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아주 오랫만에 새벽같이 눈이 떠졌다.
빗소리를 들으며 자겠다고 창문을 열어놓았었는데 어느새 닫혀져있다.
커피를 끓여내라 떼를쓸까하다 슬그머니 혼자 빠져나왔다.
혼자 커피를 끓여마시는 건 또 얼마만인지..
창문을 여니 비에 섞인 싱그러운 봄내음이 밀고 들어온다.
기다림은 늘 애닯다.
이 맘때면 늘 생각나는 싯귀.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그럴까. 이 비 그치면?
드디어 수선화가 피었다.
얼마전 구석에 갑자기 솟아났길래 꽃밭으로 옮겨심은 이 수선화사촌쯤 보이는 이 놈은 무슨 꽃을 피울까.
매일 눈이 빠져라 들여다보는데도 뭔가를 발견하는 건 순간일때가 있다. 뭘까 한참을 고민해보니 작년에 두 개 심었던 서양톱풀이다. 살아나줘서 정말 고맙고 그리고 반갑다.
비맞으며 급히 찍느라 다 흐릿하다만 이 놈도 뭔지 알것같다.
안타깝게도 잎이 나오자마자 얼어버려 이 꼴이지만 그래도 뿌리는 죽지 않았단 이야기니 다행에 또 다행. 고운 보라색 꽃을 피우던 놈이다.
이 국화는 내가 심은 건 저 큰 덩어리인데 어찌 저 옆으로 퍼졌는 지 너무 신기하다. 국화도 씨를 퍼트리나? 아님 뿌리쪽에서 옆으로 퍼지는 덩쿨식물같은 건가?
이 놈은 대문옆에서 발견한건데 잡초는 아닌 것같아 고민을 해보니 아무래도 접시꽃인듯하다.
작년에 조급한 마음에 어머님마당에서 몇개 뽑아다 심었더랬는데 뿌리를 다쳤는 지 곧 시들해져서 얼마나 속상했는 지 모른다. 그냥 거기 놔둘걸 내 과욕때문에 말라죽인듯해서 맘이 편치 않았는데 저렇게 살아나니 고맙고 기쁘고 신기하고...
날이면 날마다 이렇게 가슴벅찬 재회를 꿈꾸며 마당을 헤집고 다닌다만 아직 자연의 섭리를, 기다림을 배우기엔 멀었다는 생각.
그래도 이 비 그치면? 또 기대를 품게되는 건 이 곳에서의 첫 봄이 오고 있기때문이겠지.
얼마나 살아날까. 얼마나 새 싹을 틔울까.
아 정말 기다림은 애닯다...
2009.03.13. 장성에서...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