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늑한 모래실

겨울 산책 그리고...

史野 2012. 1. 17. 00:52

 

 

 

어떤 특별한 목표를 세운 건 아니지만 요즘 사야는 거의 매일 산책을 합니다.

원래 시골길엔 인도가 없어 도시보다 산책하기가 더 어렵다는 아이러니한 현실입니다만 무진장 위험한 찻길을 조금만 참아내면 다행히 저희 집 근처에 체육공원이 그리고 그 공원뒤로 농로와 자그마한 지방천이 흐릅니다.

 

마음이 복잡할땐 산책 아니 최고는 달리기입니다만 제가 요즘 달리기를 할 체력은 안되고..ㅎㅎ 한시간 정도 걷는 걸로 나름 냉철해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답니다.

 

차가운 날의 산책을 미치도록(!) 좋아하는 지라 아무리 추워도 휘리릭 다녀오지만 사진을 찍는 다는 건 생각도 못했는데 (그러니까 이것도 사야의 무진장한 변화네요. 사진기를 들지 않으면 집을 나서지 않았던 적도 있었는데 말이죠..^^;;;)  오늘은 정말 날씨가 너무 따뜻해서 장갑도 없이 사진기를 들고 돌아다닐 수가 있었네요.

 

 

 

집에서 이 삼백미터 걸어나가면 이렇게 자그마한 천과 저 뒤로 말씀드린 체육공원이 있습니다. 원래 쓰레기매립지였다는 데 기한이 다해 몇 가지 시설을 해놓은 곳이라더군요.

 

 

 

 

체육공원 뒷쪽으론 조금 큰 하천이 앞쪽으론 이런 자그마한 개천이 흐릅니다.

 

 

 

 

이런 길을 얼마간 걷다보면

 

 

 

이런 풍경을 접할 수가 있답니다..^^

 

 

 

 

사야가 특히 좋아하는 저 얼음아래로 흐르는 물소리를 들을 수 있는 멋진 곳이죠.

 

 

 

 

강가를 끼고 산책을 하려면 약간은 험난한(?) 길을 걸어야합니다만 그래도 투명한 햇살에 반짝이는 물결, 피부속까지 통과할 것같은 물소리를 들으려면 감수해야겠죠. 초반엔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마른 갈대밭에 갇혀 119에 신고라도 해야하는 게 아닌 가 했답니다..ㅎㅎ

 

 

 

 

물론 제 산책 최고의 파트너인 울 씽씽이가 늘 저를 잘 지켜주지만요..^^

 

 

 

오늘은 사야에게 특별한 날입니다.

남친이 첫 출근을 한 날이거든요.

여러가지가 꼬이면서 남친이 생각한 생계수단 하나가 지게차 (혹 모르시는 분들은 검색해보시길요 저도 검색해서 알았어요..^^;;;) 관련일을 하는 거였거든요.

두 달 전쯤 시험을 봐 합격을 했고 그동안은 성과가 없는 듯 하다 일주일도 안된 사이 갑자기 취직이 되었네요.

남친이 자립할 기반이 생겼다는 건 정말 축하할 일이지만 머리는 참 복잡합니다.

직업의 귀천을 따지는 건 아니지만, 아니 솔직히는 그런 생각을 별로 심각하게 할 기회도 없었지만 죽도록 육체노동을 해서 한달 생활비도 벌 수 없다는 건 참 슬픈 일이더군요.

물론 사야도 생존을 위해 식당 설겆이같은 걸 하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인데 역시 전 아직 철이 덜 든 걸까요?

어쨌든 남친은 이제 드디어 자신을 책임지는 일을 시작했고 아직 사야는 아닙니다.

 

 

위에도 언급했듯이 사야에겐 오늘이 참 특별한 날입니다

제게 익숙했던 15년 결혼생활처럼 온전히 혼자 남겨진 그 시간, 아무도 없는 집에서의 생활, 그 첫 시작이었으니까요

우습게도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건 집청소더라구요.

함께 있을 땐 꼼짝도 하고 싶지 않았었는데 사람 심리 참 이상하죠? ^^;;;

 

변화, 그것도 아주 큰 변화이긴 하지만 남친의 취직이 제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될 지까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저흰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싶은데 오늘 남친은 그리 일찍 나가면서도 평소처럼 난로에 불도 피워놓고 재떨이도 다 갈아놓고 개밥도 주고 심지어 제가 일어나면 마실 커피까지 다 준비해놓고 출근했더군요.

 

우짜든둥 이제 사야만 스스로를 벌어먹일 수 있으면 되겠습니다..^^

 

 

 

 

2012.01. 16.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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