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노란대문집

소소한 즐거움

史野 2009. 4. 13. 20:57

 

 

도망간다고 망을 치기전엔 절대 안된다는 남친을 설득해 결국 오리들을 물가로 옮겼다. 저 집채로 옮겼기에 처음엔 놀랬는 지 꼼짝도 안하다가 한 놈이 드디어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다.

 

 

어머 이게 뭐야 얘들아 물이다 조심스레 한 놈씩 물가로 들어서본다.

 

 

앗싸 신나서는 오도방정들을 떨어대니 물은 금새 흙탕물.

 

 

이리저리 고개쳐박고 뒤지고 난리들났다.

 

 

죠것도 날개라고 파닥거리며 온몸 스트레칭까지..아니 쟤네들은 왜 이렇게 좋은 곳을 놔두고 우릴 거기 가둬둔거냐? 지들끼리 욕도하며 해방을 외친다..ㅎㅎ

 

 

근데 말이야 수영하기엔 너무 낮고 좁지않아?

 

 

그래 물줄기를 따라 함 내려가보자. 원래 강물이 모이면 바다가 되는 거거든.

 

 

어 여기 넘 미끄럽고 무서워. 우리 그냥 다시 올라가자. 아니야 그래도 함 내려가보자고..

 

 

어이구 길이 왜그렇게 험하니? 글쎄말이야 너 아까 나 쭉 미끄러지는 거 못봤어 왜 난 재밌던데? 왁자지껄 산넘고 바다건너 도착한 깊은 웅덩이.  

 

 

저 자식들저거 깊은데 빠져서 내가 건지러 들어가야하는 건 아닐까. 웅덩이에 오기전에 그냥 올려보낼까. 오리엄마가 있으면 이제 그만놀라고 끌고 들어갈텐데 물에서 넘 오래 노는 건 아닐까 진심으로  걱정스러운 오리아빠. (오리생각이야 상상이다만 오리아빠는 진짜 저렇게 내게 걱정했슴..-_-)

 

 

아니 저희가 오리인걸 모르세요? 오리아빠의 우려를 단숨에 불식시키며 유유히 헤엄치며 놀았을 뿐 아니라 저 굴속으로 도망치지도 않고 유유히 회향한 오리들. (저 물이 산천어가 돌아다니는 게 다 보이는 맑은 물이었건만 역시나..ㅜㅜ)

 

 

 

너무 힘이드니까 집에가자고 물에서 올라는 왔건만 미끄러져내려온 저 길을 도저히 올라갈 수는 없고 우왕좌왕 안절부절

 

헤매는 오리들을 보다못한 오리아빠는 결국 또 날이 어두어질때까지 기다려보자는 내 충고를 사뿐히 즈려밟으시곤 긴장대에 무시무시한 낫이 달린 흉기로 저 놈들을 결국 쫓아올리고 말았다.

 

 

우여곡절끝에 집에 도착한 오리들. 우선 배가 고프니 허겁지겁 모이를 먹곤 저 이상한 아랫동네엔 내려가지말자고 결의하기에 이르렀으니..

 

결국 다음날은 한칸 아래이상은 안내려오며 시위를 하다가 수영못하는 건 지들 손해인걸 감지한 바 어제부터  유유히 위 아래를 오르락 내리락. 꽤나 가파른데도 잘 왔다갔다하는 거 보면 정말 신기하다.

 

멜론님 말씀처럼 놀고 싶으면 놀고 부비작대고 먹고 마시고 하루종일 정말 쌈한번을 안하고 놀다가 어둑어둑해지면 또 지들이 알아서 집안으로 들어가버린다지.   

 

저녁엔 아직 어린 관계로 산짐승들 걱정에 대문을 닫아주고 아침이면 열어주는데 정말 귀엽고 오리키우는 맛이 그만이다..

 

문제는 오리를 키우기 시작하고 오리고기집을 보니 기분이 묘해지더라는 것. 나 오리고기좋아했는데 설마 앞으로 오리고기 못 먹게되는 건 아니겠지....^^;;;;;

 

 

 

2009년 4월 10일 노란대문집에서 오리랑 논 날의 보고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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