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노란대문집

천국과 지옥

史野 2009. 5. 14. 02:01

 

 

백지튀김이다. 드디어 발전해서는 이런 이튀김까지하는 경지..ㅎㅎ 진짜 맛있다.

 

 

 

백지랑 참취등을 썰어넣고 부친건데 멋(?)좀 낼려고 저 골담초꽃을 뜯어다 올린 것까진 좋았는데 뒤집으니 까맣게 타버렸단 슬픈 이야기..^^;;

 

 

 

내가 요즘엔 또 이 백지에 필이 꽂혀서 무쳐보기도 했는데 고기에 싸먹을때 넣어먹으면 진짜 대박이다. 저 세 가지를 할려면 하루종일이 걸린다. 뜯고 씻고 데치고 무치고..ㅎㅎ

 

 

 

하다하다 산나물 김밥까지 만들어봤다. 남친은 마루타..ㅎㅎ

 

이렇게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가고 산들바람과 햇살에 반짝이는 나뭇잎까지 천국이 따로 있을까 싶은 심정.

 

 

 

지난 번 돌에 다녀왔다는 그 기타좋아한다는 후배의 아이다. 지난 주 초에 사내놈 둘만 나타나서 또 기타치며 하루밤자고 놀다갔는데 토요일 마누라와 아이까지 데리고 또 나타났다.

 

나야 아이를 별로 안좋아하지만 아이좋아하는 남친은 신났다.. 물론 아이가 좀 아프고 엄마도 좀 특이해서 남친이 그 기쁨을 느낄 여건은 안되었다만..^^;;;

 

저 웃기는 아가는 아빠가 락이나 헤비메탈류를 쳐대는 영향인지 조용한 단조음악을 누가 연주하면 대성통곡을 하고 운다..ㅎㅎ   

 

 

 

기타치는 것도 지쳤는 지 그늘에 앉아 신선처럼 장기도 두시고.

 

 

 

저 세 사람이 우리집에 모이면 한 열시간 이상은 안 지치고 기타를 치거나 기타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남친은 말하자면 컬렉터 29번 총각은 연주전문 저 아이아빠는 양쪽 다에 관심있더라.

 

우짜든둥 저 둘이 남친기타중에 두 대를 예전부터 무지 탐내고 있었어도 남친이 절대 안판다고 버텼는데 지난 번에 자랑했던, 남친이 도장까지 직접한 기타가 이번에 저 아이아빠에게 넘어갔다.

 

저 연주총각이 하도 탐을 내서 기타도 잘치는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어하는 법이라며 내가 헐값에 넘기라고 종용(?)한건데 가난한 예술가가 아닌 엉뚱한 곳으로 가버렸는데다 안판다던 기타를 돈없다고 해 팔아버린 듯해 조금 속상..-_-

 

 

 

이주전에 불쑥 나타나 하룻밤만 자곤 가버렸던 저 친구놈은 이번엔 점심때쯤 나타나서 그날 밤으로 올라가버렸다. 고맙게도 안그래도 구입하고 싶었던 저 바베큐대를 차로 싣고온 것도 아니고 기차를 타고 말이다.

 

전날 저 총각들과 마신 술도 덜 깨 난 12시까지 자고 있었구만 또 잽싸게 파티(?)모드 돌입. 맛있는 고기에 술에 산나물들에 부서질 것같이 찬란한 햇살속에 먹고 있자니 또 역시나 천국이 따로없다던 기분.

 

휴대용엠프까지 내놓고 저 총각의 전자키타연주까지 들었으니 말이다.

 

 

 

오랫만에 술이 쪼개취한 남친의 기타반주에 노래도 불렀다. 저 기타도 판다던데..^^;;;;

 

 

욕심을 부린 적이 없으므로 대단한 걸 바란 적도 없으므로 한달동안 이집 노란대문을 단한번도 나간 적이 없음에도 그냥 행복했다.

 

내가 이리도 단순한 인간이었던가, 잠시 믿고싶었을만큼.

 

내가 얼마나 잘먹고 잘살았는 지 전혀 모르는 동네사람들조차 내가 이 곳에서 잘 적응할까 걱정해주더만 나는 정말 많은 것을 포기할 수 있을만큼 새소리 물소리 그리고 나뭇잎끝에 걸린 햇살과 바람이 미치고 팔짝뛸만큼 좋다.

 

그런데 벌써 두달동안 마당에 목재며 모래며 정신없이 널부러져있고 심지어 구덩이까지 파여있는 이 어수선함에는 역시나 미치고 팔짝 뛸만큼 괴롭다.

 

지난 번 그 난리를 겪었으면 이 공사가 빨리 끝나버렸어야 그나마 상처가 아무는 건데 당신들이 다 알아서 해주시겠다며 금방된다던 허가는 벌써 몇 달째 깜깜무소식

 

안그래도 그 문제로 남친과 중간중간 여러번 싸우고 매일 내일은 시작하겠거니 했었는데 이틀전 갑자기 스님전화하셔서는 남친더러 설계사무소를 돈들고 찾아가보란다. 중간 중간 기다리라며 하신 말씀이 있었는데 이게 무슨 귀신씨나락 까먹는 소리?

 

서둘러 직접 알아보니 허가가 안나고 있었던게 아니라 설계사무소에서 서류가 잠자고 계시단다. 아 정말 그때 내가 받았던 열은 여기 설명할 수가 없다.

 

결국은 오늘오후에서야 군청에 접수가 되었다는데 군청 국립공원측 어쩌고 저쩌고 하면 또 넉넉잡아 이주일정이라는데 그럼 유월이고 유월중순이면 또 장마다.

 

아니 그럼 결국은 공사도 못할거면서 이리 생난리를 친거냐고?????  우리뜻대로 그냥 간단히 창고만 고쳤으면 이월말에 끝났을 일이다.

 

각설하고 이거저거 생각하면 폭발할 지경이고 정말 이 집에서 그냥 나가는 게 맞다. 그런데 물론 다른 이유들도 많지만 작년에 내가 그 고생을 해서 만들어놓은 꽃밭에서 내 새끼같은 것들이 하나하나 꽃을 피우고 급한 마음에 추위가 가시기도 전에 뿌려놓았던 꽃씨들이 죽지않고 하나하나 싹을 틔우는 걸 보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고 진짜 속이 많이 상한다.

 

어제는 너무 속상해서 여기 짐싸들고 내려온 걸 처음으로 절절히 후회했다. 물론 지금생각으로도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던 건 확실하다.

 

내가 이런 상황이니 남친은 내게 미안해서 죽을라고 하고 나는 또 나대로 남친잘못도 아닌데 남친에게 미안하다.

 

이 공사문제만 아니었으면 공짜로 사는 집, 터 이쁘게 가꿔놓고 몇 년 잘 지내다가 기분좋게 넘겨주고 나갈 수도 있었는데 어쩌다 일이 이 지경까지 되어버렸는 지.

 

목재가 썩어가고 있는 관계로 일이 어찌되던 진행은 되겠지만 나는 그냥 아니 간절히 이 공사가 진행되지 않길 바라는데..

 

오늘도 괜히 싱숭생숭해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다 발견한 막판 돌나물과 새로 돋는 민들레와 같이 물김치를 담가봤다.

 

속상하다가도 그러다보면 또 아무생각없이 행복하고 그냥 이렇게 편히 살고 싶다만 어떤게 옳은 선택인 지 나 정말 모르겠다 

 

나는 늘 직관적인 선택을 하곤 내 선택이니 나름 최선을 다 하는 스타일이기에 후회같은 건 해본 적이 없는데, 그러니까 중요한 사건으로만도 당시 독일남자랑 그 난리를 치고 결혼했던 것도 또 그와 이혼하고 한국에 돌아온 것도 후회하지 않는데 이 집을 내 집이라 생각하고 짐을 싸들고 내려온 건 발등을 찍고 싶을만큼 후회가 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할 때, 뭘 어떻게해야하는 건지 몰라 답답해 미칠 거 같을 때는 이 곳의 생활이 정말 지옥같다. 당장 짐을 챙겨서 이 곳을 떠나고 싶을만큼.

 

천국과 지옥사이는 있는 걸까.

 

내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내 마음이 그리고 남친 마음이 지금보다 더 편해질 수 있는 걸까.

 

 

 

 

 

2009.05.13. 장성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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