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늑한 모래실

위기의 사야

史野 2011. 12. 27. 00:11

또 오랫만에 인사드립니다.

멀쩡하진 않지만 아직 잘 살아있습니다..^^

블로그는 제 삶에 정말 중요한 공간이었는데 제게 이런 일도 생기네요.아무리 여행을 떠나도 제일 먼저 확인하곤 하던 곳이 이 블로그인데..아마 그래서 사람들은 앞일은 누구도 모른다고 말하나 봅니다..-_-;;

지난 번 글을 올린 것처럼 헤매던 사야가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지 벌써 네 달 가까이 됩니다.

 

사실 이 곳에 올리고 싶었던 이야기가 너무 많았는 데 확실히 한국에 돌아오니 글을 쓰는 게 조심스러워진 이유도 있습니다.

뜬금없긴하지만 그 긴 시간들은 제가 제게 실망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교육을 받고 나이가 들수 록 우아해진다던데 저는 쌍욕을 달고 살고 악다구니를 쓰는 인간으로 변해가고 있었거든요.

 

이 순간에 개그를 하자는 건 아니지만 저는 저를 참 괜찮은 인간이라고 믿고 살았더랍니다. 그런데 요즘의 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제가 이렇게 형편없는 인간이었는 지에 놀라고 또 제 속에 이마만큼의 화가 아직도 남아있는 지에도 놀라고 있습니다.

서른 살부터 그러니까 남들보다 훨씬 빨리 멋지게 늙어가고 싶어했던 사야에겐 솔직히 좀 충격적인 상황들입니다.

 

물론 단순한 한가지 이유는 아니겠습니다만 악다구니를 쓰는 이유엔 돈. 이 큰 이유를 차지한다는 것도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제 스스로 돈문제에서만은 자유로운 인간이라고 자부하고 살았거든요. 아마 철이 덜들었기 때문일까요? 아님 돈이 필요한 절박한 상황에 처해보지 못했던 걸까요?

아니 가장 적확하게는 돈에 대한 허영이 없던 저에겐 돈이 상처가 되었던 경험은 있어도 제 인간성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이라는 걸 깨달을 수 없었던거겠죠.

어차피 돌려말하는 건 배우지도 못했고 요즘 저는 돈때문에 많이 힘듭니다.

뭘 어떡해해야 제가 앞으로 저를 책임질 수 있는 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한국에 나올 때는 나름 플랜이 많았는데 제 생각대로 되어지지도 않구요. 비겁하게 누군가를 탓하자면 제가 나오고 부터 경기가 너무 안 좋다는 것도 이유는 되겠네요.

 

남친하고도 요즘 너무 안 좋습니다. 그 모든 이야기들을 또 여기 한꺼번에 구구절절히 쓸 수 없다는 것이 제가 블로그를 등한시하는 이유이긴 합니다만 뭐 두 백수가 사년 가까이 살고 있는 것이 제 현실이니까요.

단 한번도 남친이 저를 먹여살려야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고 지금도 그 생각은 마찬가지지만 아무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두 사람이 그 짧지않은 세월을 같이 산다는 건 막상 겪어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썬 어려운 일이더군요

거기다 제 남친은 요즘 절더러 자꾸 무조건 서울로 가야한다고 우기는데 저 혼자 서울로 가서 뭘하라는 건 지도 모르겠고 어차피 동거인데 별거를 하면 우리 관계는 어떤 의미가 되는 지도 모르겠고 아주 힘든 시간이네요.

웃으실 지 모르겠지만 몇 달 동안 '뿌리깊은 나무' 드라마 보는 재미로 살았습니다. 예전 같으면 그 드라마를 분석(?)하고 찾아보고 여기 글도 올리고 했겠지만 제겐 그동안 그런 것도 사치였네요.

 

우짜든둥 사야는 지금 위기입니다. 이 위기를 잘 극복하게될 지 아님 이 위기에 망가질 지는 저도 자신 할 수가 없습니다. 간절히 하고 싶었던 카페는 요 얼마간 결국 포기했고 지금은 제가 뭘해야 저를 책임지고 한 이십년은 먹여살릴 수 있는 지 오리무중이구요.

그런데 갑자기(?) 2011년이 간다네요. 매일이 새로운 의미고 어차피 소중한 날들이지만 연말이라는 생각에 여기 들어와 구구절절 떠들고 싶었습니다.

뭐 어차피 가슴에 담아놓은 이야기들을 모두 여기 풀 수는 없지만 어쨌든 무진장 고민하고있노라고, 스스로를 책임지는 방법을 놓고 머리깨지게 고민하고 있노라고는 말씀드리고 싶어서요.

반복되지만 저를 걱정하시는 분들께, 무소식이 희소식이 아니라 죄송하지만, 이 해가 가기전에 가슴 한자락 남겨놓고 갈려구요

 

요즘 사야는 어떡해하면 이십년 동안 스스로를 먹여살리느냐를 피터지게 고민하고 있고

갑자기 자식있는 인간들이 부러워졌고

인간이 얼마나 상황에 따라 쉽게 변할 수 있는 존재인 지를 나이 마흔다섯이 되어 몸서리쳐지도록 경험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 싸움이 길어질 지 아님 빨리 극복할 수 있을 지도 자신없는 시간입니다.

 

이렇게 쓰기도 낯설었던 2011년이 가고 있네요

그래도 사야는 또 포기하지 않고 자신하렵니다. 2012년 말에는 이런 글을 쓰고 있지 않을거라구요...^^;;

올해는 강쥐들때문에 한 해가 가기도 했고  이것 저것 채소들을 가꾸면서 많은 것을 배운 해이기도 했습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제가 새해엔 지금보다 훨씬 씩씩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인사드릴 수 있기를 저도 간절히 바랍니다.

아마 새해엔 제가 정말 다시 서울로 돌아가게 될 확율이 훨씬 많지만요.

 

각설하고 일년이란 짧지않은 시간동안 사야를 바라봐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이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도 지켜봐주시구요

사야, 설마 간절히 바라건데 이대로 그냥 무너져 버리진 않겠죠? ^^

새해에 다시 뵙겠습니다..

 

 

 

 

2011. 12.26.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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