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에 다녀왔습니다.
보통은 이박삼일 머무는데 이번엔 일도 있었지만 너무 아름다와 도저히 떠나올 수가 없었답니다..ㅎㅎ 병원가는 날만 아니면 더 머물고 싶더라니까요.
날씨는 덥지만 황토주택특성상 안은 어찌나 시원하고 청량한 지 답답한 원룸에 있다가 가니 그 느낌이 진짜 좋더라구요.
지지난 토요일 강풍과 비가 억수로 내리던 날도 갑자기 여주가는 차에 올랐었죠. 그럴때면 정말 새깽이들이 너무 걱정되고 보고싶고 그렇거든요. 비도오고 가는 길에 들고 갈 수 있을만큼만 꽃을 샀답니다.
그때는 산벚꽃도 진달래도 만발했었는데 이번에 가니 일주일도 안되어 풍경이 또 확 바뀌었더라구요. 제가 심은 저 진댈래나무는 다행히 자리를 잘 잡았습니다.
그 사이 논들도 다 갈아놓고 산벚꽃은 졌지만 나무들은 더 싱싱해졌습니다. 아 진짜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구나, 를 절실히 느꼈습니다.
저리 논두렁에 조팝나무꽃 가득하고 앞집의 복숭아나무에도 복사꽃 아름답게 피었더라구요. 앞집남자 별로 안좋아하지만 저 나무에 올해는 맛좋고 탐스런 복숭아가 주렁주렁 달리길 빌어주었습니다..ㅎㅎ
비맞아가며 심은 안개꽃과 솔체라는 저 보라색 꽃도 참 이쁘게 자라고 있더라구요.
저 마차뒤로 보이는 건 으아리. 작년에 이지님이 추천해주셔서 늦게 화분하나 사다심었는데 저리 왕성하게 다시 자라고 있네요. 역시 기대만땅입니다.
모란일까 흥분하다 매발톱인 지도 모르겠다던 꽃의 정체는 결국 저리 이쁜 금낭화였습니다. 말하자면 올해 자발적으로 꽃을 피운 첫 손님인 셈이네요. 하나는 저리 이쁘지만 하나는 새깽이들에게 처참히 짓밟혔다는 슬픈 사실. 꽃과 개를 함께 기르는건 정말 대단한 인내심을 필요로 합니다. ㅎㅎ 이번에 보니 제 소원이던 잔디밭은 처참하게 망했더라구요.. 하긴 말만한 놈들이 끊임없이 볼 일을 보아대니 견녀내기도 쉽지 않겠죠..^^;;
역시 비오는 날 산을 헤집고 다니다 발견해 옮겨심은 할미꽃도 자리를 잡았습니다. 사실 할미꽃 옮겨심기가 참 어려워 많이 망설였거든요. 아빠산소옆에 피어있었던 꽃이어서인 지 제게 할미꽃은 아빠이자 그리움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제비꽃은 이리 울타리가 살짝 바깥쪽에 몇 개가 줄지어 피었더라구요
결국은 이렇게 다시 황금마삭줄도 일일초랑 데모루도 몇 개 사다 심었습니다. 당장은 어찌 못하더라도 내려갈때마다 몇 개씩이라도 가져다 심어볼까 생각중이구요.
월요일에 일을 하다가 잠시 바깥탁자에 앉아있는데 저 산 오른쪽으로 나뭇잎들에 걸린 햇살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넋을 놓고 앉아있었네요. 물론 사진찍을 생각도 전혀 못했구요.
이 아름다운 변화를 매일 느끼지 못한다는 게 아쉽기도 하고 또 이리 아름다운 곳에 집이 위치하고 있다니 행복하기도 하고 뭐 그런 감정이었네요.
집 뒷쪽으로 지금 골프장이 들어설 계획이라 이 아름다운 풍경이 과연 계속 유지될 지는 미지수지만요. 제가 자랑하는 모래실의 반딧불도 올 여름엔 못 볼 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하니 참 슬픕니다.
골프장을 어떻게 반대해야하나를 한동안 무지 고민했었는데 방법이 별로 없더라구요. 그래서 저혼자 피해보상금을 거부하는 걸로 그냥 의사표시를 하고 끝냈습니다. 딱 저하나 거부했다던데 지하나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냐고 비웃더라지만요..-_-;;
서울의 풍경과 달리 여주집에선 밤에 그저 이리 창문에 방안풍경만이 어렴풋이 비칩니다. 또 일주일전과 달라진 큰 변화는 개구리들이 우렁차게 울어댄다는 겁니다. 그 소리마저도 얼마나 정답던지요. 난로에 불은 불대로 피워놓고 문열어놓고 개구리소리에 귀기울이고 뭐 그런 시간들.
물론 자연도 아름답지만 모래실이 늘 그리운 건 이 울 새깽이들때문이지요. 비피할때가 없는 것도 아닌데도 비만 내리면 걱정되고 특히 더 보고싶고요. 지난 수요일엔 남친이랑 연락이 안되어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비오는데 남친이 사고라도 났나 걱정되기도 했지만 새벽까지 밥도 못먹고 집에 혼자들 있는 건가 생각하니 정말 미치고 팔짝 뛸 것 같더라구요. 특히나 비오는 날 호박이는 집에서 안나가는데 이상하게도 집안에선 대소변을 참거든요
세상에서 아마 저를 가장 사랑하는 존재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울 저 호박이표정' 안그래도 좁아죽겠는데 할머니까지 왜그래?' 이러는 것 같지 않습니까? 하하 오랫만에 목욕들하고 제 사랑을 맘껏 누리는 중입니다. 손은 둘인데 머리는 넷이니 아주 죽겠습니다..ㅎㅎ
벌써 세 달인데 아직도 떼어놓고 나오는 마음은 늘 미어집니다.
아 사진에선 전혀 느껴지지 않지만 사야가 조금씩 체중감량에 성공하고 있습니다..ㅎㅎ 시간이야 좀 걸리겠지만 십킬로 감량은 꼭 성공해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번 비맞으며 이틀간 일한 후 부터 몸살끼가 있는데 이주가까이가 되도록 낫질 않네요. 그래서 일요일엔 남친이 다닌다는(제가 숯을 사다달라고 부탁했던) 찜질방에 따라갔었습니다. 당근 서울 찜질방을 예상하고 갔는데 오마이갓 이건 완전 예전 어머님들 다니시던 한증막수준인겁니다 (아 가본 적은 없습니다만 그냥 느낌상..ㅎㅎ) 이글루같은 굴을 만들어놓고 출입문까지 벽돌로 막아 안에 참나무를 때는 아주 전통적인 방식인데 참 신기하더라구요.
집에서 가까운데도 그동안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니 억울할 지경이더라니까요..ㅎㅎ 앞으론 종종 애용하려구요.
아 그러고보니 벌써 오월인데 올핸 저 마당에서 아직 한번도 바베큐파티를 안했네요. 왁자지껄했던 모래실이 이리 조용하니 울 새깽이들이 더 외로움을 타는 건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상 어제 왔는데도 또 모래실이 그리운 사야의 모래실보고서였습니다..
다음 번에 가면 또 어떤 모습일 지 벌써 설레이기도 하고요..^^
2012.05.02. 여주를 다녀와 서울에서...사야
이 맘때 늘 한 번씩 듣고 가는 노래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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