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어찌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이겠냐만 더 중요한 건 어떻게 사느냐일텐데 무난하지 않은 인간으로서 역시 무난하지 않은 인생을 살아온 사야는 어쩜 사서 고생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댓글에도 썼지만 어제 스님과 어머님께 내가 생각하는 바를 그대로 아주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내가보기엔 판정승이고 남친이 보기엔 KO승이다만 그게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조금만 더 상대에대해 배려하고 인간에대한 예의를 지키면 좋을텐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남친을 위해서 그리고 결론적으론 그 두분을 위해 나로선 드렸어야할 말씀이었다만 스님과 꼭 기싸움을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주 편할 리는 없다.
이 나이가 되도록 어떤 경우에도 진심은 통한다고 믿는 내 순진함이 이번에도 스님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내게 최고의 재산은 자신감인데 이 곳에서의 삶은 내 그 마지막 재산마저 버려야한다는 뜻일까, 가끔 생각해보곤 한다.
도를 닦을려고 내려온 건 아니다만 저절로 도가 닦이는 듯한 이 곳 생활을 이쯤에서 접어야하는 건지 아닌 건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각설하고 그래도 인생은 계속 되어야지. 산다는 게 원래 그런거 아니겠냐고.일단 사진은 보고 이야기하자...ㅎㅎ
고민했던 이 아이들은 개나리가 맞았다.
저 대단한 돌들을 실어다 앞의 기초공사를 하고 있는 중이고 저기 보이시는 분이 그 문제의(?) 스님이시다..^^
지금이야 공사자체에 흥미를 잃었지만 부엌을 앞으로 내려고 배수관을 설치해 공사하는 중.
돌사이를 황토로 메우는 작업중이다. 저 두 사람이 그때 이야기했던 역시 그 문제의 사람들. 풍수 관상 어쩌고 저쩌고에 대해 한소식했다는 사람들인데 그 날 왕 충격받아있는 나를 위로한다고 나름 해주는 천기누설(?)을 듣고는 조금 놀랬다. 점쟁이수준은 아니지만 기본정보가 전혀없는데도 대충 윤곽은 알더라는 것.
스님께서 처음으로 저 목수님께 사과전화를 하셨다던데 이게 이번일의 영향이길 간절히 바래본다.
이건 장독대를 만드는 과정.
이번 일을 하면서 가장 재밌었던 건 포크레인이 저 트럭에서 내려왔다 다시 올라가는 거. 저 육중한 포크레인이 점프를 하는 건가했더니 저 앞을 지렛대로 삼고 달팽이처럼 올라갔다 내려오는데 진짜 신기하더라. 거꾸로 포크레인기사님은 이걸 사진찍고 폴짝폴짝 뛰는 나를 신기해하시더만..^^
도저히 꽃씨나오는 걸 기다릴 수 없어서 미리 봄을 사다 심었다. 저 오른쪽 돌부터 앞쪽으로가 새로 생긴 곳이고 사진찍은 쪽으로도 공간이 좀 생겼다. 요 앞 바위주위로 쪼로로 심은 게 저 위 목수님이 가져다 심어주셨다는 금강초롱이다.
낼 모레 환갑인 목수님은 오늘 잠시 달래 캐왔다고 들리셨다가 내가 스님과 한판(?) 한 걸 들으시곤 한심함인지 황당함인지 통쾌함인지 전혀 감 잡을 수 없는 ' 제수씨(남친이 형님이라 부르기에 그분께 내 호칭이다)가 정말 스님께 그렇게 했다는 거죠?' 이렇게 두 번이나 물으시며 끝도 없이 웃으시더라
반대쪽에서 본 모습. 이야기했듯이 쑥을 캐다가 꽃씨들을 건드릴까 걱정되어 놔뒀었는데 이번에 쑥도 거의 다 캤다. 말그대로 쑥을 놔두면 쑥밭이 된다는 거. 이번에야 그 쑥밭이 진짜 쑥밭이라는 걸 알았다. 쑥은 뿌리가 어찌나 엉켜있는 지 정말 꽃밭이 쑥밭 쑥대밭이 되었다간 난리난다지.
또 보너스? ㅎㅎ
이 바보같은 남자. 진짜 뼛속까지 바보같은 남자. 가슴속이 씨꺼멓도록 한을 쌓아두고도 그저 자기하나 참으면 모든 게 편해질거라 믿은 미련한 남자.
다 안다고 잘난척 했었는데 이번에 내가 직접 보지못했다면 남친의 아픔을 반도 모를뻔했다.
나는 남친에게 당신이나 착하니까 그리 참고살았지 나는 그렇겐 못산다고 길길이 뛰었지만 속으로 나는 남친을 보면서 정말 태어나서 처음으로 늘 시시비비를 가리고 살 순 없다는 걸 누군가 영악하게 살때 미련할만큼 손해보는 사람도 있다는 걸 배웠다.
내가 여기내려와서 어머님과 스님께 진심으로 잘한 건 당연히 남친때문이다.
당신들이 잘나서가 아니라 당신들을 너무나 소중하게 생각하는 저 남자때문에 저 남자 행복하라고 저 남자가 소중한 사람들이니까 내게도 소중해진건데 그분들은 그걸 정말 모르시는 걸까.
남친이 아니라 스님과 어머님이 진짜 바보다.
내가 그렇게 이쁘고 맘에 드셨다면 당신들이 생각하는 그 괜찮은 나를 이 촌구석까지 데리고 내려와 잘 살고 있는 남친을 대견해하고 고마와했어야한다.
두 분다 최소한 뭐가 중요한 지는 아셔야했다 그러니까 스님은 이번 일로 내게가 아니라 남친에게 사과했어야 한다고!!
아 젠장 위엔 기싸움인것 같아 어쩌고 그랬지만 술취해 생각해보니 결국은 기싸움도 맞다.
웃긴 판정승으로 이기긴 했지만 이기려는 싸움이 아니라서, 남친말대로 삼십년 넘게 보아온 남친눈에 그 정도 무너지시셨으면 KO패 맞다는데 그게 내가 원했던 게 아니라고.
사는 거 참 재수없다.
사십년이건 칠십년이건 왜 각자 드럽게 발버둥치며 사는데도 늘 이맇게 잡히는 것도 없이 허덕거리며 살아야하는 거냐고.
관둬라
사는 게 쉬우면 당신들이나 나나 이런 글 열나쓰다 미치거나 성불했겠지...
2009.03.30. 장성에서....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