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야는 정말 이 공간이 마음에 든다.
특히나 이 시간. 저 푸른빛은 늘 사야를 가슴설레게한다. 앗 근데 벌써 포도주병이..ㅎㅎ 사실 지난 주말엔 너무나 힘든 일이 있었다. 참 오랫만에 혼자 앉아서 눈물을 바가지로 쏟아냈을 정도..
세상에 해결못할 일이야 없고 뭐 다 마음먹기 나름이라지만 그래도 속상하고 힘들 땐 매번 그 순간이 가장 고통스러운 법.
일단 그럴 수록 잘 먹어야지. 밥을 한게 처음은 아니다만 수납장이 생기니 밥해먹을 만해서 생선토막하나 없긴해도 처음으로 제대로 차려본 밥상이다. 아무래도 두집살림을 하다보니 필요한 것들이 한두개가 아닌데 일일히 구입하는 것도 쉽지않아 완벽한(?) 생활은 어려울듯하지만 기분은 좋다.
서예를 시작하니 벼루가 필요한데 왠지 집집마다 하나씩은 있을 것 같아 알아보니 올케언니에게도 고기공네도 있더라. 하긴 내 벼루도 모스크바 어디 창고에 있을테니 말다했지..ㅎㅎ
하나는 여주에 가져다놓았고 하나를 고기공놈이 토요일에 가져다주기로 했는데 갑자기 항아리가 안 필요하냐고 메일로 사진을 보낸거다. 안그래도 하나 사야지 하고 있었는데 왠 횡재. 둘 중 하나 고르라길래 저걸 골랐다.
원래는 화분받침대나 개운죽같은 걸 해놀 목적이었는데 막상 받고보니 모양새도 그렇고 또 사야가 저걸 저렇게 근사한 탁자로 변신시켰다. 저 안락의자에 앉을때 탁자가 없어서 무지 불편했는데 너무 좋다. 받침으로 쓰고 있는 건 창살이라 구멍이 통하니 숯을 구입해서 항아리안에 넣고 공기청정제겸 가습기 용도로도 쓸 예정.
고기공놈이 이사를 왔으니 저걸 들고 나타날 생각을 했지 안양이었다면 엄두도 못낼 일. 지난 주엔 밤 열시반에 포도주를 사들고 나타나기도 하고 진짜 고기공놈이 이사를 오니 두루두루 좋은 점이 많다...ㅎㅎ
밤에 뒷 촛대에 불을 붙이면 이런 분위기.^^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이 참 많겠지만 그중 가장 소중한 건 친구가 아닐까
아무래도 근거지가 원래 서울이었던 관계로 서울에 오니 친구들을 전보다 더 자주 만나게 된다.
물론 지난 일요일엔 간절히 친구가 필요했지만 필요할때마다 늘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거기다 우리나이정도의 가정주부들을 저녁에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남자친구가 필요하다..ㅎㅎ 아니면 뭐 남편에게 밥을 짓게하고 아이도 보게할 수 있는 능력있는 여자친구나..^^
어제 여기에도 몇 번 출현한 적이 있는 승호엄마가 다녀갔다. 벌써 오려고 했는데 한번은 내가 여주에 일이 있어서 한번은 승호때문에 친구가 속상한 일이 있어서 미뤄지다 드디어 어제 오게된거다.
맨날 이사다니는데 뭘 그리 필요한 걸 말하라고 난린지 없다는데도 필요한 게 없다는 게 말이되냐고 채근하길래 그럼 손잡이 달린 맥주잔이나 두개 사달랬더니 맥주잔 외에 저렇게 재밌게 생긴 포도주잔도 두개 더 들고 나타났더라. 디켄더도 승호엄마가 사줬는데 승호엄마가 사준 와인잔이 아마 열개도 넘을 거다..ㅎㅎ
예의상(?) 맥주잔에 맥주 한 잔 마셔주시고 포도주잔엔 포도주 마시며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비오는 걸 무진장 좋아라하는 친구인데 마침 운좋게 비까지 내려주니 운치짱. 여주에야 몇 번씩이나 다녀가긴했지만 둘이서만 그렇게 만난 건 몇 년만인 지.
아직 제대로된 요리하기가 힘들어 나가먹자니까 굳이 내가 한 스파게티를 먹고 싶다나? 스파게티는 또 얼마만에 만들어보는 건가. 대충 샐러드와 함께 만들어줬는데도 어찌나 맛있게 먹던 지 말하자면 이사온 지 두달만에 이 집에서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뭘 해먹이는 거였는데 기분좋더라.
커피까지 내려주니 이런 여유가 얼마만인 지 모르겠다라며 행복해하던 친구. 아시다시피 승호가 청각장애인데 요즘 사춘기까지 겹쳐 엄청난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더라. 정말 주변에서 자식키우는 친구들을 보면서 존경스럽다못해 왜 아이를 낳아보아야 어른이 된다고 말하는 지 알것 같다.
시간은 왜이리 빨리가는 지 아들챙기러 가야하는 친구가 떠나고 혼자 앉아 포도주를 마시는데 이런 친구가 내곁에 있고 이리 원하면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어찌나 가슴이 벅차던 지.
오늘 좋았다고 메시지를 보냈더니 이제야 말이지만 먼 이국땅으로 널 떠나보낼 때 어깨한쪽이 떨어져나가는 것 같았다는 말에 울컥했다. 중학교 2학년때부터니까 우리가 함께한 세월도 삼십년이 넘는다. 앞으로 친구가 겪어내야할 일들을 생각하면 나도 눈앞이 캄캄하지만 그래도 잘 이겨내고 울 승호도 잘 커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내가 옆에서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기만을 간절히 바랄뿐.
내일, 친구일 이런저런 생각에 얼큰하게 취해가는데 갑자기 한 친구놈에게 반가운 사람을 데려갈테니 비어플러스로 나오라고 전화가 왔다.
그래 이것도 서울에 있으니 가능한 행복한 일이다.
술도 마셨겠다 나가기도 귀찮아 그냥 우리집으로 오라고 했더니 친구놈의 친구, 진짜 반가운 사람을 하나 달고 나타났네. 재밌게도 그 둘다 역시나 내가 중2때부터 만난 놈들이다. 승호엄마가 이태원시절 친구라면 이 놈들은 용답동에 이사와 알게된 애들.
뭐 잘살지도 못했지만 어쨌든 아빠가 사업에 망하시고 이태원을 떠나 이모네가 살고 있던 용답동에 이사왔을때 아빠는 재기해보신다고 분주하셨고 엄마는 자그마한 오락실을 여셨는데 뭐 그냥 기계 몇개 가져다놓은 수준이었지만 어쨌든 거기 드나들던 동네악동들이었다..ㅎㅎ
안타깝게도 아빠가 병이 나 입원을 하시는 바람에 낮엔 이모가 봐주시고 하교후 내가 자리를 지켜야했고 그나마도 아빠가 곧 돌아가셔서 거기도 접고 이사를 하느라 짧은 시간이긴 했지만 말이다.
한 놈이야 여기 블로그에서 여러번 언급된 사야의 첫사랑이고..ㅎㅎ 하나는 친구놈때문에 가끔씩 얼굴보던 사이라 결혼한 후 처음 그러니까 이십년만에 만난 건데 엄청 멋있어졌더라..^^ 마흔 중반이 되어 정확히 삼십일년 전 일을 이야기하고 있자니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더 오래된 친구들인 줄 알았는데 그 둘도 승호엄마나 나처럼 중2때 알게된 친구들이라더라.
참 지난 번에 저 친구놈이랑 고기공놈이랑 셋이 만났었는데 세상에 고기공놈 그 친구놈이 더 멋져졌다고 조지클루니를 닮았다는 거다. 하하하
고기공놈이 원래 팬인 건 알았지만 오버도 그런 오버가 있나그러고 있었는데 나중에 합류한 고기공놈 남친, 누가 유유상종 아니랄까봐 저 형님 멋있다고 나중에 자기도 저 형님처럼 나이들어가고 싶다고 했다나? 아 뭐 나로서야 기분 좋은 일이지만 말이다..ㅎㅎ
나를 설명할 필요가 없는 오래된 친구들을 만난다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주말에 억울하고 분한 일이 있어서 어제 친구들을 만나 지 못했다면 오늘 정신과 선생님을 만나 눈물바람을 했을 지도 모르는데 어찌나 차분하게 정리가 잘 되던 지 선생님께 칭찬(?) 들었다.
저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하죠? 했더니만 말은 혼자 하셨어도 자기도 함께 북치고 장구치고 했다셔서 한참 웃었다.
정말 이 선생님을 만난 건 내게 큰 행운이다.
오늘 드디어 이걸 받았다. 사정이 생겨서 투표일에 여주를 내려가지 못할 것 같아 부재자투표신청을 했다. 부재자투표는 처음 해보는 거라 조금 설렌다 이런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야할 개같은 아니 개보다 훨 못한 나라에서 내 한표가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기만을 빌고 또 빌뿐.
2012.04.03. 서울에서...사야
'5. 나만의 공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래도 아름다운 날들 (0) | 2012.04.20 |
---|---|
정리된 사야방..ㅎㅎ (0) | 2012.04.13 |
사야의 향기있는 방..^^ (0) | 2012.03.30 |
봄비가 내리는 금요일 밤 (0) | 2012.03.23 |
사야의 서울생활 3 (0) | 2012.0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