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노란대문집

자연이 주는 먹거리들

史野 2009. 4. 25. 01:17

사야는 기본적으로 전통적인 한국입맛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니 외국나가 그렇게 오랫동안 잘 먹고 잘 살았겠지만..ㅎㅎ

 

된장찌게나 나물종류 국같은 걸 좋아하지않을뿐더러 감자탕이나 곱창같은 건 입에대지도 않고 그나마 잘 먹던 떡 청국장 찐고구마나 팥죽같은 것도 하도 오랫동안 못 먹고 살아서인지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아 심지어 고기를 쌈싸먹는 것도 싫어하고 된장을 싫어하므로 상추에 쌈장만 싸먹는 사람들은 더 이해못했다..

 

작년에 처음 내려와서 여기 대문만든다고 어쩌고할 때 남친어머님이 차려주신 밥상을 보고 캡 충격을 받았다. 맛있는 반찬도 없는데 메인요리가 상추에 쌈장이더라니까..ㅎㅎ

 

그런 내가 요즘 허리가 아프도록 나물을 뜯고 또 그걸 개울가에 쭈그리고 앉아 씻고 있으니 신기할 밖에.

 

 

저 꽃밭뒤를 다 메우고 있는 게 일명 머위. 전라도 사투리로는 머구다. 번식력은 얼마나 대단하고 뿌리는 또 캐기가 얼마나 힘든 지 꽃밭만들때 머위가 뭔지 몰랐던 내게 아주 왠수같았던 식물이다.

 

초봄에 나오는 잎을 나물로 먹고 저렇게 잎이 커져 여름이면 줄기를 먹는단다. 그게 머구대. 난 그래서 처음엔 저 이름이 머구대인줄 알았다.

 

작년에 줄기는 된장국에 넣어먹어보았는데 말씀드렸다시피 된장국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패스.     

 

그런데 올해 여린 잎으로 나물을 만든다는 걸 알았고 거기다 영양소가 무지 풍부한 식물이라나.

 

몰랐으면 모를까 저것들이 좋은 먹거리라는데 캐버리는 것도 찜찜하고 인터넷을 뒤져 먹을 방법들을 연구하기 시작.

 

 

조금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워낙 지천에 널린 관계로 조금 여린 잎들만 따보니 저리 많다.

 

 

자그마한 잎들을 골라 데쳐 오른쪽 아래처럼 된장과 마늘 들기름 들깨까루에 무쳤더니 역시 특별한 맛. 그 위는 광대나물볶음이다. 검색하다보니 역시 먹는다길래 좀 늦은 감은 있지만 무슨 맛인지 궁금해 데쳐서 역시 들기름에 볶아봤는데 친숙한 나물맛..ㅎㅎ 내년엔 좀 미리 뜯어서 해먹으면 괜찮을 듯하다.

 

 

나머지 조금 큰 잎들은 역시 데쳐서 이렇게 장아찌로 재워놓았다. 아직 먹어보진 않았으니 어떤 맛이 될 지 넘 궁금하다. 오늘 한차례 더 뜯었는데 올 여름엔 대도 좀 왕창 잘라다 말리거나 얼려놓거나 해야할 것 같다.

 

 

요즘 뽀리뱅이에 필 꽂혀 돌아니다보니 돌나물이 났더라. 잔뜩 뜯어다 작년처럼 물김치를 만들었다.

 

 

이게 뽀리뱅이다. 갑자기 만들다보니 물김치 재료가 없어서 뜯은 것중 조금 뿌리 딸린 것들 중심으로 물김치에 넣었다. 

 

 

 물김치 다 하지말고 돌나물을 좀 무쳐주면 안되겠냐는 남친부탁에 갑자기 생각해 만들어본 비빔밥. 나물들이 좀 숨이 죽어야하니 돌나물은 가볍게 뽀리뱅이는 찐하게 초고추장으로 양념해 저기다 달걀후라이만 하나 얹어 저리 간단히 먹었는데 내가 먹었던 가장 맛있는 비빔밥이었다면? 전주비빔밥은 댈 게 아니다..ㅎㅎ 돌나물의 아삭한 맛은 감동 그자체.

 

문제는 뜯으러 돌아다니고 검불이며 뜯어 씼고 어쩌고 너무나 손이 많이 간다는 것. 거기다 한철이니 보통 부지런해야 되는 게 아니란 걸 절감했다.

 

 

오늘 갑자기 구운 닭이 먹고싶다는 남친덕에 준비한 오븐닭구이. 내가 해주는건 뭐든 지 잘 먹는다고 했다만 절집에서 자란 남친은 풀요리엔 한이 맺힌 사람이다..

 

지금이야 잘 먹지만 처음에는 만들어주기도 전에 미역국이나 만두국에 고기안들어가면 안먹는다고 해서 어찌나 황당하던지...^^;;;

 

거창해보인다만 이거야말로 초간단 웰빙요리인데..^^ 어제 오늘 이것 저것 뜯어다 만들고 어쩌고 진을 뺐더니 뭐가 더 간단한 삶인 지 모르겠더라지..ㅎㅎ

 

시골에 살며 자연에서 먹거리를 얻는다는 게 내겐 시간과 정성이 대부분인 도닦는 행위같다.

 

 

 

하도 이것 저것 뜯고 어쩌고 하다보니 진짜 필을 받았는지 아니면 미쳤는지 냉장고에 오래도록 잠자고 있어 버리려던 무김치를 꺼내 씻어 밤새 물에 우린 후 잘라 채반에 저리 널어놓았다.  혹 무말랭이 비슷하게 만들어먹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소망을 담아서..^^

 

 

우짜든둥 작년에 시험삼아 담갔던 비자술을 어제 개봉했다.

 

 

 

어머님이 비자기름을 짜신다고 다 가져가시는 걸 좀 빼서 술은 어떨까 싶어 담근건데  비자특유의 싱그러운 향도 살았있고 저 색이며 상상밖으로 괜찮았다.

 

지난 번에 그 목수님댁에서 산에서캐다 담가 오년이나 숙성시킨 작약주를 가져다주셨더랬다. 이런 종류의 술을 안 좋아하는 나도 참 괜찮다 싶었는데 그것보다도 나은 것 같다. 올해는 기름이고 뭐고 무조건 주워서 술을 담가볼 생각.

 

또 빗소리들리는데 이런 글을 올리며 직접 담근 비자술 홀짝이며 앉아있다보니 조선시대 누군가의 삶이랑 크게 다르지 않을 듯 싶어 피식 웃음이 난다.

 

 

보너스

 

 

그새 오리들이 이렇게나 컸다.. 물속에서 아주 여유있게 노는 구여운 놈들이 안부전한다..^^

 

 

 

2009.04.24. 장성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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