶다는 생각은 못했었는데 일요일 고기공놈과 반대방향이긴 해도 그 아래를 걷다보니 그늘이 져 의외로 시원하고 괜찮더라는 것. 저 곳이 청계천에서 정릉천으로 꺽어지는 바로 그 지점이다.
걷다가 만난 오리가족. 지난 번 인사동쪽 걸어다닐 때도 오리가족이 있었는데 오리들은 아무때나 새끼를 낳나? 아시다시피 사야도 장성에서 오리들을 키운 적이 있는데 금방커버리더라. 아 그러고보니 울 오리들은 잘 사는 지 궁금하다. 오리를 맡아 키워주시기로 한 분과 연락이 끊겼으니 생사를 알아볼 방법도 없네...ㅜㅜ
어 여긴 벌써 노란코스모스가 피었나 신기해 했더니 잎모양이 금계국종류인 것 같더라.
여긴 벌써 원추리가 피기 시작했다. 청게천이나 성북천이나 정릉천이나 원추리가 어마어마하던데 이제 피기 시작했으니 조만간 볼만하겠다.
사야는 장성시절부터 산에서 한두뿌리 힘들게 캐다심었는데 서울엔 지천인 걸 보고 저게 저렇게 흔한 꽃이었나 피식 웃음이 나왔던 기억.
저런 식으로 물줄기가 흐르게 해놓아서 잠시 눈감고 물소리에 귀기울여도보고..
이런 식으로 해서 윗 사진처럼 물이 내려가는 건데 인공적이긴 해도 나름 괜찮더라.
아직 덜 조성된 느낌이긴 해도 저런식으로 벽분수도 있어 나름 시원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문제는 이번 5월의 서울 강수량이 평년의 십분의 일밖에 안되어서인 지 물이 너무 마른 느낌이라 전체적으로 삭막했지만 말이다.
청계천에서 꺾어진 지 오십여분 만에 저렇게 마지막 지점에 도착. 올라가보니 별거 없고 계속 걸을만한 상황도 아니어서 그냥 턴을 했다.
월곡역에서 가까운 지점이라나. 집에서 출발로는 한시간 20분 정도. 그러니까 성북천이나 청게천상류쪽보단 조금 짧다.
갈때는 못봤는데 저렇게 누군가가 정성스레 꽃을 가꾸고 있더라 광선이 안좋아서 그렇지 실제로는 무지 예쁘다.
뒤로 아파트가 조금 거시기하긴해도 저런 집들은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요즘 서울에 다시와서 여기저기를 다니다보니 그래 서울은 내 고향 맞구나, 란 생각. 추억과 그리움이 산재하는 고향은 정말 좋은 거다. 사야가 제 2의 고향이라고 생각했던 독일에 다시 간다면 지금은 어떤 느낌일 지..
사야가 걸은 길은 자전거도 다니는 길이었는데 건너편은 보행자만 다니게되어 있어 돌아오는 길은 그 쪽으로 걸었다.
그렇게 세 시간 가까운 산책을 마무리하고 조금 더 걸어가서 사야가 좋아한다는 그 냉면집에서 회냉면을 한그릇먹고 또 한참을 걸어 장도 보고 미니화분도 두어개 사 집으로 돌아오니 집떠난 지 정확히 다섯시간만이더라는..^^;;
2012.06.04 정릉천을 걸었던 날......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