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꽃이 만개했건만 여주에 가니 여전히 사야의 봄은 사야가 가둬놓은 그 방안에 머물고 있더라.
주말에 여주에 또 다녀왔다. 일요일에 가볼 곳도 있고 해서 예정에 없었던 일.
새깽이들 하나가 설사를 한다고 해서 가보긴 가봐야했지만 나도 여러가지로 힘든데다 나름 일정이 있어서 주말엔 움직이기가 어려웠는데 일요일 점심에 올라와야한다는데도 토요일에 내려오라는 남친.
오라고 소리는 간혹 해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 걱정도 되고해서 토요일오후에 결국 여주가는 차를 탔다.
얼마전부터 그런 이야길하긴 했는데 장성어머님께 다녀오고 싶다는 거다. 어머님은 지금 담양에 계신데 남친은 늘 장성에 다녀와야겠다고 말하곤 하는 것도 신기.
큰 일이 아니어 다행히다 싶으면서도 어찌나 마음이 싸하던 지..
그래도 돈도 벌고 개들도 있고 익숙한 집에서 혼자 나와있는 나보단 나을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지난 번에 내려갔을 때 본인이 우울증인거 같다고 했었는데 아마 남친도 나처럼 적막강산, 우울하니까 유일한 가족인 어머님이 뵙고 싶었을 거란 생각.
오늘 정신과 선생님 적막강산이란 표현 참 적절한 표현이라고 하시던데 인간이 누구나 외로운 존재이긴 해도 가족이 있고 없고는 참 대단한 차이인 듯하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아프다는 게 어떤 걸 의미하는 지 너무나 잘 아는 사야는 어찌나 그가 안쓰럽고 또 미안하기도 하던 지.
외로운 삶을 보내고 종교적인 분위기에서 자라나 내공으로 따지면야 남친이 나보다 한 수 위라 어찌보면 쥐가 고양이 생각하는 격이다만 그래도 간절히 남친이 이 위기를 잘 극복하고 아니 우리 둘 다 이 위기를 잘 극복하고 적막강산같은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되기를 간절히 빌고 또 빈다.
남친은 정말 착한 사람 그리고 참 좋은 사람이다.
요즘 여러상황이 너무 복잡해서일까 여주에서 ' 아 서울에 가야하는데 하며' 초저녁에 잠시 잠이 들었다가 정말 특이하고 이상한 꿈을 꾸게 되었는데 울 선생님도 너무나도 흥미롭고 재밌는 꿈이라며 해주신 말씀이,
심도있게 분석해 들어가면 할 말이야 많겠지만 왜 그런 꿈을 꾸었는 지를 스스로 이해하는 것도 정확해보이고 나름 다 괜찮다는 거다.
그러니까 나의 무의식을 나는 아주 조금이나마 인지하고 있고 억지로 참지 않으며 그래서 결정하고 행동하는 걸 후회하지 않는다는 대충 그런 이야기? (아 이건 내 해석이다..ㅎㅎ)
다시 강조하지만 내가 정신과매니아인 이유다. 그런 꿈을 왜 꿨을까 몇 날 몇 일을 고민만 했을텐데 선생님을 만나고 나니 정리가 되는 기분. 하긴 이것도 사람마다 굉장히 차이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그 꿈을 그런가보다하고 잊어버리고 말지 몇 날 몇 일 생각안 할 테니 그런 사람에겐 당근 정신과가 필요없지..^^;;
정신과까진 갈 건 아니자만 -_- 애정결핍증에 시달리는 건 울 새깽이들도 마찬가지
누구였는 지도 모르게 결국 설사가 잦아들긴 했지만 똑같이 먹는 데 한 놈이 설사를 했다는 건 신경성 장염이었을 수도 있단 이야기.
가엾고 안쓰러운 건 맞는 데 또 이십킬로나 되는 놈들이 동시에 두 세 놈 달려들면 정말 미치고 팔짝 뛸만큼 아프다. 그럼 또 그 가여운 놈들에게 짜증을 내게 되는 사야..ㅜㅜ
사야가 자주 강조하지만 내게 삶을 풍부하게 해준 놈들 물론 개들이 내 발목을 잡는다는 생각까지 했지만 그 놈들을 키워보게 되어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다.
개가 아닌 애를 키워봤다면 울 오빠에게 사람취급받았을까? 젠장 이 말을 쓰다보니 또 눈물나네..ㅎㅎ
우짜든둥 행복하던 찬란해야할 모래실은 (모님이 이 말이 좋다고 해서 카테고리도 바꾸고 자주 쓰는데 사야가 사는 여주 마을 일제강점기전 원래 이름이다. 아니 내가 사는 곳은 정확히는 부채밭골이다만..^^) 지금 황량해 보이고 집은 어수선하고 남친도 불안해보이고 울 새깽이들도 난리고 뭐 그렇단 슬픈 이야기
뭐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젊은 시나리오작가가 굶어죽은 이야기만큼 슬프겠냐만 그래도 슬프고 애절한 건 맞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가 가지고 느끼는 게 가장 중요한 거니까
오늘도 한 후배놈이랑 통화를 하다 내가 또(!) 그랬다. 객관적이라던가, 정상이라던가 뭐 이런 말들은 우리가 우리에게 익숙해져 있는 상황일 뿐이라고..그러니 그냥 다름을 인정하자고..
어느 분이 비공개댓글로 내게 잘못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겐 은인일 수도 있다는 말을 쓰셨던데 절대 공감이다.
모두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는 건 아니다만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는 인간들 대부분은 진짜 노력해서 그러는 거다. 신이나 해탈한 인간이 아닌 이상 누군가에게 상처도 주고 행복도 주고 그냥 스스로 후회가 적은 인생을 살면 그만이지 않을까.
갑자기 모래실 이야기하다 이야기가 거창해진다만 사야는 간절히 내게 주어진 이 인생을 잘 견녀내고 싶다. 물론 혼자견뎌는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이해받으면서 위로받으면서 말이다.
개들조차도 이해와 위로가 필요한데 인간은 오죽하겠냐고...
새깽이들을 위해 준비한 특별식 돼지등뼈. 아마 썼을텐데 감자탕이란 음식에 거부감이 있는 사야는 저걸 사야 스스로 인간(?)에게 해준다는 생각을 아예 해 본적이 없다지. 그래서 처음 돼지등뼈를 사다달랬더니 남친이 감자탕해줄려고? 해서 충격받았다..ㅎㅎ
울 새깽이들이야 환장하고 먹는 특식
울 까칠하고 예민한 아끼는 뭘 줘도 저리 소파위에서 먹는다지..^^
버릇을 잘못들여 먹을 건 늘 잘게잘게 지 입에 넣어줘야 먹는 건 줄 아는 울 호박이도 돼지등뼈만큼은 알아서 척척..ㅎㅎ
정말 놀라운 건 습관?
사야방에 들어오면 보이는 네 놈 중 정면을 보고 있는 저 놈 반동이.
반려동물방에 자세히 올렸지 여기 구구절절히 올린 적은 거의 없지만, 내가 작년 2월 말에 구조해서 (구조해준다고 동물농장에서 연락도 왔었슴) 잃어버린 시월초까지 겨우 칠개월넘게 키운 놈인데
그리고 잃어버린 지 이제 반년이 넘었는데 여전히 삶은 돼지등뼈를 다섯 개 들고 나가 어 왜 하나가 남지? 하고 있다가 스스로 놀랬다
어디서 잘 지내고 있나 걱정하지만 또 언제나 그러는 건 아닌데 그 놈이 특별히 저 돼지등뼈를 좋아했기 때문일까.
사야는 가끔 사야가 자주 쓰는 표현대로 미치고 팔짝 뛰도록 저 놈의 안부가 궁금하다.
아 이런 이야긴 여기가 아니라 반동방에 올려야하는데.,,
지난 번에 싹만 보고 모란일까 설레였던 저 싹은 매발톱이다..ㅎㅎ 뭐 사야입장에서야 매발톱이건 뭐건 자라준다면야 고맙고 매발톱에게도 미안하다만 그래도 약간 실망..^^;;
우짜든둥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건 말도 안되어서 이번에 씨를 또 왕창 뿌렸다. 맘같아선 이 것도 갖다 심고 저 것도 갖다 심고 하고 싶지만 상황도 그렇고 관리도 안되고 안타까움만..
그저 그 뿌린 씨들과 작년에 심었던 것들이 그래도 간절히 꽃밭을 원하는 사야를 위로해 주길 바랄 뿐.
그런 애타는 마음을 알아서일까 주변에 핀 진달래 구경을 갔다가 저 진달래 나무를 마당에 가져다 심게 되었다. 작년에 여주집 뒷편이 아주 아픈 사연으로(그건 또 나중에 쓰겠다..ㅜㅜ) 파헤쳐지고 있었는데 그 때문인 지 뭔지는 몰라도 삽도 아니고 손과 전지가위만 가지고 저 나무를 업어오게 되었다는 믿지 못할 일.
산에서 예쁜 꽃나무를 업어오는 일은 사야가 너무나 간절히 바라는 일이긴 하지만, 그 나무도 꽃을 이뻐라하는 사람 눈에 띄어주길 바란다는 엉뚱하고도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하는 인간이긴 하지만, 옮겨심게 되면 잘 살릴 자신이 없어 주저하는 데 저 나무가 내게로(?) 왔다.
아직 불교신자까진 아니어도 막 불경을 외면서 심었으니 잘 자라주기만 간절히 바랄뿐.
마당을 가지길 간절히 소망했던 사야는 이젠 마당을 가지고도 맘껏 양껏 가꾸고 할 상황은 아니다만 무리하지 말고 안달하지 말고 기다리자가, 올해의 생각.
사진엔 찍지 못했지만 대신 서울로 돌아온 사야는 만천원에 화분 세 개 또 사고 녹차 한 잔 우리고 대 낮임에도 담배연기 먹는 다는 초도 켜고..
그렇게 과연 산다는 건 뭔 지, 아니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건 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도대체 덜 괴로울까를 고민하며 앉아있다.
그래도 사야는 늘 그렇듯이 씩씩하고 저 황량한 마당에 뭐가 올라올 지 기대만빵이고 그렇다
진짜 뭐가 올라올까?
그런게 바로 희망이고 꿈이고 뭐 그런거 겠지?
기대한다는 그 것...
2012.04.17. 여주를 다녀와서...사야
'4. 아늑한 모래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벌써 여름이라니.. (0) | 2012.05.09 |
---|---|
늘 그리운 모래실 (0) | 2012.05.02 |
모래실의 소박한 봄 (0) | 2012.04.10 |
청미천 겨울풍경 (0) | 2012.02.09 |
또 하나의 선택 (0) | 2012.0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