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연양리풍경

덧없는 인생의 사건 사고들

史野 2009. 7. 31. 02:04

인생 참 덧없다

 

진부한 말이다만 아무리 피할려고해도 그런걸 어쩌겠냐.

 

예전에 사야가 불면증에 시달리며 열나 정신과치료를 받았던 것도 거창하겐 그 덧없음때문이었는데 막상 극복했는 지 아님 잊었는 지 나름 정신없이 삶이랑 맞닥뜨려 온갖 퍼포먼스를 하며 견뎌가는 사이 덧없는 삶은 잔인하게도 흐른다.

 

아직까지도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는 노통의 서거.

 

그 인간이(불경죄를 용서하라) 그렇게 세상을 떠나리라곤 도저히 믿을 수 없었기에 아니 아직도 믿겨지지 않아 왠만하면 그 쪽일을 안 읽으려 안 보려 노력했었다.

 

자살이라니..그걸 어찌 믿겠냐고????

 

당시는 내 상황도 그지 같았고 노통의 죽음도 받아들이기 어렵고 이래저래 술 이빠이 마시고 그녀에게(그래 오랫만에 여기 출현하는 사야의 그 그녀다) 전화를 했는데 그것도 거의 일년반만인가의 통화였는데 노통이 돌아가신 다음날인가 남동생이 사고사를 당했다는 거다.

 

내가 전화를 했을땐 장례식을 치른지 이틀뒤였었나?

 

안그래도 노통의 죽음이 믿겨지지 않는 판에 이건 무슨 꿈을 꾸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왜 마침 내가 또 그런 때 전화를 했나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만난적은 없어도 대충이나마 그녀를 통해 전해듣던 사람인데...

 

그러다 또 갑자기 지인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워낙 연세가 있으시긴 했어도 그렇게 갑자기 떠나시리란 상상도 못했기에 또 서늘한 충격.

 

더 기가막혔던 건 그 돌아가시긴 몇 주전 그 분께 그 분이 좋아하셨다는 옥돔을 보낼까 생각(젠장 그래 생각만)했더라는 것..

 

거기서 그쳤으면 좋았으련만 또 오랫만에 도착한 친구의 메일

 

24살된 조카가 사고사를 당했단다. 그 친구가 초딩때부터 친구라 그 언니를 당근 아직도 기억하는데 오십도 안되어 딸내미를 가슴에 묻어야한다니..

 

여기저기서 레프트 라이트 훅을 날려대는데 내 상황과 맞물려 진짜 괴롭더라지.

 

거기서 그쳤냐고? 아니 그럼 사야가 이 글을 쓰지도 않는다.

 

몇일 전엔 승호외할아버지가 식도암말기란 통고를 받으셨다.

 

그 분도 연세가 있으시간 해도 한국돌아와 잠시 뵈었을때 너무나 정정하셨는데...

 

안그래도 고기공놈 아버지 투병하시는 걸로 늘 조마조마한데 항암치료를 견디시기 힘든 연세라 또 서늘해지는 가슴

 

아무리 연세가 있으셔도 식도암말기라는데 승호엄마 마음이 어떻겠냐고

 

이래저래 괴로운 가운데 지난 번 찾았다는 그 친구생일이 이번 화요일.

 

진짜 오랫만에 한 통화인데 이번엔 그 친구 형부가 돌아가셨다네

 

그 형부 내가 걔네 언니랑 연애할때부터 알고 지난 번 친구를 찾은 것도 예전 남자친구가 그 형부랑 계열사에 근무해서 연락이 되었던 거다.

 

작년 친구가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그 집 식구들을 아버님과 그 형부만 빼고 다 만났다.

 

친구를 만난 게 십년 넘게만이니 식구들도 당연히 그랬고 형부를 못봐 섭섭하다고 언니랑 어쩌고 저쩌고 농담도 하며 함께 만남을 기약했더랬는데...

 

뉴스를 보면 늘 사건사고고 저 가족들은 어떨까 잠시 생각하긴 했어도 그저 스쳐지나갈 뿐 남이야기였는데 이리 연달아 내 주변에서 이런 일이 터지니 정신을 못차리겠다.

 

얼마나 놀랬으면 남친에게 그 미운(!) 남친어머님께 가보라고 용돈도 좀 드리고 잘 해드리라고 떠밀었겠는가.

 

오해도 미움도 갈등도 다 살아있을 때 이야기다.

 

거기다 병으로도 아니고 갑자기 사라지는 자살이나 사고사는 남은 이들에게 상처일 수밖에 없다. 하긴 뭐 갑자기 떠난 그들은 맘편히 떠났겠냐만..

 

우짜든둥 고기공놈에게도 한탄했다만 하나도 아니고 무슨 마가 낀것도 아니고 올해 내 주변사람들이 왜 이런 지 모르겠다.

 

가슴은 정말 아픈데 이런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다보니 비교되고 건네는 위로가 너무 이성적이고 냉정해지기도 한다.

 

그래 그렇게 나름 냉정을 유지할려고 마지막에 쓰는 이야기

 

독일 시어머님이 많이 아프시다.

 

사야의 친구였으므로 크게 나이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아픈 그녀를 생각하다보니 한국나이 일흔여덟.

 

한국식으로 생각하면 그녀가 여태 차몰고 다니고 혼자 잘 생활한다는 게 어찌보면 이상한 나이더라고..

 

예전 글에 썼지만 그리 아플때 꼭 너에게 가겠다고 약속을 했었는데 그녀가 아무도 없는 집에서 의식을 잃기도 했고 아무도 돌봐줄 사람이 없어 노인병원에 맡겨지기도 했다는(그러니까 나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야길 들으면서도 갈 수 없었다.

 

내가 이사를 할려는 힘든 시간이기도 했지만 남편이 지난 오월 결혼을 해버렸다.(이건 내가 언제 쓸 수 있으면 다시 쓰겠다만)

 

그러니까 이제 나는 내가 그녀에게 가고 싶어도 쉽게 갈 수 없는 상황이라니까.

 

가끔 전화통화는 한다만 나는 그녀에게 사고사처럼 갑자기 사라진 한 인간이랑 비슷하다.

 

우리도 드럽게 싸웠지만 나는 그녀에게 갚아야할 것들이 아직은 많은데..

 

그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버린다면 그땐 뭘 어떡해야하지?

 

 

아무리 나이가 먹어도 익숙해지는 것과 아닌 것이 있는 듯하다.

 

어차피 아무도 왜 사는 지 모르는 인생

 

대단한 걸 바란 것도 아니고 그저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싶을 뿐인데

 

그저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 삶은 너무 일방적이다.

 

 

그걸 인정하면서도 잘난(!) 사야는

 

그 일방적인 삶을 향해 무기력한 자신이 아주 부담스럽다

 

 

 

 

그러니까 또 그런거지?

 

다 그러려니 해야 큰다는 거지?

 

아니 나 그거 안해

 

나는 나름 끝까지 부딪힐거야

 

오십육십이 되어도 미치고 팔짝뛸꺼야

 

해탈한 인간이 아닌 이상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이해되는게 인생은 아니니까

 

나는 마지막까지

 

이 이해되지 않는 인생에 대해 개판칠거야..ㅎㅎㅎ

 

 

 

 

2009.07.30.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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