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여기 이렇게 눈이 왕창내렸다. 도시에서였다면 무조건 좋았겠지만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풍경이고 뭐고 봄에 내리는 눈이 야속하기만 하다.
이번엔 눈도 물이 많이 머금고있어서 어찌나 무겁던지 작은 가지들은 축 늘어지고 장에서 사다심은 꽃망울들은 다 얼어버렸다. 다행히도 저건 얼지 않고 꽃피울 준비를 한다만.
요즘은 눈뜨지마자 뭐 새싹난 거 없나 마당을 돌아댕기는게 또 일인데 또 냉이가 가득하길래 오늘 맘잡고 캤다. 지난 번에 어머님이 캐주고 가셨는데 아무리 봐도 뭐가 냉이인지 구별을 못하다가 오늘 확실히 알았다..ㅎㅎ
캔 냉이를 들고 냇가에 내려가 우선 흙들을 씻어내는데 손은 얼어빠질 듯 시려웠지만 뭔지 모를 이상 야릇하던 기분. 냇가에서 빨래까지 하면 기분 더 묘하겠지? ㅎㅎ
캔 냉이로 당장 된장국을 끓였다. 멸치랑 마른새우로 국물내고 된장에 냉이 두부만 넣어 끓였는데 산해진미 안부럽게 맛있어서 남친과 감탄에 또 감탄. 요즘 사야는 소박한 밥상에 길들여지고 있는중이다.
남은 냉이는 저렇게 데쳐 말릴 생각이다. 동네분 말씀이 잘 말렸다가 된장국 끓일때 조금씩 넣으면 아주 좋다고셔서..^^
겨우내 사과도 말려먹었다.
가끔씩 이렇게 콩나물도 키워먹는다. 사는 것처럼 잘 생기지만 않았지만 직접 키운 콩나물로 국을 끓여먹으면 아주 기분이 좋다지.
조만간 이 집이 큰 공사에 들어갈 듯하다. (아직 허가가 난건 아니므로)
작년에 잠시 언급했지만 저 왼쪽의 창고를 내 공부방으로 만들려다 올봄으로 미뤘었다. 그런데 갑자기 큰스님께서 저 방이 기가 나쁘다고 집중이 안되면 무슨 소용이 있냐면서 (난 정말 아무상관이 없다는데도..ㅜㅜ) 집을 앞으로 내주시겠다는거다.
보시다시피 이 집이 저렇게 절집처럼 날씬하게 생겼고 저 뒤로 화장실과 부엌을 덧댄 피난민집처럼 생겼다. 불편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내가 여기 호위호식하러 내려온 것도 아니고 나름 아늑하게 꾸며놓기도 했으니 창고랑 화장실. 그리고 죠 덧붙인 곳이나 단열재 잘 들여 살 생각이었는데 큰스님께선 저 집을 앞으로 장장 삼미터나 내주신단다.
목재값도 장난이 아닌데다 증축해도 크게 나아질 것 같지도 않고 일꾼들 뒷바라지며 이래저래 암담해서 남친과 대판 싸우곤 관두기로 했는데 그때도 썼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를 너무! 무진장! 막무가내!로 이뻐하시는 큰스님께서 너무나 간절히 ' 내가 너 편하게 해주기위해 그런다'고 말씀하셔서 결국 백기를 들고 말았다..^^;;;;
그래 이렇게 목재가 자꾸 들어오고 있다. 저 왼쪽 뒷편에 서계신 분이 이 집을 지은 목수신데 증축도 하신단다. 오른쪽 뒤에 있는 사람은 담양절에 와있는 청년인데 목수님이나 저 청년이나 둘 다 한 신끼하는 사람들. 나도 나름 다양한 사람들 많이 만나보고 살았다고 자부하는데 이 산골에와 만나는 사람들은 풍수에 관상에 도 뭐시기에 감당이 잘 안된다지..-_-;;;
집을 고치게되면 저 두분이 여기 거의 상주하실텐데 자칭 도인들도 아이고 선생님하시는 분들이라니 꽤나 흥미진진하겠다..ㅎㅎ
이 왠수땡이 남친이랑 나는 전생에 무슨 인연이 있었기에 이 땅까지 흘러와 도저히 상상도 해보지 못했던 삶을 이어가고 있는 건지 생각할 수록 신기하다.
작년에 또 왠 도인이 내 얼굴을 보지도 않고 어머님더러 아드님이 사귀는 여자가 아드님이 감.당.하.기. 힘.든. 여자, 라고 했다던데 그 말을 어머님과 스님은 어떻게 해석하셨는 지 만날 나한테 잘하라고 남친만 들들 볶으신다..-_-;;
사람에게 팔자라는 게 있다면 난 어딜가나 기죽는 팔자는 아닌가보다..ㅎㅎ
우짜든둥 공사에 들어가면 정신없어지겠다. 과연 이 집이 어떤 모습으로 새로 태어나게 될 건인지.
갈 곳이 없어서 무조건 짐싸들고 내려온 건데 나는 이 곳에 자리잡게 될 것인가..
때론 늘 이 곳에 이렇게 살았던 듯 자연스럽고 때론 여행을 온 듯 낯설고 자꾸 땅과의 그리고 사람과의 인연에대해 생각해보는 날들이다..
2009.03.07. 장성에서...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