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심하게(?) 씩씩한 사야는 이 곳을 당장이라도 떠나야할 것같은 맴을 접고 나니 또 아주 잘 지내고 있다.
인생이별거냐란 본인의 철학에 사는거 별거아니라고 그저 둘이 재밌게만 살라고 당부하시던 남친어머님의 철학을 합해 또 철학은 아니다만 나를 바라만 보고 있어도 행복해죽겠다는 남친의 응원에 힘입어 다시 방방뛰고 있다..ㅎㅎ
오늘은 짜장면을 먹으러 장성읍까지 진출하는 사태발생. 아랫마을 우리가 시켜먹는 집도 아니고 가서 사와야하는 짜장면집이 세상에나 어제갔더니 안한다고 했다더만 오늘도 전화를 안받네.
내가 무슨 진수성찬을 먹고싶었던 것도 아니고 달랑 서민의 음식(그러니까 MB관리 품목에도 들어간) 그 짜장면을 먹고싶다는데 그것도 다른 나라도 아니고 이 대한민국에서 이틀간이나 불가능하다는게 말이 되냐고????
그래 남친과 백양사IC근처 또 그러니까 우리가 통닭을 사다먹는( 시켜먹는 것도 아니고 통닭사러 12킬로를 운전해가야하는 신세이긴 하다만..-_-;;;) 면까지 진출을 했는데 거기도 문을 닫았네?
남친이 음식점 이름들을 줄줄이 읊지만 아니 나는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짜장면먹어야겠다란 불굴의 의지로 결국 장성읍까지 갔다. 아 물론 장성읍에서도 못 먹었다면 광주까지 갈려고 했지.
거기까지 간게 억울해서 평소먹는 그냥 짜장도 아니고 간짜장도 아니고 삼.선.간짜장을 시켜먹었다..ㅎㅎㅎ
좋아하는 잡채까지 포장해달라고 해서 싸들고 돌아오는 데 단순한 사야는 그 순간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 거 같더라지..^^;;;
그래 짜장면하나 먹으려는 데도 이 생난리를 친다만 그래도 짜장면먹으러가며 이런 저런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건 또 시골사는 묘미다.
도쿄처럼 오래된 수종들이 아니라 그리 멋스러운 건 아니라도 이 곳에도 드디어 벚꽃이 피었다.
정말 우연히 그리고 또 너무 갑자기 울 뒷산에서도 저 산벚꽃을 발견했다.
올해 사다심은 것빼고 처음으로 작년에 심은 것에서 꽃이 피었다. 사다심고나선 곧 꽃이 져버려 속상했었는데 올 첫소식을 이 놈이 전해줄 줄이야..근데 이 놈 이름이 뭐지? ^^;;;
그리고 너무나 감동스러운 이 놈이 싹을 틔운다. 혹 기억하시는 분들 계신 지 모르겠지만 작년에 내가 서울에서 나리화분 두개를 샀었다. 여기 왔다갔다 하다가 하나는 죽이고 하나만 살렸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두 놈다 가져와 저 땅에 심었는데 싸그리 말라버리고 구근만 남아있던 저 놈이 저렇게 싹이 올라오니 어찌 감동스럽지 않겠냐고. 생명이라는거 정말 너무나 신비롭다.
글고 짜잔. 우리 집에 오리가 네 마리 생겼다. 가을바람님이 날 위로해주신다고 다녀가시는 길 모셔다드린다고 정읍장에 따라갔다 입양해온 놈들. 처음엔 오리를 키운다는 건 상상도 못했는데(달걀때문에 닭을 키울까는 고민했었다만) 가을바람님이 사시는 걸 보고 남친이 넘 부러워해서 데려왔다.
우선은 저리 두었다가 남친이 뭔가 만들기 시작.
오홋 대문옆으로 이렇게 오리장이 만들어졌다.
처음엔 춥기도 하고 도둑고양이들도 무서워 밤엔 들여놓을 생각이었는데 남친이 저렇게 안에 톱밥깔고 집까지 만들어줬다.
네 놈이 물먹고 모이먹고 낑낑거리며 돌아다니는 거 보면 예상외로 무지 귀엽다. 조만간 개울가에도 망을 쳐 수영이라도 시켜줄 생각. 설마 저 오리놈들이 산천어를 잡아먹진 않겠지?
봄은 어쨌든 참 신기한 계절이다. 불가능해보이는 저 바위틈에서도 이리 이쁜 민들레가 자라 꽃을 피우고
차가 지나다니는 곳에서조차 우리집 어느 제비꽃보다 더 강한 보라빛으로 존재를 알리고 있다.
어찌보면 그래서 무조건 행복해지는 계절 희망을 품게되는 계절.
그래 이 찬란한 계절에 사야는 다시 땅을 고르고 씨를 뿌린다.
2009.04.08. 장성에서...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