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연양리풍경

바리네 이야기

史野 2009. 8. 21. 12:02

 

 

바리가 우리에게 온 지 벌써 이주가 지났다. 바리로 인해 사야인생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아니 바리를 통해 몰랐던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저 놈은 꼭 내가 아니었다면 자기가 개장수에게 팔려갈 운명이었단 걸 아는 듯이 행동한다. 말못하는 짐승이지만 똑똑하고 착하고 감정표현에 적극적이기도 하다.

 

 

바리의 첫 목욕. 태어나서 처음하는 목욕이라는데 지도 개운해서였을까 생각보다 무난히 통과.

 

개키우는 게 소원이었던 남친은 처음에 의외로 바리에게 냉담해서 나를 놀래켰는데 알고보니 그냥 개가 아니라 근사한 개가 키우고 싶었던 거였다...-_-

 

 

바로 이개. 앞집개인 불독이다. 안그래도 바리가 그토록 짖어대고 스트레스 받아했던 게 앞집사람들이 저 불독만 이뻐하고 울 바리를 개취급도 안했기때문인데(그런데 왜 키웠는 지 지금 생각해도 열받음)  남친까지 저 불독을 더 이뻐하는 바람에 대판 싸웠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그 날은 정말 너무 열받아서 바리가 내가 데려온 자식이냐고 길길히 뛰었다니까..ㅎㅎㅎ

 

사실 뭐 꼭 그것만 있었겠냐 다른 쌓인 것도 많았겠지...^^;;;

 

 

혼자 술을 마시며 밤을 꼬박 새곤 비도 부슬거리는데 술이 만땅 취한 사야는 또 흐느적 흐느적 새벽산책을 나갔다.

 

 

아무도 없는 강변은 어찌나 아름답던지. 세상엔 정말 아름다운 것이 감동스러운 것이 참 많다는 생각.

 

그런데 왜 사람들은 그리 아둥바둥 사는 걸까..

 

 

 

요즘은 개들이 짖어대질 않으니 이 데크에서의 삶이 평화롭다.

 

 

그래서 꽃도 좀 더 사다놓고 나름 편안한 공간을 만들려 노력중.

 

 

나무국자가 깨졌길래 요렇게 변신을 시켰더니 이쁘다.

 

 

데려다놓고 몇 일은 한밤중에 또 짖어대서 골치가 아팠는데 이제 밤마다 데크로 데려다 재우니 동네개들이 짖어대도 신경도 쓰지 않는다.

 

그러니까 저 놈은 늘 무서웠던 거다. 그 두려움을 어쩌지 못해 그리 목이 터져라 짖어댔던 거다.

 

 

 

바리의 첫 작품. 데크에서 신발이나 꽃을 물어뜯지 않아 대견해했더만 테이블위에 있던 책은 이리도 알뜰하게 갉아놓았다.  

 

주인닮아 책을 좋아하나? ㅎㅎ

 

우짜든둥 옆집아줌마도 바리의 변화에 놀래시더만 (물론 저 집에선 그리 구박받더니 팔자가 폈구나란 말씀도..-_-) 바리가 우리에게 가져다준 평화가 고맙고 신기하기 그지없다.

 

 

 

 

 

 

2009.08.21. 여주에서...사야

 

 

41805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또 국상이네요

 

연로하신데다 편찮으셨으니 그래 잘 가셨다싶으면서도

 

우리사정상 좀 더 오래 버티셨었으면 하는 이기심도 듭니다.

 

파란만장했던 이승에서의 삶을 접으셨으니 이제 평안해지시길..

 

그나저나 안그래도 혼란스러운데 이리 자꾸 지도자를 잃으니 대한민국의 앞날이 걱정이네요..

 

김대중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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