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노란대문집

분하고 억울한 일

史野 2009. 3. 26. 00:29

결국 집고치는 공사에 들어갔다.

 

지난 번에도 언급했지만 나는 집을 증축하는 게 별로 내키지 않았었다. 그냥 딸린 창고하나만 개조해 쓰면 되는데 그놈의 땅의 긴지 뭐시긴지 때문에 그리 반대를 하시니 어른말씀에 따른다는 기분으로 동의는 했지만 뭐랄까 아무리 생각해도 찜찜하기 이를데가없었다.

 

물론 거긴 돈문제도 걸리는데 아무리 목재에 목수인건비며 그런 걸 대주신다고 해도 자잘한 많은 것에 우리 돈이 안들어갈 수가 없기때문이다.

 

여유가 있으면 좋은 재료 팍팍사다 이왕 돈 들이는 거 근사하게 고쳐놓으면 좋겠지만 한푼이 아쉬운 마당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고 여기 공개적으로 쓸 수 없는 이 일에 따른 주변과의 관계등으로 해서 남친과 싸움도 많이했다.

 

몇 일전에는 남친에게 집고쳐 잘살자는 의도인데 이렇게 집고치는 문제로 다투다가 우리가 헤어질 지경까지 가겠다고 했을만큼 복잡하고 그런 상황.

 

그래도 어른이 우리편하게 살게해주실려고 그러신다는데 묵묵히 따르기로 하고 남친은 또 남친대로 내가 마음에 들게 고쳐줄려고 나름 고민하고 준비도 꽤 많이했다. 남친은 이번에 방통대에 편입해서 공부도 해야하는데 정말 책한자 못보고 몇 주동안 집문제로 얼마나 고생을 했는 지 모른다.

 

나는 신끼까진 아니고 이상하게 직감 뭐 그런게 사람을 만나도 그렇고 재수없게 잘 맞는 편인데 이번 일도 그랬다. 

 

어제 드디어 대형사고가 터져버렸다. 우리가 증축하는 부분을 심야전기대신 나무보일러를 하려고 하는데 그 아궁이설치하는 문제로 스님과 남친이 대판 싸웠다.  

 

남친이 알아볼만큼 알아보고 깊이 생각해서 결정한건데 또 그 놈의 기가 어쩌고 기술적인 문제가 어쩌고 어른 말을 안듣는다고 무조건 화를 내시더라는 것.

 

나무보일러를 놔본 목수까지 기술적인 문제도 없고 이 집에 살 사람이 편한 곳에 설치해야하는 거 아니냐고 편들다가 더 깨졌다.

 

아니 나이 마흔이 넘은 남자가 자기집 증축하면서 굴뚝하나 맘대로 못놓는다면 도대체 그걸 우리 집이라고 부를 수가 있는 건가?

 

사실 아궁인지 굴뚝인지 그 하나보다 우리가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면 여기 집을 증축하고 어쩌고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로 확대해석이 되더라는 거지.

 

거기다 이번에 허가받는 문제로 왔다리갔다리하는 이야길 들어보니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이 집의 사용문제가 훨씬 복잡해서 놀랬다.  

 

아무리 절땅이라지만 원소유주가 어머님이시라 남친대까지 사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는 줄 알았는데 서류상으론 그렇게 되어있지도 않고 어머님은 어머님집이라 생각하고 계시지만 절측에선 왜 손님들이 절땅에 와서 사느냐는 식의 말이 나돌고 있더란다.

 

아니 이 집이 이년넘게 비어있었는데 그럼 진작에 어머님께 말씀드려 이 공간을 쓰던지 아시다시피 폐가같던 집을 그 고생을 해서 잘 만들어놓으니 이 집을 탐내는 사람들의 심리는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이번에 어머님앞으로 토지사용허가서를 받긴 받았는데 그것도 왠지 찝찝하다. 그냥 아파트를 빌려사는 것도 아니고 작년에 호미하나로 그렇게 고생해서 꽃밭도 만들어놓고 올해는 나무도 잔뜩사다 심었는데 거기다 지금 집고친다고 돈까지 들여놓고 나중에 이 집을 비워줘야하는 일이 생기면 난 너무 억울할 것같다.

 

안그래도 작년에 몇달씩 그 비싼 월세 날려가면서도 내 집을 포기하지않고 마지막까지도 아파트하나 얻어놓아야하나 고민하다 남친뿐 아니라 어머님도 너무 원하시고 해서 짐 다싸들고 내려온건데 이리 일찍 이런 문제를 맞딱뜨리게될 줄은 몰랐다.

 

춥고 불편해도 우리집이란 생각에 그리고 공짜로 자연을 접하고 사는 게 어디냔 생각에 감사한 마음으로 살았는데 아무래도 새로 살 집을 알아봐야할 듯하다.

 

스님은 내게 너무 친절하시고 잘해주셔서 몰랐는데 이번에 남친이랑 싸우시는 걸 보고 캡 실망했다. 어머님은 어른께 대들었다고 남친 승질머리를 탓하시더만 나는 남친이 그렇게라도 안했으면 화병날뻔했다.

 

당신뜻대로 안할거면 남친더러 당장 짐싸서 나가라고하시는데 어찌나 황당하던지.

 

스님이 집 예쁘게 해놓고 산다고 맨날 날 칭찬하셔서 빈집에 들어와 잘 사는걸 대견해한다고만 생각했지 우리가 스님 그늘아래서 산다고 생각하시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난 순진하게 잘해놓고 살면서 나중에 상황에따라 스님과 어머님을 별채에 모시고 살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남친에게 했었는데 스님은 아주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이번에 집공사하면서 별채를 아예 어머님방으로 만드시겠단다.

 

어제 어머님께도 대놓고 말씀드렸지만 내가 보기엔 남친이 하나도 잘못한 게 없다. 아니 남친이 정말 착하다는 것만 다시 한 번 절감했다.

 

남친은 자기가 부족한 사람이라 내게 이런 일을 겪게한다며 무지 미안해하는데 나는 그냥 남친이 안쓰럽다. 남친이야 어차피 별채를 쓰고 있었고 본채야 빈집이었는데다 어머님이 부엌까지 만들어주시며 와서 살라시니 그냥 우리집이다 생각했던 게 우리의 실수라면 실수일까

 

사실 나는 이게 우리 소유가 아니니 어차피 평생 살 생각도 없었고 우선 이 곳에서 내 마음의 병을 치유한 후에 남친과 내가 먹고살 방법을 찾아 떠날 생각이었는데 모든 게 너무 갑작스러워 막막하기 그지없다.

 

어머님이야 당연히 우리가 스님 비위맞추며 살길 바라시고 당신도 중간에서 괴롭다고 호소하시지만 어머님께는 죄송해도 스님이 저런 식으로 남친의견을 하나도 존중안하시면 도저히 여기서 살 수가 없다.

 

남친이 이혼후 다 접고 여기 내려와 무보수로 스님일을 도운게 몇 년이고 우리가 생활비를 타쓰는 것도 아닌데 당신이 무슨 큰 시혜나 베푸시는 것처럼 그러면 안되지.

 

내가 집을 넓혀달라고 했냐고???

 

그냥 이대로 살겠다는데도 간절히 말씀하셔서 뜻을 따라드리는 건데, 목재도 우릴 위해 사신 것도 아니고 절 고치려다 허가가 안나서 우리에게 넘어온건데, 그래서 결국 목재값도 우리가 일부 부담하고 울며겨자먹기로 나가는 돈에 눈이 돌아가는 판인데, 기둥만 세워줄테니 내부는 집주인이 알아서 하라고 하셔서 내장재도 엄청 주문해놨는데, 당신이 이렇게 신경써주시는데 왜 고마와하지않고 니 고집만 피우냐고 남친을 구박하시니 내가 어찌 억울하고 분하지 않겠냐고???

 

스님은 내게 수행이 덜되어 그런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고 미안하다하셨고 남친에겐 니가 말을 안들어서 너나나나 걔앞에서 창피한 꼴을 당했으니 말잘들으라고 하셨다는데 내가 더이상 참지를 못하겠다.

 

난 정말 당장 공사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싶다만  오늘 스님이 원하시는대로 공사를 진행시켜달라고 어머님이 또 간절히 부탁하셨단 이야길 들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고 미치고 팔짝 뛰겠다.

 

사는게 원래 이렇게 힘이 드는 건지 내 지랄맞은 성격이 나를 힘들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만  남친이 그렇게 고민했던 아궁이자리 하나도 맘대로 할 수 없어 그런 난리를 겪어야한다면 내게 더이상 이 집이 의미가 없다.

 

젠장 떠도는 거 지겨워서 돌아온 건데  남친이나 내게 고향인 서울로 돌아갈 수도 없고 도대체 어디로 또 가야하는 건지.

 

몇 일전 꽃밭에 꽃도 또 잔뜩 사다심어놓고 목수님이 직접 키우셨다며 금강초롱도 많이 분양해다 심어주셔서 행복해하고 있었더만 이 무슨 날벼락이냐고.

 

 

 

 

 

 

2009.03.25. 장성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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