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늑한 모래실

또 하나의 선택

史野 2012. 1. 30. 00:06

사야는 어제 또 하나의 새로운 선택을 했습니다.

서울에 거주가 가능한 오피스텔을 결국 계약했습니다.

입주가 2월 2일 그러니까 벌써 이번 목요일이네요.

 

한국에 돌아와 살았던 바로 그 오피스텔입니다. 물론 평수도 더 작아졌고 층수도 낮아 예전처럼 전망좋은 방은 아니지만 서울에 거처를 정한다면 꼭 그곳에 하고 싶었습니다.

그 곳은 제가 당시 혼자만의 한국생활을 시작하며 나름 의지를 다지고 이런 저런 위로를 받던 공간이기도 했으니까요

솔직히는 꼭 집을 계약해야겠단 생각으로 갔던 건 아니었는데 어찌보면 일을 저지르고 말았네요.

 

여주 집을 정리하고 가는 건 아니고 남친은 여기 남고 전 우선은 일주일에 대충 반반 정도 생활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어찌보면 참 사치스런 선택이기도 하네요..^^;;

늘 그렇듯이 제 선택이 제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리란 확신같은 건 없지만 어떤 선택을 했던 후회하지 않을 거란 마음은 여전히 있습니다.

 

남친과 저는 같이 살 수 있는 사람들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뭐 절대 같이 살 수 없는 사람들도 아닙니다. 하긴 뭐 인생에서 절대란 말은 의미없는 말이겠지요.

오늘 새벽에도 이런 통보(네 저혼자 결정하고 온거니 통보겠지요)를 하며 어마어마하게 싸웠는데 그동안 제게 무진장 상처받은 남친의 상한(!) 영혼이 보여 아팠습니다.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저도 참 많은 모진 말을 쏟아냈고 상처를 줬거든요.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비슷한 사람과도 엮이지만 전혀 다른 성향의 사람들과도 엮이고 서로 이해의 범위가 다를땐 어떤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그저 상황이 깊은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하게 되었네요.

그런 걸 몰랐던 건 아니었고 나름 받아들이고 또 나름은 최선의 노력을 해왔다고 스스로는 자부했는데 결국은 또 이렇게 두 손을 들게 됩니다.

어떤 관계건 쌍방의 이야기가 중요하지만 여긴 남친 블로그가 아니고 제 블로그니 저는 그냥 이런 식으로 제 신세한탄을 해도 되는 거죠? ^^;;

 

모든 일은 계기가 있기마련인데 저희도 그랬습니다.

남친도 죽었다 깨어나도 받아들일 수 없고 저도 죽었다 깨어나도 받아들 일 수 없는 어떤 일때문에 저흰 둘 다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아니 서로의 상처에 소금이 뿌려졌다는 표현이 어쩌면 더 가까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상황을 잘 견디지 못하는 사야는 얼마전 한동안 열심히 다니던 정신과 선생님을 찾아 갔더랍니다.

제가 죽었다 깨어나도 믿지 못할 그 일을 선생님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말씀하시더라구요. (아 제가 제 믿음이 틀렸다는 건 아니지만, 아시죠? 저 정신과 매니아인거..ㅎㅎ)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새삼스러울 건 없지만 산다는 건 어쩌면 수많은 오해와 착각으로 점철되었다는 것, 거기에 목숨걸고 거기에 절망하며 우린 이 삶을 이리도 피터지게 살아가는 거구나.. 

그리고 사야야말로 어쩌면 제가 아는 부분들만을 너무나 당연한 인생의 옳음이라 믿고 살아왔을 지도 모르겠다는 것도요.

그걸 생각해봤다는 거지 제가 앞으로 그런 모든 것들을 감안하며 인생을 잘 살아갈거라는 이야긴 유감스럽게도 당근 아닙니다.

아직까지는 세상엔 죽어도 안되는 것들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거든요.

 

어쨋든 제가 서울에 다시 집을 얻었다는 건 제게 남친과의 관계가 종료되었다는 걸 의미합니다.

길 세월은 아니었지만 늘 함께 있었다는 것 그리고 제게 정말 최선을 다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인정해야겠네요. 남친은 제게 제가 받아보지 못한 엄마의 사랑을 비슷하게나마 준 사람이거든요.

사야의 평생 화두인 엄마의 사랑, 전 남편과 살면서 나름 극복했다고 생각했는데 남친과 살면서 엄마의 사랑처럼 헌신적인 부분을 경험하게 된 건 어쩌면 제 복일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슬프게도 전 남편이 제가 아무리 병자라고 우겨도 저를 병자가 아닌 인간취급을 해준 반면에 제 엄마나 남친은 제가 아무리 멀쩡하다고 우겨도 병자취급을 하는 차이는 있겠지만요..^^;;;

 

각설하고, 사야는 일년의 유예기간을 가지고 한국에 돌아왔던 것처럼 또 이렇게 비겁하게 일년의 유예기간을 가지고 서울로 갑니다.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그 때 그 자리로요..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랑 상황은 전혀 다르고 처지도 다르고 풀어가야할 문제도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그 오피스텔을 떠났던 삼년 반동안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우기렵니다.

어쨌든 다시 시작입니다...

 

 

 

 

2012.01.29.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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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 컴이 문제인지 다음이 문제인지 음악삽입이 잘 안됩니다. 친구가 지난 번 음악도 겨우 일분이라길래 수정하려했더니 그것도 안되구요. 일단 예전 음악으로 함 넣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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