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노란대문집

안부

史野 2009. 2. 23. 17:58

어느 분께서 제 글을 목빼고 기다리신다는 말씀에 감격해서 안부인사 올립니다..^^

 

다들 궁금하셨죠? ㅎㅎ

 

무소식이 희소식이면 좋으련만 잘 못 지냈습니다. 봄이 오는 가 싶더니 갑자기 몰아친 한파도 힘들었고 개인적으로 힘든 일들도 좀 있고 개떡같이 돌아가는 세상도 분노스럽고 이래저래 술독에 빠져지냈습니다.

 

몇 일전엔 시어머니랑 장장 사십분이나 울고불고 난리를 쳤다는데 그리곤 남친에게 멀쩡히(?) 시어머니랑 싸웠다고 내가 맘아프게해드렸다고, 까지 말했다는데 단한마디도 정말 단한마디도 기억이 나질 않더군요. 그게 한국말이여야 남친에게 뭔 말인지 물어보기라도 하지..

 

그 담날은 결국 술마시고 호흡곤란증세까지 일으켜 남친이 생고생을 했습니다. 저 숨막혀 죽을까봐 옆에서 지켜보느라 잠도 못잤다네요..-_-

 

예전같으면 여기 주절주절 떠들텐데 요즘은 이런 저런 상황상 그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나라돌아가는 꼬라지도 이젠 화가나는 걸 넘어 술안마셔도 숨이 턱턱 막힙니다. 어느 정도여야지 비판이고 뭐고 하는 거지 그 수준이 넘어가니 속이 부들거리다못해 두려움이 몰려오더군요.

 

그나마 믿었던 MBC마저도 많은 중요한 이야기를 뒤로한채 허구헌날 추기경이야기로 도배를 하던데 미디어법마저 통과되면 이 나라가 어디로 가게될 지 겁이 납니다.

 

그렇다고 설마 제가 울분이나 터트리며 하루종일 술만 퍼마시고 있겠습니까. 요즘은 머리털나고 처음으로 경제에 대해 공부하느라 앞뒤 못가리고 있습니다.

 

그저 적게 쓰고 적게 먹고 이렇게 시골로 내려와버리면 해결될 줄 알았는데 그리고 차분히 훗날을(?) 도모하면 되는 줄 믿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아무리 세계경제가 어려워서라지만 이렇게 사회안전망이 확보되지 않아 돈없으면 인간취급도 당할 수 없는 사회에서 이런 정부밑에서 살아남는 다는 건 스스로 깨어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단걸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제가 서울에 있었다면 다른 사람이 아닌 제가 그 철거민중 하나가 될 수 있었으니까요.

 

어떻게든지 착취당하지 않고 내거 빼앗기지 않고 또 남에게 손벌리지않으며 이 땅에서 살아남아야겠단 생각에 날이면 날마다 머리싸매고 열공하고 있습니다.

 

우습지만 새삼스럽게 가난은 참 불편한거구나, 도 이 겨울을 보내며 깨달았습니다.

 

왜 겨울이 없는 사람에게 두려운 존재인지( 지난 달 전기세가-심야전기포함- 삼십만원이 넘게 나왔습니다) 추운 겨울 따뜻한 욕실에서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는 것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일이었는지..

 

어쨌든 겨울이 끝나가는 이 시점에서 이 곳에서 잘 견뎌낸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ㅎㅎ

 

고급아파트에서 살았을때가 더 행복하지 않았던 것처럼 이 불편한 집에서의 삶이 그래서 더 불행하진 않습니다. 제가 누렸던 많은 행복과 안위를 대체할만한 또 다른 것들이 있는 게 이 곳의 삶이니까요.

 

많은 것들을 포기할 순 있지만 다 포기할 순 없으니 고민이 없는 건 아닙니다만..^^;;;

 

어젠 지난 가을이후로 처음으로 우렁차게 시냇물이 흐르는데 감동해서 물소리를 듣겠다고 창문을 열어놓고 잤답니다. 그 처절한 가뭄을 겪어보지 못했다면 물이 얼마나 소중하고 벅찬 감동을 선사하는 건지 아직도 몰랐을테니까요.

 

물론 자연에 전적으로 의지해야하는 지금으로선 아직도 가슴이 벌렁거리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려 분주합니다.

 

날씨가 풀렸습니다. 또 꽃샘추위야 찾아오겠지만 봄으로 가는 대세야 막을 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기쁜 마음에 나가서 보니 해야할 일이 너무 많아 기대반 암담함 반 그렇습니다.

 

이 겨울 이 산골에서 제가 늘 아침에 따뜻한 원두커피를 마실 수 있게 지원해주신 몇 분께 감사드립니다. 어쩌면 그렇게 필요할때면 어김없이 새로운 커피가 도착하는 지 감동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향을 피운 날 향을 사러가야겠다한 오후에 새로운 향이 택배로 도착하는 신기한 경험도 했답니다..^^  

 

곧 봄소식을 전하는 사진 몇 장 올리며 움트는 봄 전하기로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위태위태해보이긴 해도 그냥 쓰러져버린 적은 한번도 없으니까요.

 

그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제가 가진 상처가 속으로 삼켜온 것들이 너무 많았었나 봅니다.

 

이 땅에 다시 잘 적응하는 데도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요...

 

 

 

 

 

2009.02.23. 장성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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