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아름다운 시월.
그 시월에 나는 결혼을 했고 또 이혼을 했다.
오늘은 그러니까 나랑 결혼과 이혼을 했던 그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오랫만에 좀 해보련다.
여전히 그에대해 이야기할때면 남편 혹은 우리신랑 소리가 나오는 그 남자, 내 남자였으나 이젠 남의 남자인 그에 대해.
(우짜든둥 그냥 편하게 전이란 말은 빼고 남편이라고 쓰겠다.)
잠시 언급했듯이 그가 지난 오월 결혼을 했다.
그 이야기를 처음 내게 전한 건 남편이 아니라 시어머니였다.
내게도 너무나 충격적인 소식이었는데 그녀가 하도 울고불고하는 통에 (교양이 대명사인 울 시어머니가 전화에 그리 울고불고하는 일은 없다) 너무 당황해서 그녀를 위로하느라 그냥 끝나버렸던 통화.
내가 남편에게 쫓겨난 건 아니더라도 결혼한다는 소식엔 내가 시어머니에게 전화해 신세한탄을 하는 게 맞지 시어머니가 이혼한 며느리 붙잡고 자기아들 결혼한다고 생난리를 치다니 내 팔자야, 했던 기억.
그래 내 남자가 결혼을 했다. 내가 18년을 알던, 신중하다 못해 짜증이 나던 그 남자가 여자친구가 임신을 한 것도 아닌데 결혼을 한다는 사실은 내게도 참 충격이었다.
하긴 여기 일일히 열거하진 않았지만 별거를 시작한 후 이 남자가 보인 행보도 나를 충분히 놀래켰다.
일부러 그런게 아닌건 백번 알지만 그의 행동들이 내가 가진 부채감을 가중시키기엔 충분했으므로 충격적이긴 했어도 그의 결혼은 내 부채감을 많이 상쇄시켜줬다.
남편이 불행하라고가 아니라 행복하길 바래서 떠나왔으므로(아 물론 내 행복이 가장 우선이었다만) 그가 이젠 혼자가 아니란 사실이 다행이고 감사했다.
문제는 우리가 싫어서 헤어진것도 아니고 나와 시어머니 시누이랑의 관계도 있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남편이 결혼했다는 사실이 불편하고 힘들더라는 거다.
세상에 어떤 여자가 자기 남편의 전 마누라가 죽은 것도 아니고 죽어라 싫어 이혼한게 아닌 것도 아는데 자기 시댁식구들이랑 좋은 관계 유지하며 살길 바라겠냐고?
나는 그녀의 남편이(그러니까 내 전남편이) 행복하길 바라는 관계로 내가 그녀에게 그늘이 되길 결단코 바라지 않는다만 그게 참 쉽지가 않다.
시어머니나 시누이는 나를 가족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현실적으로 가족일 수가 없는 걸.
몇번 언급했지만 시어머니는 지금 급속도로 상태가 나빠지고 계신다.
당신 인생에서 나처럼 편한 인간이 없었던 관계로 내 입장에서도 그녀만큼 내 병수발을 제대로 든 인간이 없었던 관계로 내가 지금 그녀곁에 있어줘야하건만 그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짜든둥 남편은 올해로 도쿄에서의 임무를 마치고 모스크바로 가기로 결정이 되었단다.
나랑은 십년을 더 떠돌자고해 그게 우리 이혼의 한 이유도 되었는데 나랑 헤어진 후 딴 사람이 되어버린 듯한 이 남자는 이젠 또 독일로 돌아가지 못해 안달을 하고 있다.
모스크바는 우리가 두 번이나 갈 기회가 있었고 그가 꼭 일해보고 싶어한 도시였는데 독일로 가지못하게된 걸 무지 안타까와해서 놀랬다.
어차피 도쿄에 오래있을게 아닌 것도 알고 있었고 거기에 있다고 만날 것도 아니면서 막상 멀리 모스크바로 이사를 간다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우린 또 언제 볼 수 있는 걸까
이혼은 정말 숟가락하나라도 더 가지려 싸우고 확실히 정을 떼야하는 건데 나는 여전히 그가 안쓰럽고 그는 또 내가 안쓰러우니 우리에겐 얼마의 시간이 더 필요한건지..
남편이 빨리 아빠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년후엔 꼭 독일로 돌아가 더이상 외롭지 않은 삶을 살길 간절히 바란다.
그가 결혼을 했는데도 왜 아직도 이리 미안하고 아픈건지...
사랑보다 더 슬픈 게 정이라는데 그 정이라는 것 참 애닯다.
2009.10.19.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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