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노란대문집

토사구팽

史野 2009. 6. 1. 22:02

우선 내용이 거치니 감안하고 읽어주시길 바란다.

 

지난 번에 스님이랑 그 난리를 겪었을 때 남친어머님 내게 미친개에게 물렸다 생각하고 당신을 봐서 참으라는 조금은 과격한 표현을 쓰셨더랬다.

 

나무를 발로차고 소리를 지르며 한마디로 행패를 부렸었는데 우짜든둥 썼듯이 그런 모습을 보여 미안하다 어쩌고 반성(?)도 하길래 그냥 넘어가기로 하면서 앞으로는 절대 그런 모습 못참는다고 못을 받았더랬다.

 

물론 그때도 잘 넘어간 건 아니고 인연끊고 어머님하고만 통해서 하자길래 기가막혔지만 나야 얼씨구나 좋다하고 공사가 미뤄지는 몇 달 서로 얼굴 안보고 살았다.

 

이번에 공사시작하며 나타나서는 일을 그지같이 해서 허가가 늦게떨어지게한게 누군데 다 때가 있는거니 어쩌니 내가 복이 많은 인간이라느니 헛소리를 해대도 그냥 무시하고 참았다.

 

그래도 첫날은 밥만먹고는 너희들이 알아서들 하라고 곧 가버리길래 정말 그럴 줄 믿었다. 믿을 걸 믿었어야하는 건데 미친개를 믿은 건 전적으로 내 실수다.

 

알아서 일들 잘하고 있는데 가끔씩 나타나서 분위기 망쳐놓는 것까진 참을 수 있었는데 자재도 제때 안대주면서 일 빨리 안한다고 생난리를 치는 것도 웃기지만 하나는 다쳐서 병원가고 남친과 목수님이 자재를 사러간 사이에 불쑥 나타나서는 목수님께 전화해 자기가 없으니까 농땡이를 친다고 이새끼들 어쩌고 하며 생.지.랄.을 떨었다는 거다.

 

얘기했듯이 낼모레 환갑인 목수님 자기가 왜 이런 취급을 받아가며 일을 해야하는 거냐고 또 소리소리지르며 난리를 치시다간 가버리셨다. 거기다 다음 날도 일 못하시겠다고 안 오셨다.

 

그 전 날도 일하는 사람 하나에게 생판모르는 사람들앞에서 어찌나 망신을 주던지 또 그 사람도 일하기 싫다고하니 우리야 정말 죽을 맛.

 

일흔이 넘었고 도닦은 세월만 오십년이 넘었다던데 도대체 왜그리 악업을 쌓는 건지 진짜 보기가 딱할 지경.

 

남친이 제발 사람들 힘드니까 오시지말라고 했더니 자재 좀 사달라는 전화에 '상관말라며? 너희들이 알아서하세요' 요러고 끊더라나?

 

공사는 이제 겨우 시작인데 잘못하단 내 돈이 한 이천들어갈 것 같으니 언제 쫓겨날 지도 모르는 집에서 미치고 팔짝 뛰겠더라.

 

그래서 중간에 그만둘 수도 없으니 최소한 그럼 이삼년이라도 계약하고 진행을 시켜야하나 열나 고민하고 있는데 목수님이 진지하게 접고 나가는 게 어떻겠냐시더라지.

 

아무리봐도 뒤통수맞을 것 같다고 말씀하시는데 우리느낌을 타인이 똑같이 말해주니 기분 드럽더라.

 

남친은 남친대로 이 땡볕에 시다바리하느라 죽어나고 나는 나대로 참챙기랴 밥해주랴 피곤해 죽을 것 같은데 이런 저런 스트레스까지 받으니 매일이 지옥같았다.

 

어머님이 돈을 해주시겠다며 달래시기도하고 공사를 하다말고 나갈 수도 없는 일이라 일단 공사는 끝내고 보자며 마음을 다잡아먹고 있었는데 어제 또 미친개에게 물렸다는 거 아닌가.

 

창문짜는 사람불러다놓고 치수재는 데 나타나서는 이게 뭐냐고 뭘 뜯어라 어째라 또 지.랄.을 해대더라는 거지.

 

나도 이젠 안한다고 맘대로하라고 그럼 애초부터 맘대로하란 소리를 하지나 말지 뭐하는 거냐고 나도 소리를 질러버렸다. 날더러 이 집에서 나가라며 흥분해서 길길이 뛰는게 가관이더만 나는 내 할말만 하고 그냥 들어와버렸다.

 

왠만해선 과격한 표현을 잘 안쓰는 남친마저. 스님이 미쳤어 제대로 미쳤어, 하더라지.

 

근데 미친게 아니라 애초부터 우리맘대로 해줄 생각이없었던거고 절집을 지을 생각인 무서운 인간이었던거다. 결국 오늘 아침에 다시 나타나서는 이것 저것 뜯어내고 딱 절집형태를 만들어놓고 갔더라.

 

나참 그럼 애초에 공사하자고 할 때 말을 하던 지 너희 편하게 이리 고쳐주니 안 고맙냐고 난리더니 제대로 뒷통수를 친다.

 

그래 나도 사람인데 분하고 억울하다. 그런데 이제 속은 후련하다. 이 집에서 사느니 마느니 그 속 썩였던 거 생각하면 늦은 감이 없잖아 있지만 이 과정을 겪으면서 남친마음도 많이 정리가되어 다행이기도 하다.

 

여태까지는 우리더러 그냥 참고살라고 당신은 우리가 옆에 살아서 너무 좋다고 제발 이사만 가지말라고 늘 위로해주시던 요 아래 친하게 지내는 이모님도 어제는 정말 너무 속상해하시면서 나가는 게 낫다는 데 동조해주시더라.

 

남친을 너무 이뻐하시는 분이고 나를 알짜배기라고 표현하시면서 우리 둘이 여기서 알콩달콩 잘사는거 보시며 당신이 다 행복하셨고 남친은 아들같고 나는 친구하나 생겨 좋다고 생각하셨다 말씀하시는 데 결국 서러운 눈물이 나더라.

 

정말 내가 산전수전공중전까지 겪고 살았지만 이렇게 드러운 인간만나 드러운 꼴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그래도 설마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기에 남친이나 나나 정신이 좀 빠진 상태.

 

오늘 벽돌쌓으러 온 사람이 담양절도 함께 지으며 남친이랑 동갑이라 친해졌다는데 그때 남친이 고생하며 돈도 못받고 한 걸 벌써 잊었냐며 제발 속 좀 차리고 살라고 신신당부를 하더라.

 

나이들어 욕심만 많고 구렁이가 몇 마리 들어앉았는 노인네라고..

빈집일때는 가만히 있다가 우리가 살만하게 해놓으니까 다시 욕심이 난거라는 말도 하는데 남이 그러니 더 기가막히더라

 

이젠 솔직히 어머님도 이해를 못하겠다. 어제 이모님은 스님이야 원래 그런분이니까 제끼더라도 어머님이 중간에서 잘못하셔서 그렇다고 더 흥분하시던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시는 건지.

 

그때 그렇게까지 하시며 잡으셨으면 스님의 횡포를 막아주시던 지 해야하시는 거 아닌가.

 

어쨌든 왔다갔다한 것까지 합하면 딱 일년만에 이 곳 생활을 접게되었다.

 

너무 급하게 시골집을 알아볼 수도 없고 남친은 그냥 서울로 가자는데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정말 그 스님에겐 정나미가 뚝 떨어져서 내일이라도 당장 짐싸들고 이 집에서 나가고 싶은데..

 

오늘부로 이 공사에선 손을 떼지만 공사는 계속 진행될 거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니만큼 뭘 어떻게해야되는 건지 난감하기 그지없다.

 

아 젠장 사는 거 왜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거냐..ㅜㅜ

 

 

 

 

 

2009.06.01. 장성에서...사야

 

 

41794

 

 

 

 

 

 

 

'2. 노란대문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디어 이사합니다.  (0) 2009.06.27
간단한 보고  (0) 2009.06.17
동영상으로보는 우리오리들..ㅎㅎ  (0) 2009.05.19
그 사이 꽃밭에서는  (0) 2009.05.14
천국과 지옥  (0) 2009.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