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모래실의 봄이란 제목으로 글을 올린 적이 있다.
그땐 이사하고 첫 봄이었던데다 상황도 지금과는 엄청 달라 꽃사다 심고 생난리가 아니었는데 거창하게 말하자면 올해는 사는 게 뭔가 싶게 신경을 못쓰고 있다
거기다 일주일에 반반씩 있었던 초반과 달리 자꾸 서울에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져서 한참 마당을 돌봐야 할 이 시기에 열흘만에 내려갔었다.
물론 서울과 달리 그 곳은 아직도 추워서 저리 만개한 산수유와 함께 난로에 불을 지펴야만 밤을 날 수 있는 현실(?)이긴 하지만 말이다. 지난 번에 갔을 때 꽃봉우리가 간신히 맺힌 가지들을 좀 잘라다 저리 항아리에 꽂아놓고 왔었는데 이번에 가보니 만개를 했더라.
수령이 얼마인 지는 모르겠지만 사야가 지금까지 본 가장 커다란 산수유나무. 저기서 조금씩 가지를 잘라오는건데 사야의 봄은 아니 모래실의 봄은 사실 저 나무에서부터 시작된다..^^
한밤중에 찍어 저모양이긴하다만 그곳엔 이제 개나리도 만개했고 진달래도 조금씩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더라지. 작년같았으면 사야의 정원에도 꽃이 사다심은 꽃들일망정 만개했을텐데..
그래도 사진이 작아 자세히 보이진 않는다만 항아리뒷쪽으로는 박하잎이 안쪽으로는 수선화 잎들이 삐죽이 고개를 내밀고 있으니 이리 고마울때가..오른쪽 구석의 잎은 지난 번에 서울에서 만끽하고 가져다심어놓은 히야신스다 저 놈도 내년엔 또 알아서 꽃을 피워주겠지.
저 항아리(?)는 작년에 부레옥잠키우던 용도로 쓰던 거였는데 미련한 사야가 돌수곽처럼 물을 빼주지 않았더니 밑이 깨져버렸다. 이미 일어난 일에 열받지 말자가 신조인 사야, 뭐 그럼 저런 용도로라도 써야지 어쩌겠냐..ㅎㅎ
저게 뭔 놈들었는 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저리 또 싹을 내미는 것을 보니 반갑고
이건 잎을보니 아무래도 모란인듯한데 모란을 사서 단 한번도 꽃을 본 적이 없는 사야에겐 정말 신기하기만 하다. 정말 예전부터 끌고 다녔던 그 모란에서 꽃이 핀다면 사야가 미워하는 누군가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장성시절부터 끌고 다니던 참나리도 싹이 나고 있고 앞쪽의 저 신기한 물건(?)은 아무래도 작년에 심은 다알리아가 아닐까 싶다.
찔레도 벌써 잎이 나왔고
역시나 장성시절부터 끌고 다니는 저 아킬레아도 다시 무성히 번성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야가 애지중지하는 원추리도 저리 존재감을 과시하기 시작했고
작년에 삶이 괴로와 챙기지 못했던 화분에 있던 것들. 백프로 얼어죽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다행히도 저 미스김라일락이랑 명자나무가 살아남아 물오르는 모습을 보니 과장안하고 울컥하더라.
자랑은 아니다만 남아도는 게 술병인지라 결국은 중도포기상태지만 저런 식으로 꽃밭의 경계를 만들고 있던 중이었는데, 우짜든둥 저 뒤로 장미도 오디도 위에 올렸던 원추리도 다 준비들을 하고 있다. 번식력이 좋은 코스모스도 당연히 곧 싹들을 틔우겠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저리 사진을 찍을 때까지 마당 정리를 하는데만 꼬박 이틀이 걸렸다..^^;;
아예 아무것도 안사다 심을 수야 없겠지만 올해는 이런 저런 사정상 씨나 좀 몇 종류 뿌리고 작년에 심었던 것들이 얼마나 자라나나 지켜볼 생각이다.
작년에 저 마당에 꽃을 피우거나 했던 게 칠십종이 넘었었는데 과연 올해는 얼마나 피워줄 지 기대하는 마음도 아주 크다. 이십종류정도는 알아서 살아나줄까?
이삼년은 좀 집중적으로 투자해서 정말 근사한 정원을 만들고 싶었는데 인생은 정말 마음대로 안되는 모양..^^
냉이가 한참 올라오는 때라 몇 뿌리 캐다가 된장국에 넣어 먹었다. 마침 전에 내렸던 비로 도랑에 물이 흐르길래 흔들어 씻었더니 시골사는 맛이 이런 거구나 싶더라지.
개들 산책도 시킬렴 사진기들고 돌아다니다 역시 물오른 이름모를 나무 발견. 사야처럼 몇 년씩 시골생활을 했던 애가 아직도 모르는 게 이리 많다는 건 좀 창피스런 이야기다만 자판을 두드리는 지금은 책도 없으니 통과..^^;; 저 뒤로 보이는 집
사야의 진짜 동그란 집 뒷 모습사진이다. 앞사진이야 많이 올렸지만 저런 동그란 뒷 사진은 처음인듯..ㅎㅎ 참 마음에 드는 집이고 차츰 하나하나씩 고쳐갈 생각이었는데 그것도 역시 맘처럼은 되지 않아 안타깝다.
다시 서울. 요즘은 보통 이박삼일만에 돌아오곤 하는데 마당에서 할 일도 있고 삼박사일을 채우고 돌아온 날.
언제 다시 내려가게 될 지 아직은 모르지만 성큼성큼 다가오는 모래실의 봄을 매순간 느끼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이 반, 봄은 어찌보면 서러울만큼의 기다림이니 무심히 맞게될 기대감 반 뭐 그렇다.
어쩌다 사야는 이리 예민하고 무난하지 못해 힘들고 아픈 삶을 자초하고 있는 건지 ..
누군가는 그게 내가 이프로 부족한 인간이기때문이라던데 그런 말을 듣기엔 좀 억울하단 생각이다.
어쨌든 봄은 상투적이긴해도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 마른 나무에서 싹이 나고 그 질긴 생명력과 의지가 신기하고 감사한 계절
그게 찬란한 봄이건 소박한 봄이건 봄은 봄이고, 봄이 늘 반복되지만 늘 같은 봄은 아니듯 사야는 또 사야인생에 찬란하건 소박하건 새로운 봄을 만들어야겠다.
자주 인용하는 말이다만 모란이 피기까지 나의 봄을 기다리기 전에 난 나의 봄을 스스로 만들어가야겠지..
2012. 04. 09. 여주를 다녀온 날 서울에서...사야
하모니님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울 새깽이들 사진도 첨부합니다. 이번엔 어찌 함께 찍은 건 하나도 없고 모두 독사진들이네요.
우선 운동하기 싫어하는 울 바리할머니. 씽씽이랑 함께 산에 데려갔더니 오랫만에 아주 신났습니다
어렸을땐 먹을 것만 너무 밝혀 얄밉던 울 씽씽이아빠. 요즘은 어찌나 말을 잘듣고 잘 따라 다니는 지 이뻐죽겠습니다. 지금도 제가 부르니 온 힘을다해 뛰어오는 중..ㅎㅎ
어렸을 땐 제 사랑을 독차지했으나 요즘은 어찌나 말썽만 피우는 지 얄미운 울 아끼삼촌입니다. 밖에만 나가면 하도 중구난방에다 사람들에게 미치도록 짖어대서 한번도 제 산책에 동행을 못 시켜 안쓰러워죽겠습니다.
그리고 울 귀염둥이 호박양. 제가 없을 땐 집안에 갇히거나 마당에 묶이거나 한다니 역시 안쓰럽지요. 하긴 뭐 나가거나 아니거나는 본인 스스로 결정한다네요 나가기 싫으면 이불속에서 안나온데요..ㅎㅎ 조만간 중성화수술을 시키면 호박이도 뚱뚱해져 울타리아래로 빠져나가진 못할테니 굳이 묶어놓을 필요는 없겠지만요
이상 세상 어느 누구보다 저를 사랑하고 믿어주는 울 새깽이들의 요즘 근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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