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연양리풍경

행복한 연양리 풍경

史野 2009. 7. 20. 01:51

 

 

신륵사에서 바라다보이는 저 강건너가 연양리다.

 

그러니까 사야는 저 멀리 보이는 아파트 아래 숲 어딘가에 살고있고 저 계단 윗쪽길로 요즘 아침 달리기를 시작했다.

 

정말 자존심상해서 말하기 싫지만..ㅎㅎ 내 불어난 몸무게가 쌀가마니를 이고 뛰는 것과 비슷한 관계로 요즘 아주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내고 있다..-_-;;  

 

 

신륵사에 피어있던 꽃들. 강변에서 만난 절이 처음이어서인가 그냥 좋더라. 

 

 

깬 컵에 식물을 옮겨심었더니 그래서 일부러 깬 것처럼 마음에 든다. 사야답게 별 것 아닌 것들에 감동하는 요즘이다...-_-;;; 

 

 

가을바람님께 얻어온 족두리꽃, 풍접초가 이리 이쁘게 꽃을 피우고 있다. 언젠가 풍접초밭을 만들고 싶을 만큼 마음에드는 꽃인데 이 빗속에서도 이리 이쁜 꽃을 피우다니 감동 정말 감동이다.

 

 

또 미친듯이 비가내렸다. 임시로 쳐놓은 곳이 터질까 조마조마한 바로 그때 마침 티비가 나가고 인터넷이 끊기고..

 

피해있으라는 남친성화에 거실에서 침실로 진짜 피난을 왔다. 그 와중에 촛불에 비친 맥주잔 그림자도 아름답고 라디오에서 흐르는 음악도 아름답고 심지어 음악소리에 섞여 들리는 빗소리까지 아름다왔다면 나 미친거지?

 

농담이 아니고 남친걱정대로 진짜 집한구석이 무너진들 그게 그리 큰 문제일까, 생각했다. (중요한건 결국 집은 무너지지 않았다만) 

 

 

요즘 사야는 정말 오랫만에 음악을 듣는다. 주로 라디오나 씨디를 듣지만 가뭄에 콩나듯 엘피도 듣는다.

 

엘피판이 돌아가고 있으면 왠지 그 어느 순간에 내가 멈춰서있는 듯한 그게 아주 짧은 순간일 지라도 형용할 수 없는 안정감이 든다.

 

 

그런것에 필받아 진짜 오랫만에 집에서 스테이크를 해먹었다. 왜 있잖은가 어느 순간 간절히 스테이크가 그리고 거기에 적포도주한 잔을 곁들이고 싶은 그런 때.

 

중요한건 저 감자는 옆집에서 그 옆 호박은 옆옆집에서 저 고기옆의 풋고추는 앞집에서 얻었다는 거다.

 

여긴 전원주택단지고 무슨 시골에 사는 것도 아닌데 잘 아는 것도 아닌 누군가에게 뭔가 댓가없이 받는다는 게 부담스럽기 그지없는 날들이다.

 

 

지난 주말에 이어 이번에도 손님이 풍성하게 왔다.

 

 

원래 고기공놈만 오라고 했는데 갑자기 상해에서 출장 나온 저 왼쪽놈이랑 시간이 겹쳤고 우리가 모여있다고 하니까 저 가운데 친구놈이 강남터미널에서 밤 열시 십분 막차를 타고 여기 나타났다.

 

저 놈은 사실 지난 목요일에 역시 갑자기 나타났다 금요일에 올라갔는데 그러니까 여주가 ' 아 그래? 그럼 갈께' 란 말이 통하는 곳이구나란것에 또 감동받은 날이었다.

 

사야, 정말 사람들이 갑자기 오고싶어도 닿을 수 있는 곳에 사는거구나란 절절한 자각이랄까.

 

 

저 세 남자들. 가운데 남친빼고 두 놈은 여기에도 가끔 출현했지만 내가 상해에서 나름 친했던 놈들이다. 뭐 어쨌든 내가 상해떠나고나서도 계속 연락이 되었던 놈들이니 그렇단 이야기다.

 

남친을 만나게된 건 우리집 단골손님인 저 하얀옷 입은 놈때문인데(둘이 상해에서 같이 살았다) 내가 우연히 알게된 저 파란 옷입은 놈도 남친하고 기숙사방을 같이 쓴 적이 있다는거다.

 

우짜든둥 이렇게 저렇게들은 만났어도 저 세 남자가 다 같이 만난 건  남친이 상해를 떠난 후 처음 그러니까 한 칠년만이란다.

 

뭐 그때도 적은 나이들은 아니었지만 나름 중국어를 배우러 타지에 와 고생했던 까닭이었을까 어릴때 친구들과 나눴던 연대의식같은게 저들에겐 있다.

 

남친에게야 그렇게 친했던 형이며 동생이 나랑도 잘 아는 관계니 이 보다 더 좋을 수는 없고..ㅎㅎ

 

어쨌든 여주에 오니 정말 좋다

 

지난 번에 왔던 무소카놈이나 저 이번에 왔던 사람들 다 장성에도 다녀갔던 사람들이지만 고기공놈 이번에 잠시(?) 혼자 차끌고 다녀갈 수 있는 거리고 저 친구놈처럼  정말 갑자기 버스타고 술자리합류할 수 있는 거리라는거..

 

백프로는 아니지만 그 거리때문에 한국에 돌아온 이유도 큰데 그 곳 장성은 또 내게 아주 큰 거리를 만들었다는 걸 여기 오니 알겠다.

 

상해에서 공연기획쪽을 하는 저 동생놈이 종로에서 하는 뮤지컬을 보여줄테니 같이 가겠냐고 물어보는 그 거리. 갈까말까 고민을 하게만드는 그 거리.

 

산이 무너져내려도 사야가 행복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2009.07.19.  여주에서...사야

 

 

4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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